시모음

권금산장에서 죽은 나무

양효성 2010. 7. 26. 09:30

 

 

권금산장에서 죽은 나무

 

 

 

 

천년을 살던 나무가 入寂했다.

겨울에는 눈 속에 죽어 있다가

여름에는 푸르름 속에 죽어 있었다.

 

겉옷을 벗고 속살로 하얗게 죽어 있었다.

벗은 몸이 더 아름다웠다.

여위어가는 데도 더 아름다웠다.

無所有라는 것이 그런 가 했다.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푸름을 벗고

이웃의 푸르름을 보고 있었다.

 

살아 千年

죽어 千年

집이 된 나무를 목수는 그렇게 불렀다.

 

이 나무는 사람의 손을 빌려

집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냥 山에 있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 산마루에는 권금산장의 유래를 적은 안내문이 있었다. 20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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