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03>
2020년1월11일 토요일. 시골에는 요일이 없다. 더구나 봄날처럼 따스하니 농사가 시작되나 싶기도 하다. 딱히 출입할 일도 없는데 김종삼의 ‘행복’을 보다 보니 어디 나갈 데가 없나?! 두리번거려진다...
행복
오늘은 용돈이 든든하다
낡은 신발이나마 닦아 신자
헌옷이나마 다려 입자 털어 입자
산책을 하자
북한산성행 버스를 타 보자
안양행도 타 보자
나는 행복하다
혼자가 더 행복하다
이 세상이 고맙고 예쁘다
긴 능선 너머
중첩된 저 산더미 산더미 너머
끝없이 펼쳐지는
멘델스존의 로렐라이 아베마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 낡은 신발이나마 닦아 신자/ 헌옷이나마 다려 입자 털어 입자...
이 구절을 되뇌어 보았다... 그저 걸치고 끌고 다니던 옷과 신발을 다시 드려다 보게 되었다...그리고 “버려야지...버려야지...”하면서 옷장에 진열한 지난날의 박제된 내 중년을 되돌아보았다... 그 시대의 유산을 누구에겐가 물려주려 한 때가 있었다...어리석기는...
지난 8일 『김종삼 전집』을 샀다. 권명옥 시인이 엮고 후기를 썼는데 시인은 음악과 술을 가까이 했다고 한다. 내게는 “음악은 酸素요 술은 血液이다.“ 이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검색창 ‘[책마을] 시집 속의 시 한 편/ 행복 김종삼(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에 이런 글이 있었다.
일상의 작은 위안이 주는 행복. 그 행복은 “중첩된 저 산더미”가 상징하는 삶의 무거움을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처럼 가볍게 타고 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가게 만든다.
시인이 곤궁한 삶에서 길어 올린 이 작은 희망의 메시지는 그 바탕에 깔린 진정성만큼이나 감동적이다.
곤궁한 삶의 重壓感을 부드러운 선율로 호흡한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은데, 왜 우리도 기지개를 켜면 답답한 가슴이 열리고 숨이 탁 트이지 않던가?! 문제는 숨이 탁 트일 그런 계기를 만들기 쉽지 않은 그런 것이지...<*>
권명옥의 후기가 인상깊다
시인과 한 걸음 더 가까이...그의 육필<전집에서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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