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02>
얼떨결에 ‘산촌의 시’가 블로그에 올라갔다... 오늘의 詩처럼 매일 한 首의 詩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時詩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우선은 핸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어야겠다... 아무래도 活字를 現象에 投影해보고 싶어졌으니까...
오늘은 날이 흐리다...미세먼지 탓이기도 하고...눈대신 비가 내리기도 하고... 또 그런 구름들이 머물러 있으니까...오늘은 박인환의 ‘幸福’...
행복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茶) 한잔을 마시고
정사(情死)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
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
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날을.
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띄우고
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
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
증오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
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
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져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
목마와 숙녀로 널리 알려진 박인환[다음백과]은 아버지 광선과 어머니 함숙형 사이에서 장남으로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1939년 서울 덕수초등학교를 마쳤다. 이어 경기중학교에 입학했다가 1941년 자퇴하고 한성학교를 거쳐 1944년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해방이 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서울로 와서 '마리서사茉莉書肆'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여러 시인들과 사귀었고, 서점을 그만두고는 〈자유신문〉·〈경향신문〉 기자로 근무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육군 소속 종군작가단에 참여하고 피난지 부산에서 김규동·이봉래 등과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했다. 1955년 대한해운공사에서 일하면서 미국에 다녀왔으며, 이듬해 심장마비로 30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1946년 〈국제신보〉에 시 〈거리〉를 발표해 문단에 나온 뒤 〈남풍〉(신천지, 1947. 7)·〈지하실〉(민성, 1948. 3) 등을 발표하고, 1949년 김수영·김경린·양병식 등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합동 시집을 펴냈다. 모더니즘 시를 지향했던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 〈검은 강〉·〈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목마와 숙녀〉 등을 발표했는데, 이들 시는 8·15해방직후의 혼란과 6·25전쟁의 황폐함을 겪으면서 느꼈던 도시문명의 불안과 시대의 고뇌를 감성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특히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로 시작되는 〈목마와 숙녀〉는 그의 시의 특색을 잘 보여주면서도 참신하고 감각적 면모와 지적 절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1955년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번역해서 공연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생전에 〈박인환 시선집〉(1955)이 나왔고, 이어 〈목마와 숙녀〉(1976) 등이 발행되었다. 죽기 1주일 전에 지었다는 〈세월이 가면〉은 뒤에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리고 있다.[이상 다음백과]
이 詩는 박인환이 대한해운공사에 근무하던 1955년2월17일 동아일보에 발표한 것인데, 같은 해 산호장에서 출간한 박인환선시집에도 당연히 실려 있다. 당시 신문에는 老人, 陸地, 茶, 情死, 女子, 新聞, 聖書, 幸福, 瞬間, 憎惡, 永遠, 自己 등이 漢字語로 되어 있고, ‘죽음’은 ‘죽엄’으로 표기하고 있다...
“...時間에 대한 主觀的 實感(體驗)...”... 이 한마디가 나의 감상이다. 비록 2남1녀를 거느린 가장이라지만 겨우 스물아홉의 나이의 시인은 어떻게 ‘가까이 있는 것이 먼저 自己와 멀어져 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을까?! ... ‘...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있었을까?!
이른바 쌍8년도라는 1953년 휴전 이태 후인 단기4288년...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1926년생인 박인환은 스물아홉이었고 그리고 이듬해 30세의 나이로 폭음 뒤에 심장마비로 일생을 마감했다...
그는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처럼 그는 떠났지만 세월이 가도 그의 시는 나애심의 목소리에 담겨 현인, 현미, 조용필을 거쳐 박인희에 이어지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면 내 친구 K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불러줄지도 모른다. 그의 유일한 시집 “朴寅煥 選詩集(珊瑚莊)”의 복각본이 시중에 팔리고 있고, 민윤기 시인의 노고로 ‘박인화 전시집’, ‘박인환전시집 준열의 시대’등을 통해 박인환의 실체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인제에 가면 그의 문학관에 들러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겟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이런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졸리는 음악을 끝까지
함께 듣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들어 주는 것...
그리고 티내지 않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는 것...
밤에는 이슬이 내리고
아침이 되어 물방울이 맺혔다는 걸
미처 몰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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