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천안성불사의 마애불-
바위에 새기는 부처의 마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의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하는 것일까? 호수에 물주름이 지는 것은 잔잔한 바람 때문이지만 왜 사람의 가슴에는 바람도 없이 물결이 일어나는 것일까?
美學이야 아름다움의 궁극을 추구하는 학문이겠지만 우리네 서민은 감히 우러러보기에도 어려운 경지에 있는 것이고... 自然(자연)은 빼고 그 나머지 인공의 아름다움은 기준이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 것인데...막연히 진실성의 발현!
眞實(진실)! 이 말 또한 매우 아리송하다. 그러면 誠實(성실) - 즉 말(言)을 이루다(成), 즉 생각을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 蛇足(사족)을 붙인다면 관념을 실체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시각적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아름다움의 한 방편이라고...
마애불은 부조의 한 樣式(스타일)인데 그 재질이 바위라는데 우선 감동을 자아낸다. 진흙이나 종이도 아니고 단단한 돌- 그것도 엄청난 바위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보는 이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 돌덩이가 화실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산중에 잇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때로는 千仞斷崖(천인단애) - 나아가 그 아래 물길이 소용돌이치는 강물이 흐른다면... 작가는 - 그 시대에 신문이나 TV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명예를 바라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 - 자신의 작업환경은 머리에 두지 않고 오직 그 바위에 자신의 심성이 추구하는 覺者(각자)의 형상을 새겼을 것이다. 루브르의 고상한 부인 모나리자도 아니고, 경주 남산 산기슭에 비바람을 맞고 있는 부처들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기리고 있는 것은 그런 ‘眞實性(진실성)’을 높이 산 까닭이 아닐까?
나는 결코 고상한 것을 貶毁(폄훼)하거나 우월한 위치에서 素朴(소박)하다는 서민들의 朴美(박미)를 칭찬(?)하는 그런 교만함은 전혀 아니다.
봄이 무르익는 토요일...천안(나는 지금 여기 살고 있다)의 호서대-상명대의 입구에서 약 오리(五里)쯤 되는 성불사의 마애불을 찾았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 오르막이 힘들었다. 골짜기에서는 실낱같은 봄의 피리소리...물줄기가 흐름을 따라 길을 열고 있었다. 너무 다듬어진 그 오르막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시지프스’가 떠올랐다. 내가 지은 죄는 인류를 위하는 그런 거룩한 죄가 아니라는 것을 곱씹으며 고통(?)은 두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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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흐릿한 연꽃의 대좌를 찾는 데는 마음의 때를 벗기는 시간이 필요했다.
드문드문 나한들의 자태는 추상미술처럼 부분부분 모호했지만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웅전 뒷편에 ‘未完(미완)의 覺者(각자)’..그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로뎅의 발자크를 떠올리기도 한다...
내려오는 길에서 나물캐는 동네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부처님...보셨나요?!...저는 몇 번 왔었는데도...’
‘예! 대웅전 추녀에요...’
‘얼마 전에 지리산에 갔다가 비가 와서...오산...여기 경기도 오산하고 이름이 같지요...그런 오산에 들렀는데 바위에 손톱으로 그린 부처가 있어요...願力(원력)으로 그런 신통력이 생긴다나 봐요...’
그 아주머니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마애부처님을 보여주었다.
봄날은 늘 그렇듯이 공기중에 수증기가 생기는지, 아니면 꽃향기에 어려서 그러는지 뿌연 안개 비스무리하게 어른거리기 마련이다. 醉生夢死(취생몽사) - 그런 봄이 가고 있었다. <*>
한참 기다리면 연꽃이 보이고 부처가 보이고 그리고 왼편의 擧身像이 윤곽을 드러낸다.
대잎의 푸르름이 좋았다.
조금은 더 가까이-자세히...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관음전에는 露佛이 ...
이 골짜기 어디선가 졸리운 물소리가...
봄은 상춘객의 마음에 먼저!!!
막 봄을 싹틔우는 꽃봉오리가 물을 머금고 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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