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金복숭아(金挑)와 권세의 종말
-濟의 三傑은 의리를 내세워 자결하다.
제(齊 BC1046년 - 221)는 춘추시대의 춘추오패이자, 전국시대의 전국칠웅 중 하나로 근거지는 현재의 산둥(山東) 지방이다. 주(周)의 문왕(文王)이 나라를 건국할 때 재상 태공망(太公望)에게 봉토로 내린 쯔보(淄博 Zībó)가 서울이다. 제환공(齊桓公)시대에 관중(管仲)을 등용하여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르고 제경공 때는 안영을 등용하였다.
기원전 386년 전화(田和)가 제강공을 폐하면서 제후의 성씨가 강(姜)성 여씨에서 규성 전(田)씨로 바뀌게 된다. 후에 위왕(威王)이 행정개혁을 행하여 국력을 증대하고 기원전 4세기에는 진(秦)과 중국을 양분하는 세력을 이루었으며 이어 임치(臨淄)에서 직하(稷下)의 학(學)이 일어났으나 결국 기원전 221년 진시황(秦始皇)의 침공으로 폐왕 전건이 항복하면서 멸망하였다
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김구용이 번역한 열국지 제6권 316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약 500년 뒤에 이 그린이 돌에 새겨졌고 그로부터 2천년 뒤 서주의 화상석박물관 창고에 이 그림은 보관되어 있다.
왼 쪽에 세 사람의 무사가 보이고 오른쪽에 시위한 신하들이 보인다. 칼을 찬 사람이 제 경공이라면 그 왼쪽이 재상 안영일 것이다.
却說 - 제경공(齊景公 재위 BC547- 490)은 평구(平邱) 땅에서 돌아왔다. 그는 비록 진(晋)나라 군사의 위세에 눌려 하는 수 없이 입술에 피를 바르고 맹세는 했지만, 진나라에 원대한 계획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제경공은 어떻게든 옛 제환공(齊桓公)의 패업을 다시 한 번 일으켜보려고 결심했다. 제경공이 정승인 안영(晏嬰)에게 묻는다.
「우선 진나라는 서북에서 패권을 잡게 하고, 과인은 동남 일대의 패권이라도 잡아야 겠소.」
안영이 대답한다.
「진나라는 사기궁(虒祁宮)을 짓느라고 백성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모든 나라 제후로부터 신망을 잃었습니다. 상감께서 만일 패업을 도모하실 생각이시라면 먼저 백성부터 사랑하십시오.」
제경공이 묻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길이오?」
안영이 대답한다.
「형벌(刑罰)을 줄이면 백성이 원망하지 않으며, 부역과 세금을 줄이면 백성이 감격합니다. 그러므로 옛 어진 왕들은 백성에게서 받아들인 곡식으로 사치를 하지 않았고, 봄가을로 창고의 곡식을 펴서 가난한 백성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상감께선 왜 그런 좋은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이에 제경공은 형벌을 줄이고 창고를 열어 가난한 백성에게 싼 이자로 곡식을 꾸어줬다. 이리하여 백성은 나라의 은혜에 감격했다.
연후에 제경공은 동방(東方) 일대의 모든 나라 제후를 초청했다. 다른 나라 제후는 다 왔으나 다만 서(徐)나라 임금만이 오지 않았다. <여기서 이 그림에 등장하는 세 명의 장수 가운데 한 삶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대로한 제경공은 전개강(田開彊)을 대장으로 삼고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서나라를 쳤다. 제나라 군사는 포수(蒲隧) 땅에서 크게 싸워 마침내 서나라 장수 영상(嬴爽)을 참하고 군사 5백여 명을 사로잡았다.
이에 서나라 임금은 크게 놀라 사신을 보내어 제경공에게 화평을 청했다.
제경공은 마침내 담나라 임금과 거나라 임금을 포수땅으로 초청하고, 서나라 임금과 함께 네 나라가 동맹을 맺었다. 이때 서나라 임금은 뇌물로 신부(申父)의 가마솥을 제경공에게 바쳤다.
그후 진나라 임금과 신하들은 제나라가 담·거·서 세나라와 함께 동맹했다는 걸 알았으나 감히 문책하질 못했다.
이로부터 제나라는 나날이 강해졌다. 제경공은 마침내 진나라와 함께 천하 패권을 잡았다. 제경공은 장수 전개강(田開彊)이 서나라를 쳐서 평정한 공로를 기록하고, 또 지난날 황하(黃河)에서 고야자(古冶子)가 큰 자라를 참한 공로를 기특히 생각하여 그를 오승지빈(五乘之賓)으로 대우했다.
그후 전개강은 다시 제경공에게 공손 첩(公孫 捷)을 천거했다. 공손 첩은 나면서부터 얼굴빛이 검푸르고 눈알이 붉었으며 키가 컸다. 그는 능히 천근의 무게를 들어올리는 장사였다. 제경공은 공손 첩의 용맹한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어느 날이었다. 제경공은 공손 첩과 함께 사냥을 하러 동산(桐山)으로 갔다.
한참 사냥을 하는 중인데, 홀연 산 속에서 백액대호(白額大虎)한 마리가 크게 으르렁거리면서 뛰어나왔다. 그 범은 나는 듯이 제경공이 타고 있는 말에게 달려들었다. 크게 놀란 제경공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때 공손 첩이 수레에서 뛰어 내려가 맨손으로 맹호(猛虎)의 턱밑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맹호를 한 번에 때려눕혔다. 사람들이 달려와 본즉 범은 이미 죽어 있었다. 제경공은 공손 첩의 용기를 칭찬하고 또한 오승지빈으로서 그를 대우했다.
이리하여 공손 첩은 전개강, 고야자와 함께 결의형제를 맺고, 그 후부터 그들은 제나라 삼걸(三傑)이라고 자칭했다.
그들 세 사람은 서로 그들의 공로와 용기만 믿어 항상 호언장담을 일삼고, 시정(市井)과 어염 간을 횡행하며 못된 짓만 하고, 공경대부(公卿大夫)를 깔보고, 심지어 제경공 앞에서도 반말지거리를 하며 버릇없이 굴었다. 이때 제나라 궁중에 한 간신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양구거(梁邱据)였다. 양구거는 우선 안으론 제경공의 비위를 잘 맞춰서 총애를 받고, 밖으론 자칭 삼걸이라는 전개강 등과 손을 잡고 세력을 폈다.
더구나 이땐 진무우(陣無宇)가 사재(私財)를 뿌려 한참 민심을 얻는 동시에 장차 제나라를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고 때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원래 전개강과 진무우는 같은 족속(族屬)이었다. 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일을 꾸민다면 제나라의 장래가 낭패일 것이다.
정승 안영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안영은 늘 그들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상감에게 그 뜻을 말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공연히 말했다가 제경공이 들어주지 않을 때엔 도리어 전개강 등 세 사람과 원수만 사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다. 원래 진(晋)나라와 뜻이 맞지 않았던 노나라 노소공(魯昭公)이 친교를 맺으려고 제나라에 왔다.
이에 제경공은 크게 잔치를 벌이고 노소공을 환영했다. 잔치자리에서 두 나라를 대표하여 노나라 쪽에선 숙손착(叔孫婼)이 나오고, 제나라 쪽에선 안영이 나와서 서로 인사를 교환했다.
계하(階下)엔 전개강 등 삼걸이 칼을 차고 오만스레 늘어서 있었다.
두 나라 임금이 얼근히 취했을 때였다. 안영이 아뢴다.
「바야흐로 후원에 금도(金挑)가 익었을 것입니다. 두 임금께선 그걸 맛보시고 상수(上壽)하십시오」
제경공이 원리(園吏)를 불러 금도를 따오라고 분부했다.
안영이,
「금도는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 과일입니다. 신이 친히 가서 따오겠습니다.」
하고 잔치 자리를 나갔다.
제경공이 노소공에게 설명한다.
「그 금도는 선공(先公) 때에 동해(東海) 사람이 큰 씨를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이것은 만수금도(萬壽金挑)라는 복숭아씨로서 해외(海外)의 산속에서 구했습니다>하고 진상한 것입니다. 그 이름을 반도(蟠桃)라고도 합니다. 그 후로 30년이 지났건만 그 동안에 가지와 잎은 비록 무성하고 꽃은 해마다 피었지만 한 번도 열매를 맺지 않았지요. 그러던 것이 금년에야 열매 몇 개가 열렸습니다. 그래 과인은 그걸 몹시 아끼는 생각에서 후원문을 봉쇄했지요. 이제 군후께서 이렇듯 왕림하셨으니 과인이 감히 혼자 먹을 수 없는지라, 특별히 군후와 함께 처음으로 맛보고자 합니다.」
노소공은 소매 긴 두 손을 들어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
이윽고 안영은 원리를 데리고 돌아와 조반(彫盤)에다 금도 여섯 개를 놓아서 바쳤다.
그 복숭아는 크기가 주발만하고 빛은 숯불 같고 향기가 코를 찔렀다. 참으로 진기한 과일이었다.
제경공이 묻는다.
「그래, 겨우 여섯 개뿐이던가?」
안영이 대답한다.
「서너 개 더 있었으나 아직 덜 익어서 익은 걸로 여섯 개만 따왔습니다」
제경공은 안영더러 노소공에게 술잔을 바치도록 분부했다.
이에 안영은 노소공 앞에 나아가서 공손히 옥배(玉杯)를 바쳤다. 동시에 좌우 사람이 각기 두 임금에게 금도를 바쳤다.
안영이 치사한다.
「복숭아가 이렇듯 크니 참으로 천하에 드문 바라, 두 임금께선 이걸 잡수시고 다 함께 천수(千壽)하십시오」
노소공은 술을 마친 후 금도 한 개를 먹었다. 그 맛이 과연 비상하여 찬탄해 마지않았다.
다음에 제경공이 술을 마시고 금도 한 개를 먹고 나서,
「이 복숭아는 참으로 희귀한 과일이라, 숙손대부(叔孫大夫)는 어질기로 그 명망이 사방에 널리 알려졌고, 또 이번에 먼 길을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을 것이니 이 복숭아를 하나 맛보오.」
하고 권했다.
노나라에서 온 숙손착이 꿇어앉아 대답한다.
「신이 어찌 승상 안영의 만분지일인들 따를 수 있겠습니까! 승상 안영은 안으로 제나라 정사를 다스리고 밖으로 모든 나라 제후를 복종케 했으니 그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복숭아는 승상 안영께서 잡수셔야 합니다. 신이 어찌 그걸 먹을 수 있겠습니까」
「숙손대부가 안영에게 사양하니 그럴 것 없이 둘이서 각기 하나씩 맛보오!」
하고 제경공은 술과 복숭아를 각기 두 사람에게 하사했다.
이에 노나라 신하 숙손착과 제나라 승상 안영은 꿇어앉아 복숭아를 받아먹고 사은했다.
안영이 다시 아뢴다.
「아직 금도가 두 개 남았으니 상감께선 공로가 많은 신하에게 하사하시어 그 공로를 표창하십시오.」
제경공이 분부한다.
「계하(階下)에 있는 모든 신하에게 영을 내려 공로가 많은 자는 스스로 자기 공적을 아뢰게 하여라. 그리고 안영이 그 공로를 평가하고 복숭아를 주도록 하오」
이게 공손 첩(捷)이 앞으로 썩 나서면서 아뢴다.
「지난날 주공께서 동산(桐山) 땅에서 사냥할 때 신이 맹호를 떄려 눕혔으니 그 공로가 어떠합니까?」
안영이 그 공로를 평해,
「하늘을 받들다시피 어가(御駕)를 보호했으니 그 공로가 크고 크도다!」
하고 공손 첩에게 금도를 줬다.
이번엔 고야자가 분연히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범을 죽인 것은 별로 기이할 것이 없습니다. 신이 지난날 황하에서 천년 묵은 자라를 참하여 상감을 보호했으니 그 공로는 어떠합니까?」
이번엔 제경공이 대답한다.
「그때 파도가 매우 흉악했다. 장군이 고 요사스런 자라를 참하지 않았던들 내 어찌 목숨을 부지하였으리요. 그대의 공은 세상에 보기 드문 바라. 어찌 금도를 먹지 않을 수 있으리요.」
안영은 황망히 고야자에게 술과 복숭아를 줬다.
이에 전개강이 옷자락을 걷어붙이고 성큼성큼 걸어와 아뢴다.
「신은 일찍이 상감의 명을 받들어 서(徐)나라를 치고 그 대장을 잡아죽이고 적군 5백여 명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서나라 임금은 겁을 먹고 뇌물을 바치고 화평을 청했습니다. 그래서 담·거 두 나라도 겁을 먹고 일시에 다 모여서 상감을 맹주로 모셨습니다. 신의 공로가 이만하니 가히 금도를 먹을 수 있겠지요?」
안영이 제경공에게 아뢴다.
「전개강의 공적은 두 장수보다도 10배나 더 큽니다. 그런데 제 복숭아가 없으니 어찌하오리까? 술이나 한잔 하사하시고 복숭아는 내년에 하사하도록 하십시오.」
제경공이 전개강에게 말한다.
「경의 공이 가장 크건만 가히 아깝다. 왜 진잔 말하지 않았는가? 이제 복숭아가 없으니 공로를 표창할 수 없구나!」
전개강이 칼자루를 잡고서,
「자라나 범을 죽인 것은 실로 작은 일입니다. 나는 천리 먼 곳 까지 가서 피를 뿌리고 싸워 큰 공을 세웠건만, 도리어 복숭아를 받지 못하고 두 나라 임금과 모든 신하 앞에서 부끄러움과 비웃음을 당하였습니다. 내 이제 무슨 면목으로 조정에 서리요」
하고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공손 첩이 크게 놀라면서,
「우리는 보잘것없는 공로를 세우고도 복숭아를 먹었는데, 전개강은 큰 공로를 세웠건만 먹지 못했다. 내가 그에게 복숭아를 사양치 못한 것은 참으로 몰염치한 일이었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서 따라 죽지 않는다면 이는 용기가 없다는 증거다」
하고 역시 칼로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고야자가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외친다.
「우리 세 사람은 일찍이 결의형제를 맺고 생사를 함꼐 하기로 맹세했다. 두 사람이 이미 죽었는데 내 어찌 혼자서 이 세상을 살리오.」
그러더니 고야자 역시 칼로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제경공이 황망히 사람을 시켜 말렸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 그림에는 복숭아를 다투는 무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시위한 신하들이 보인다. 이 죽음에 대한 시각은 시대마다 매우 달랐다. 의리로 보거나 탐욕으로 보거나...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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