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짚 거둔 날을 기억하기...
2016년은 양력 3월4일(음력 1월26일 乙酉)
요즘 날씨가 고르지 못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내 몸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때문이다. 몸이 부실하면 날씨에 민감한 대신 세월에 둔감해 진다.
‘어째 오슬오슬한데 ... 춘분이 언제지?!’
앞부분은 체감 날씨고 뒷 토막은 인지능력이다.
대를 이어 농사를 체득(體得)한 분들은 ‘몸’이 곧 기상대(氣象臺)다.
‘비가 올라나?!’ - 이 말은 곧 허리가 아프다는 말이지만 바람소리만 들어도, 구름만 보아도 비 오는 시간과 비의 양을 가늠해낸다. 굴뚝에 오르는 연기, 서산의 노을도 모두 천문기상과 연관이 있다.
‘까치가 둥지를 (나뭇가지에)높이 짓는다.’는 말은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것도 그런 예라고들 하는데...
농사라면 으레 논농사에 밭농사에 땔감을 구하는 산까지 아울러 생계-생업을 일컫는 말이니 나 같은 경우는 ‘밭갈이’도 그렇고 ‘흙장난’도 그렇고...‘채마밭 가꾸기’정도로 넘어가기로 하는데 우선 마늘! ...
지난 초겨울에 마늘을 놓고... 마늘은 심는다고 하지 않고 ‘놓는다’고 하는데 마늘의 3배 정도 깊이로 구멍을 뚫고 흙을 덮는데 따뜻한 지방에서는 아마 고운 흙에 꾹꾹 눌러 놓으면 그만이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추위에 얼까봐 왕겨로 덮기도 하고 콩깍지나 하얀 비닐을 씌우기도 하는데 지난해엔 왕겨를 얇게 깔고 짚을 덮었었다.
올해는 3월 20일이 春分인데 2011년 춘분에 이 집의 개토(開土-기초공사를 위한 터파기)를 했으니 올해 만 다섯 살이 되는 것인가? 고자리(노린재의 애벌레라는데 내게는 지금까지 정체불명??)방제약을 흙에 뿌리고 밭을 갈고 석회비료를 주고 고르고 비닐을 깔고...그리고 씨마늘을 놓고 덮었던 짚을 며칠 전 걷어낸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그 날짜를 길이(내 말년의 기억이 유지되는 동안)기억하고자 하는데 있다. 시골 농부는 언제 마늘을 놓을지?! 볏짚을 걷을지, 그리고 애벌- 두 벌 김을 맬지... 그 몸이 알아서 하지만 나야 가르쳐 주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이제라도 그 날짜를 적어두기라도 해야겠다는 때늦은 자각(自覺??) 때문이다.
인터넷의 날씨예보로 2016년3월6일(日曜日) 12시에는 11˚(度)를 예상했는데 우리 집 현관 실외 벽에 붙여놓은 온도계는 18˚C다. 시내보다 평균 5˚는 낮다는 것이 이 산골의 통설인데 기상대예보는 백엽상(百葉箱) 등등 과학적 기준이 적용된 것이고 우리 집은 태양에 노출되었으니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다. 아무튼 봄기운을 실감한다. 볏짚을 걷은 것은 이틀 전인가? 3월4일 금요일 오후였다. 올 마늘농사를 지켜보고 혹 내년에 날씨와 온도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그러고 보니 3월1일 날씨가 별로였지만 장을 담가 표시를 해두었다. 그러니까 말날이라고 장을 담근 것은 삼일절 간장이 될 것인지?!<*>
맨 오른쪽 보호비닐을 덮었던 양파-그 다음 영천에서 구한 씨마늘-왼쪽 두 고랑은 의성(?) 등 씨마늘...
재작년 마늘밭에 심은 콩을 거두지 못하고 비에 썩혔는데 씨알도 고르지 못했다.
차라리 거두지 않기를 잘했던 것인지?
간장은 표시는 해둔것이니...새끼를 좀 잘 꼬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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