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旅行[4] 직소폭포에서...
高阜를 지나며... 진안 인터체인지에 올라서서 완주군쪽으로 완만히 좌회전- 호남고속도로를 지나 정읍 인터체인지를 나서자 고부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어. S! 고부라면 내 腦裏에는 1894년이 입력되고 자동으로 東學農民革命-淸日戰爭에 이어 甲午更張이라는 단어가 자동 연결되곤 하지. 20년이 지나면 1904년 한일의정서 그리고 우리 근대사에서 국가재정이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國運에 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IMF와 Moratorium을 겪게 되지. 그때는 苛酷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지. 1년 뒤 갑오경장이 만들었던 大韓帝國은 外交權을 넘겨주었지- 외교권이 없다는 것은 이미 국가라는 브랜드가 가치를 상실한 것이고 증권시장이라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어! 乙巳五賊이 우리에게 더욱 苦痛스러운 점은 그들이 內閣의 現職 官僚였다는 점이었지...
外交! 그래... 말로는 쉽겠지만 屈辱이나 威壓이 아니라 相生이 문제겠지...아무튼 저 들판에서 거둬들인 ‘쌀’이 문제야...우리는 그 쌀로 먹고 살고 또 장날에 맞춰 수업료도 내고 그랬었지...그때 ‘장리(長利)쌀’이 있었다면 지금은 ‘카드론’이 횡행(橫行)하고 – 月賦-割賦-住宅賦金-개인빚-회사빚-나라빚...IMF라는 댐으로는 支撑할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몰라...금욕(禁慾)! 그런 말을 요즘 자주 생각하곤 해...
젓갈환영회 ... 우리는 모두 근처에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세월은 흘렀지만 벼 벤 들판은 곰소만으로 이어지고 친구들은 구조된 물에 빠진 생쥐 꼬락서니의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지...친구들의 부인들은 이건 순태젓[갈치의 속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창란젓, 어리굴젓, 오징어젓, 친절하게 알려 주었지...정이 묻어났어!... 아무튼 이렇게 많은 젓갈은 처음 보았어...직지사-덕유산- 뒤이은 大川의 晩餐을 생각하면 이번 여행의 식단(食單)은 연한 맛에서 강한 맛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간소하게 출발해서 화려하게, 운동량(運動量)을 생각해서 식사량을 조절하고,,,... 아무튼 漸層法으로 섬세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더군...
곰소의 산책... 이 곰소의 그 아름다운 먹빛의 갯벌은 볼 수 없었어...물이 가득 들어왔거든...‘곰[熊]’ - 이 지명은 항상 ‘범[虎]’과 따라 다니는 것이 이상해...方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즉, 한 지역의 집단이 아니라 한 개인 개인의 記號에 대한 反應 – 즉 意味이겠지만...
麗水에 아마 ‘가매미’라는 해수욕장이 있을거야- 가마[구마-熊]+밑[바탕]...그런 정도로 가정한다면 ‘곰族의 중심[중요]지역’의 한 곳이 될 수가 있는데...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검단, 금강의 곰나루[熊津], 여기 곰소...그리고 興首가 의자왕 때 귀양살이를 했다는 古馬彌知縣[장흥], 특히 이 ‘고마미지’는 日本 九州의 구마모또와 너무 닮았잖아? 熊本이라는 ‘곰’도 그렇고...큐슈는 말 그대로 구주천하...망명문화의 본산이어서 가야-백제를 거쳐 네델란드의 蘭學, 하멜이 가려고 했던 땅 등등 일본문화의 母胎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해...가야의 遺民-捕虜라고도 할 수 있지!? 그들에게 무기를 쥐어 주고 또 그들은 멀리 황강을 돌아 황산벌로 나아가 白江[白馬江]에서 그 패잔병들을 나라[奈良]로 내몰았지...나라쯔께로 유명한 그나라로 말이야...
金海도 ‘곰개’로 읽을 수 있어. 釜山은 도시이름도 되고 또 그런 산이름도 되는데 일본발음으로는 아마 ‘가마야마’, 우리말로는 ‘가마뫼’또는 ‘곰뫼’로 일을 수도 있겠지. 壬亂 때 경남여고 뒤에 있는 그 산에 왜성을 쌓았었지...그 옆에 바로 범내골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
곰과 범을 상징하는 두 부족, 즉 마늘과 쑥에 익숙하지 않은 모계사회의 곰족에게 입맛을 길들이며 동일화과정을 거친 것이 우리 역사의 한 맥으로 나는 상상을 하고 있어...요즘 밭둑의 나물과 줄을 맞춰 심은 마늘을 바라보고 맛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거야...
곰과 범...밤고개[栗峴-]라는 곳이 많은데 그것도 범고개[虎峴]의 訛傳일거야...인천에 栗木洞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 또한 범목[虎頁]洞일 수도 있지...
천안 黑城山의 ‘검다’에도 ‘곰’의 의미는 묻어 있지. 아무튼 이 곰과 범의 지명지도를 꼭 만들어 보고 싶어...당연히 누군가 시작하면 누군가 또 보태고 고치고 언젠가는 그럴듯한 지도가 만들어지겠지...代를 이어서 말이야...
곰소에서 친구들은 모두 밝게 웃었어...고대 통상의 주 수입원이었던 소금과 철 등등 ... 그 소금이 일궈지는 풍성한 갯가에서 말이야...
등산이 컨셉 : 최희남 박사의 가이드북에는 첫날 향적봉1.2Km, 둘째날 아침산책으로 식당 10분-산책로 35분, 마이산 탑사약 2Km, 종주트레킹 3.3Km, 직소폭포 4.6Km... 대략 11Km에 산책로 걷기에 또 직지사도 한참 걸어야하니...우리가 古稀老人 맞나?!
이렇게 걸으도 괜찮나? 이런 물음에 樂山樂水 문인수 회장은 ‘힘들면 중간에 쉬면되고...?!’ 이건 뭐 人間到處有靑山...道人의 禪答이다. 그러고 보니 설천봉 휴식처...남부주차장에서 버스로 이동...실상사지에서 念佛... 人間到處有休息處를 만들어 두었다. 식단 뿐 아니라 등산에도 스트레칭 코치의 諮問을 받은 것 같았어.
아무튼 나는 직소폭포에만은 꼭 가보고 싶었다. 나는 실상사에서 罪를 묻고 집사람은 다녀오고 그러면 궁합이 맞지 않겠어?
이번에는 먼저 출발해서 실상사 터에 자리를 잡았지. 實相寺라는 절의 實狀은 말이야 절이 좀 허물어져야 옛 자취가 살아난다는 거야! 절이란 무엇이야?! 出家한 사람의 움막 아닌가? 속세를 떠나서...어느 날 孤獨한 사람이 자신의 正體性을 探究하는 ... 뭐...그런...세월이 지나고 웬 외로운 삶들이 그리 많고 빌 소원이 그리 많은지?...심지어 절이 언제부터 統一部산하인가?! ‘남북통일 기원 천일도량!’ 이런 어버이연합 같은 절도 있고 수능시험을 절에서 치르는지 한 겨울 절 입구는 교통지옥이 되고...대체 부처님은 이 衆生들을 어찌 생각하시는지 역시 도량[道場]은 度量이 넓으시다 이 말씀이야!...
아무튼 미륵전이라고 편액이 걸린 이 절의 돌계단에 부처님을 등을 지고 앉아 보면 右白虎 직소폭포의 불경소리가 들리고 左靑龍 佛印岩의 바위가 구름을 타고 온 코끼리를 품고 앞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내 건너 沃畓이 없으니 佛經으로 佛耕을 할 수밖에...
직소폭포 : S! 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나는 앞만 보고 걸었지! 그러자 장님이 눈을 뜨듯 신천지가 펼쳐지는 거야...산중의 호수! 실상사의 스님이 ‘이놈! 그것 봐라!’ 이러시는 것 같았지. 明鏡臺라는 것이 있기는 있구나 싶었지...저 멀리 호숫가에 원숭이인지 고라니인지 두팔을 벌려 V자를 그린 물체가 어른 거렸어! 나는 또 걸었지...오르고 또 약간의 내리막...‘산길 몇 미터?! 그건 믿을게 못된단 말이야!’
우리는 온 산의 물을 모아 쉼 없이 내리쏟는 힘찬 폭포의 정기에 한참 취해 있었지...이 폭포는 골짜기를 흘러 그 호수의 평화롭고 너그러움을 만드는구나...그런 생각을 했지...우리는 모두 한때 한 교실을 비추는 햇살아래서 黑板을 응시하고 있었지...까까머리로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말이야...중처럼...그 사이 모두 흩어지고 먼 길을 돌아 어떻게 기적처럼-인연처럼 여기 폭포 아래 다시 모이게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못 다한 일을 꿈꾸게 되었을까? 이 記憶은 말이야- 우리가 다시 각자의 寢室로 돌아가더라도 아침의 샘물처럼 솟아날 거야!
C박사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국토종횡 네모꼴 여행 : 이제는 점점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지. 이 이야기도 마무리할 때가 되었어. 이 모임의 주제는 말할 것도 없이 ‘友情’ 뭐 이런 거야! 이름을 붙이기도 좀 쑥스러운- ‘微笑에도 뼈가 있다’ 이런 말 들어 봤어!? 응! 못 들어봤으면 그냥- 내가 방금 만든 말이야! 눈이 있어야 눈웃음을 치지?! 안 그래? 여행의 숨은 컨셉은 등산-드러난 컨셉은 ‘청바지’인지? ‘홍바지’인지? 그렇다 치고...나는 지금 그냥 뭐-C박사 이렇게 부르지 뭐- 그 ‘만추역사문화기행’이라는 소책자를 다시 보고 있어...이사하면서 짐들이 뒤죽박죽인데 안 버리고 모아는 두었거든... 역시 진실은 간결하고 정확한데 있는 거야. 나는 이 기억의 축적을 한번 모아보고 싶어...아울러 친구들의 사진이 액자에 담겨 화랑에 전시되어있는 그런 상상을 파노라마처럼 하지...어느 미술관 어느 벽면에 어떤 사진을 어떤 크기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산-갈대-석양-단풍-고사목-철새-폭포 등등 말이야...
우리는 충청도 옥천의 금강휴게소에서 만났지...경상도의 직지사-전라도의 직소폭포 그리고 다시 충청도의 대천 바다...소백산맥을 타다가 해안선을 따라 네모꼴로 올라왔지 ... 하룻밤 사이에 전국일주를 한 거야... C박사의 뼈다구에 살을 붙이고 핏줄을 더듬은 M과 L 그리고! @#$%^ 등등 꼭 말해야겠어?! 아무튼 그 C 머시기에게 존경의 뜻을 전하고 싶어...곰소의 젓갈 식당에서 무릎 꿇고 막걸리 한 盞을 올리고 싶었는데...눈만 마주치고 말았어! 뭐 또 내년에 내가 숨을 쉬고 있다면 잊지는 않을 거야...그 내게 피가 된 문화유산답사기!
<부록> 목포의 눈물 : M이라는 이 친구는 밉상이다. 이번에 삼월회 회장이 되었다는데...세화회가 어때서...三月이는 꼭 무슨 妓生 이름 같잖아? 하모니카도 三에 맞췄는지 세 개씩이나 갖고 다니고... 무슨 ‘민민회’라나 그런 사조직을 만들어 갖고 지가 무슨 孫文인지 三民主義도 아니고 – 정말 눈꼴이 사납다. 하기야 世話會는 대동아전쟁말기 한국을 미국에 팔아먹자는 모임의 이름이니까 세월회가 좋기는 하겠지. 그건 그렇다 치고 ‘10월의 마지막 밤’ 좀 불러 보라니까 10월이 방금 지났다는 거야...그리고는 내가 주민등록 까자는 얘기도 안 했는데 대뜸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대드는 거야! 누가 뭐라 그랬나... 까지는 그냥 그런 이야기고...
우리네 세상에 호모 루덴스 [homo ludens] - 놀이가 없으면 얼마나 索寞하겠는가? 이 多才多能한 친구는 專業+現業은 물론 卓球-夫人모시기-집안청소에 더해 노래에도 一家見이 있다. 이 노래는 우리에게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 하는 특별공연이 있다는데 물론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우리는 덕유산 새벽 공기를 마시며 미리 준비한 카수복장으로 공연하는 라이브 쇼 ‘목포의 눈물’을 보았지! 누구도 울지 않았어! – 슬픔...누구나 가슴의 한 구석엔 아무도 모르는 슬픔의 샘이 있지...그 눈물의 샘을 淨化하는 精氣야말로 사람을 살게 하는 生命素가 아니겠어? 우리는 떠나가는 배를 부르지만 정작 그 배는 가슴에 남아 있잖아...
이 ‘얄미운 친구’와 우연히 ‘同行’하게 되었지...이 친구는 전주에서 서울로 다시 全州로 가게 되었는데 ‘천안 발 10시50분’으로 ‘차표 두 장’을 들고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 ‘뜨거운 안녕’을 하게 되었지. 물론 ‘재회’를 ‘약속’하기는 했지만 ‘영영’ 소식이 없네...C! 우리도 건강하게 또 만날 날을 기약하세- 꼭 내가 속한 소모임이 아니래도 말이야! 꼽사리를 끼어서라도 말이야! <*>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서...
저 호수에 웬 호모사피엔스인지? 네안데르탈인인지? 유인원의 그림자가...
이리 보니 길긴 길다!
祝! 직소티레킹 금메달
祝! 은메달
祝! 동메달....
나는 이런 단순한 사진이 좋다.
풍수학 강의를 마치고-약수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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