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여관 아스카죠[飛鳥莊] : 安樂과 친절에 대하여...
‘나라’라는 말은 설명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의 그 ‘나라’다. 일본사람들은 ‘나라[なら]’라고 발음하고 奈良이라고 쓰는데 1천년 역사의 吏讀다. 사람이란 首丘初心이 아니더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고 또 가면 아늑한 곳이 있다. 어쩌면 遺傳子의 어딘가에 100%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으로 일치하거나 또는 어디선가 꿈에서 본 듯한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유전자에 意識的으로 그런 夢想을 심어 의식에 變調를 일으킬 수도 있다. 나라[奈良]는 百濟이후 끊어진 그런 유전자 때문에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2차 대전 전에 어머니도 그 나라[奈良]에 다녀오셨는데 한 일주일 京都에 다녀올 때도 발걸음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었다. 길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가끔 갑오개혁이후의 일에 대해 사죄한다. 그러나 임란[文祿の役]이나 고려조의 倭寇에 대한 제법 긴 脈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 땅에서는 統一이라는 저 땅에서는 야마토(大和)라는 역사적 용어에 대해서는 객관적 안목과 검토가 아직도 부족한 단계다. 올 3월 이른 봄 매화봉오리가 터지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 이틀간 飛鳥莊에 머물렀다.
京都에서 JR로 한 시간 쯤 다시 近鐵로 바꿔 타고 終點<?>에서 내려 시장통을 지나 猿澤池[사루자와이케]라 불리는 연못을 지나면 바로 이 여관이 나온다. 다소 번거롭게 여기 숙소를 정하는 까닭은 국립박물관, 나라공원, 縣廳, 미술관, 東大寺 등등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고 특히 興福寺의 오중탑은 이 여관의 옥상온천에서 바로 보인다. 어스름에 도착하자 입구에는 숙박개의 이름이 붙어 있고 국기가 걸려있는데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결재했으니 내 이름은 영문으로 그리고 태극기는 게양되지 않았다. 나는 그런대로 내심 수긍했다.
주인은 신속히 짐을 날라주고 저녁은 예약을 안 했으니 밖에서 드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행히 여기 자리 잡은 釜山宅을 배정해서 방이랑 욕실이랑 여관 안내 등등 언어의 장벽은 없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화장실과 욕실인데 아침저녁 욕탕을 이용하니 별 송요이 없다. 장지문을 열면 침실에 이부자리가 펼쳐지고 오른 쪽에 書室과 응접실...서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茶室이 어울리나? 응접실에서 신문을 읽고...東向으로는 베란다가 있어 아침 해가 들어온다. 우리는 일동 또는 일본이라 부르니 아침 햇살은 좀 색다르다. 욕탕에 몸을 담그고 아침 식사는 식당에서...小食인 내게 일본 식사는 알맞아서 좋고 정원을 바라보고 수저를 들면 포근하다. 이튿날 저녁을 예약했다. 韓貨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등등 정식이 몇 가지 있는데 나는 제일 저렴한 정식을 예약했다. 식당은 비어 있다. 밥상에는 찬이 나오는 순서가 적혀 있다. 주방장은 즉석에서 정성들여 칼질을 하고 불을 조절한다.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은 조심스레 그리고 소리 없이 찬을 나르고 차를 따르고 또 접시를 나른다. 저녁과 주방장과 종업원 그리고 봄밤의 철 이른 딸기 한 쪽...그렇게 밤은 깊어 가고 잠자리는 아침에 개고 저녁에 다시 펴놓았다. 浴衣로 갈아입고 등받침을 걸치고 내일 행선지의 지도를 잠시 살펴본다. 한 잔의 녹차를 마시면서...
예전에 손님이 오시면 마당쇠는 마당을 쓸고 찬모는 별미를 만들고 침모는 이부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班家의 법도라면 굳이 서민이라 할지라도 집안 어른이 오시면 남편 아내 할머니 아이 할 것 없이 하인의 역할을 나누면 손님치레는 그것으로 족했었다. 그런 손님맞이에는 집안이 모두 소리 없이 그리고 제 일을 맡아 격식에 어긋나지 않았다. 인사도 무릎을 꿇고 절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이런 예절을 우리가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이야기도 나는 전해 들었다. 전라도에는 大興寺에 선운장이라는 여관이 있고 그곳에서도 좋은 저녁상이 마련된다. 羅州에는 목사의 관저에 손님을 모시는 琴鶴軒이 있는데 이곳에는 밥이 없지만 차를 따라주고 일본에 없는 온돌이 있다. 광주에서 저녁을 들면서 판소리를 듣고 밤은 이곳에서 보내기도 했다. 숙소는 시설보다는 그것을 운영하는 주인의 마음- 그 사람을 대하는 정성...태도에 달려있다. 인간은 어떤 짐승보다도 예민하게 밥을 나르는 종업원의 발자국소리에서도 그 마음을 읽는다. 된장국에 서리는 김을 보면서 주방장의 따뜻한 마음을 읽는다.
요즘 땅콩비행기가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결국 親切의 문제인데 좀 싸늘하게 말하면 ‘친절이란 서로 할 일 다 하면 그만’ 인 것 아닐까? 親切은 가깝다, 화목하다, 친히, 손수 등등의 親과 끊다, 바로잡다, 고치다의 切이 어우러진 말이다. 역이나 공항에서 잠시 가방을 들어주면 고맙다. 그런데 계속 따라와서 더 도울 것이 없느냐고 치근대면 귀찮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서 남녀 사이에 好感을 갖게 되면 사랑이나 愛憎이라고 부르지 쿨하다거나 친절한 관계라고는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내 아쉬운 부분을 채워 주는 일이 그 조건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러려면 갖출 것을 다 갖춘 가게는 친절한 가게인 셈이다. ‘나라[なら]’는 생각보다 너른 땅에 생각보다 오랜 세월 스케일이 큰 ‘나라’를 꿈꾸었던 사람들이 살았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한 네 계절!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
저녁이면 이부자리를 펴고...
아침에는 차를 마시고...
장지문을 열면 화장실과 욕실과 현관
정식은 이렇게 시작되어...
주방장은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고...
생선회도 한 점...
고기도 조금 굽고...
밤은 깊어 간다.
방으로 돌아와...
지방신문의 재목만 훌터보고...
아침의 정원...온천욕탕은 옥상의 노천과 따로 남녀 욕탕은 옥내에도 있다.
아침밥이 준비되고...
흥복사의 오중탑! 바로 여기서 나라의 일반적인 볼거리는 도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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