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된 배다리 시낭송회 55-58회
이창동의 ‘詩人’이나 KBS의 ‘낭독의 발견’이라면 모를까? 시낭송을 우편으로 배달할 수 있을까? 영국의 한 수필가가 도시생활을 접고 노년을 전원에서 지내며 그 네 계절을 잔잔하게 쓴 글이 있다. 그 글 가운데 우편배달부가 주문한 책을 배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 그 우편물을 기다리는 마음이...하나 더 기억에 새로운 것은 이태리영화인가? 원제가 ‘일 포스티노’인가?! 망명 시인에게 편지를 전하는 우체부의 이야기였다.
내가 인천에 살 때는 뒤늦게 알게 된 아벨시낭독회의 한 구석에 자리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었다. 이래저래 僻村에 隱居한 뒤로는 그런 추억의 조각을 만들 짬이 없었다. 그러던 겨울 날- 눈으로 길도 끊어져 마을버스도 끊긴 어느 날 얄팍한 소포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 겉봉을 바라보다가 ‘사람이란 과거를 망각할 수도 있다’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55-56-57-58회 배다리 시 낭송회 – 프린트 시집......
그만큼 인천에 가지 않은 것이고 그만큼 글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 셈이다. 나는 지난 一年을 글과 관한 한 이 소포달력 즉 1년에 하루밖에 없는 생활을 한 셈이다. 덕택에 배다리에서는 참석자들이 한 首씩 돌아가며 낭송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밤은 그 모두를 혼자 중얼거리며 읊어 보았다. 배다리 시다락방 – 그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으로...
55회 박완호 시 낭송회는 7월28일이었는데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나는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아주 가까운 곳 출신이다.
그는 ‘상추쌈 밖으로 불쑥 고개 내민, 순한 눈망울의...’빙어를 씹을 수 없는 心性이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그러면서도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산 가득 춤판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산 전체가 한 그루 나무이고/ 이파리 하나만으로도 山’을 이루는 것을 관조한다. ‘오래 전에 한 세상을 이룬/ 산 전체가 들썩이는 모습을,/ 바람은 기척없이도/ 산은/ 진작부터 춤을 추고 있었다/’는 것을...빙어를 산채로 씹을 수도 없는 사람이?!
56회 한연순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났는데, 배다리와 이웃한 ‘화평동골목길’에서 보낸 청춘을 되 돌이켜 본다. ‘엉성한 판자 담 사이로/ 앞집의 내부가 환하게 보이던/이십 년 전에 세 들어 살던...’그 골목에는 ‘중년 부부가/진눈깨비 내리는 대문 앞에서/갈라진 겨울을 시멘트로 바르고...’있다. ‘덧칠한 두께만큼 추위에 웅크린채... ’
그 중년 부부는 나이보다 더 주름이 지고, 덧칠의 두께만큼 더 추위에 떨며 노년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면 오랜만에 찾아올 손주들이 행여 미끄러질까봐 찬바람을 견디며 시멘트를 이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덧칠해보아도 고드름처럼 말간 어려운 나날을...
57회 양은숙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도 서울에서 마쳤다. 먼저 세상을 버린 어느 친구에게 ‘지상에 남은 유일한 네 거처인/ 무덤, 그 바깥으로/ 너는 도무지 외출하지 않는다’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함께 했던 시간- 그리고 홀로 남겨졌던 시간을 곱씹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존재하는 나란 단지 시간의 무덤에 지나지 않으리/ 살아갈 나 역시/남은 양의 시간을 무덤의 봉분으로 지고 있겠지...’ 그리고는 매듭을 짓는다. ‘다시 죽는 날까지, 너는 나를 덮은 무덤이다.’라고. 시인이 죽어버린 세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詩心을 버린 세상이라는 번역이 더 나았을까? 아마...Dead Poet Society 이런 비슷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 ‘너’속에는 아마 슬픔도 고통도 있었겠지만 꿈도 사랑도 함께 있었을 것이다.
58회 함민복 시인은 중원 사람인데 ‘돌게’끼리 서로 길을 비키라며 가위바위보를 하며 버티는 장면을 무대 위에 올린다. 이 장면은 무성영화시대의 그림자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덧칠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가위바위보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열세마리의 까마귀만으로도 世態를 고발한 烏瞰圖처럼...아울러 아욱과 고추와 열무씨앗과 나란히 슈퍼 옥수수/ 슈퍼 콩/ 슈퍼 소를 병렬시키고 제초제/살충제/쥐약을 나란히 對比시킨다. 마침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어서 그럴까?! (한파가 아니었다면 어찌 물방울을 만들어보았을까) 우리집 수도를 아무리 꽁꽁 싸매어도 수원지에서 가끔 물이 끊기는 우리 동네에서 여분의 물을 항상 받아놓고 살면서 나도 똑, 똑, 똑, 똑, ... 네 방울의 물방울을 매일 밤 틀어놓고 잔다.
*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요즘 시인들을 생각한다. 어떤 때는 독자인 내게 詩가 녹아들지 않을 때가 있다. 消化不良처럼... 대부분 誠意없이 詩를 대하는 내 탓도 있지만, 즉 詛嚼을 하지 않았다든지- 그러나 詩人이 詩象[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詩語의 선택에 소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시인이 현장을 지나쳤거나 대상을 너무 소홀히 대했다거나...뭐 그런 푸념인데 나무나 새나 풀이나 季節이나 時間이나 또는 사투리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어떤가 뭐 그런 생각 아닌 생각인데...
* 아무튼 해가 바뀌고 또 그달의 마지막 토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눈은 내리는데...배다리아줌마의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답장해보는 것인데...[남은 맥주를 마자 마시고]...아무튼 50회의 배다리시집은 내게 있는데 51회-54회의 시집은 어디서 구해볼 수 있는지?! 이 해가 다 가기 전에...오늘은 맥주를 그만 마셔야겠다. <*>
우편배달된 시낭송회-세월이 가면 녹음으로도...유튜브로도...TV로 아니면 화상대화로 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니면 활자로 환기하는 것이 더 좋을까?
눈길을 헤치고 온 배다리의 목소리
'배다리 시낭송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다리詩낭송50돌잔치- 배다리아줌마 : 2월25일 오후 2시 (0) | 2012.02.22 |
---|---|
250그람의 무거움-홍승주의 39회 배다리낭송회[2011년2월26일 土] (0) | 2011.03.02 |
성탄절의 시낭송회 - ‘누구나 詩人이 되는 날’ - 제37회 배다리詩낭송회 (0) | 2010.12.27 |
現場의 시인 문동만 - 나는 흔들리고 싶다. - 제34회 배다리시낭송회 (0) | 2010.09.26 |
이상교詩人과 더불어 半空日- 詩와 그림과 노래 (0) | 201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