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교詩人과 더불어 半空日- 詩와 그림과 노래
제33회 다락방시낭송회
2010년7월의 마지막 土曜日! 얼마 전까지 ‘인천경향’을 다듬던 여기자의 사회로 33번째 다락방의 시낭송회가 시작된다.
아동문학가 김구연 선생이 이상교 시인을 소개한다. 교분의 연륜이 묻어나는 묵직한 목소리는 시인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시인은 이어 戰後派를 聯想케 하는 ‘춤출게, 가지마!’를 개막사를 대신하여 나직하게 읽는다.
‘식량이 모자랐던 시절 엄마가 명아주를 뜯어 쌀 한 움큼을 넣어 죽을 쑤어 주던’시절. 놀러갔다 오면서도 고사리 손에 한줌의 명아주를 뜯어 어머니의 손에 쥐어주는 모녀의 모습은 듣는 이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사람이 그리워’ 고깔모자를 쓰고 노래하고 춤추며 붙잡던 어린 친구 선자는 병명도 모른 채 이 세상을 떠나갔다. 쪽진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방공호에 사시던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다...이 童話는 슬프다. 60년 전 동대문 밖 이야기가 지하철이 다니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방공호가 사라진 오늘에 다시 절실한 까닭은 무엇인가?
시인은 동시가 전공이라고 한다는데 시작은 성인동화가 된 셈이다.
이어서 시인은 ‘먼지야! 자니?’라고 묻는다. 먼지는 대답이 없다. 짙은 그리움과 그리고 버릴 것 없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강아지가 먹고 남긴 밥은 참새가...쥐가...마지막에는 개미’가 굴리면서 개미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시인은 관찰한다. 그리고 ‘빈 집’이 주인을 그리워 붙들며 흐느끼며 잡초와 더불어 기다리는 시간을 停止된 動映像으로 보여준다. 이 ‘寂寞한 배경음악’은 한동안 청자의 숨을 멎게 한다. 이태백의 床前明月光/疑是地上霜/擧頭望明月/低頭思故鄕 ... 침상의 밝은 달빛 서리가 내린 듯하네...를 떠올리게 하는 보름달...지난 大暑 울산바위 장맛비 사이에서도 이런 달을 잠시 보았다. 심양에서 梅艶芳의 애절한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던 시간이 새롭다. 노인이 동요를 들으면서 말이다.
시인은 비둘기가 대웅전의 기왓장을 채고 하늘로 나르는 ‘飛龍’을 보기도 하고 밤새 마당이 하얀 화선지로 바뀐 겨울을 즐기기도 한다. 조급함으로...
우리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간다. 무지개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某種의 秘密’을 알게 되고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 그리고 상대에게 전해질 수 없는 비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外浦里에 다시 가 보아도 그 外浦里는 그대로 있는데 내 비밀도 그대로 있는데...내가 만들어낸 비밀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도 모른 채 ...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들 어머니는 모두 우리를 낳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모두 우리를 남겨놓고 떠나신다...어머니의 이야기...‘두고 온 들녘의 그대’, ‘그대를 보낸 뒤’, ‘뼈울음’이 이어진다.
나는 처음으로 이런 낙서를 빈칸에 극적 거렸다.
어머니를 두고 우는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구나
돌아가신 어머니를 두고 우는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흐느끼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식의 어미가 되어
그 아이가 다시 딸애를 낳았는데도
가버린 사간을 안개처럼 붙들고 우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긴 밤을 지새워 慟哭하는 것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山有花 : 시인은 詩書畵의 三絶에 樂을 겸비했다. 시인은 그림을 김구연 선생과 곽현숙 사장에게 선물하고 모두에게 손수 그린 그림엽서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그리고... 이 朗誦會에서 처음으로 시인의 목소리로 어머니의 무덤에서 불렀던 ‘山有花’를 불러 주었다. 이 노래는 일제 때 霧笛人이라는 筆名을 썼던 이재호의 작곡이다. 이 낭송회에 다녀가면 인터넷서점에서 다녀간 시인의 책을 사곤 했다. 이번에는 ‘황진이의 속곳’은 빼고 먼지를 땡기거나, 고양이나 떠돌이개를 입양해야겠다. 머시깽이와 나를 위해서...
1973년이라면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다. 그때 소년에 동시로 추천을 완료하고 이후 동화-동시집-그리고 ‘황진이 속곳을 빌리다’ 등등의 시집 여러 차례의 전시회와 강연회 등등 이 시인의 이야기는 여러 블러그와 ‘酒色兼備’의 500여 동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重言復言하는 것이 옳지 않을 듯하다.
‘그가 세수를 하느라 / 푸닥거리는 소리가 새삼 귀하다’
하이꾸를 연상케 하는 이 一句로 낭송회는 멈추었고 내가 참여한 낭송회로는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三伏더위에...
김구연 선생의 시인소개
시인의 자리 - 33회 이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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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그만큼 풍성해...
사랑노래가 이어지다가...
노을이 진 것을 이미 모르고<*>
월미도의 갈매기 : 시인은 술을 즐긴다고 한다. 강연회가 끝나면 이상한 목마름으로 渴症이 더하다는 것은 겪어본 사람은 안다. 緊張과 虛脫과 期待-그런 것이 복합되어있는 것은 아닌지...시인을 만나다 보면 정말 그들은 感覺이 살아있고 세상을 투시하는 특수 안경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식이 다초점 렌즈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詩를 듣고 있는 동안은 사람이 된 - 사람과 함께 산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여기 자주 들리는지도 모른다. ‘인간다운 사람을 만나는 부끄러움’ -이것이 여기 들리는 이유가 될까? 초면인 김구연 선생이 거절하지 않았으므로...곽현숙 사장이 먼저 서둘렀으므로...그리고 시인이 바다를 보고 싶어 했음으로... 잠시 월미도에 들렀다. 바닷새인 갈매기는 사람이 그리운지 손바닥만 한 습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고양이만 좋아하던 시인은 이 새를 보고 즐거워했다. 사리가 가까운지 바닷물도 사람들에게 아주 가까이 밀려와 출렁거리고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반공일’이라는 단편이 있고 우리에겐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가 있었다. 나는 바깥출입을 자주 하지 않는데 삼복의 반공일 그 월미도에서 맥주를 한 잔 기울였다. 그리고 박인환이 사랑한 버지니아 울프의‘歲月’ 한 토막을 떠올렸지만 그 세월이 항상 잿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잠깐일지라도 인생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고 밀물이 들고 어둠은 더 먼저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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