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시낭송회

다락방의 시인들 - 배다리시낭송회32

양효성 2010. 6. 27. 19:42

 

         다락방의 시인들 - 배다리시낭송회32

 

 

詩 다락방/

土曜日 午後 2시/

초여름 장맛비 내리는데/

반쯤 열린 다락방 창틀에/

장맛비 들치는데...

 

詩의 나그네들

빗소리를 듣지 못 하네/

도란도란 옹기종기/

누군가 읊조리면/

누구는 귀기울여.../

 

詩 다락방 午後 2詩/

장맛비는 내리는데.../

 

正午에 국방부에서 對外經濟貿易大學 캠퍼스커플의 주례를 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문득 2시를 알리는 알람소리를 듣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가좌인터체인지-동구청을 지나 아벨에 차를 세웠다.

 

오늘은 1년에 두 번 自作詩거나 愛誦하는 시를 낭송하는 날이다.

 

* 사평역에서 : 계단에서부터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애절한 목소리가 울린다. 이 구절은 낯익다. 생각해보니 이 시인의 ‘포구기행’을 한동안 뒤적인 적이 있었다. 집을 나서본 사람만이 느끼는 憂愁가 배어있는 글이었다. 그 사진도 나는 좋아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책이 있는데 인류의 보편성을 인간의 낯설음에서 발견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다. 나라는 골방에서 익힌 글을 타인의 목소리로 들으면 문득 달라진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이 시는 이철우[?]가 소설로 썼다고도 한다는데...

 

 

 

* 色에 물들다. : 자리를 찾아 비집고 앉자 I여고 1학년 김은주 양이 교복도 하나, 유리창도 하나, 시간표도 하나, 문제집도 하나, 표정도 하나같이 회색인 학교에서 무지개를 보고 싶어 썼다고 하는데...

 

그 시의 전문은 이 자리에 보충해야겠다.

 

* 다락방의 단골손님 : 이라기보다는 다락방을 지키는 주춧돌로 보이는 동화작가 정종환 여사는 인디안의 결혼 축시를 읽어 주신다. 칼릴지브란의 냄새가 배인 이 시는 물론 그 보다 먼 - 아마 베링해협을 건너간 몽골인디안의 전통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껴안고 있으면 춥지 않으리라...’그런 구절이 있는데 ‘운디드니에 나를 묻어다오’를 읽고난 뒤여서 그런지 그냥 스쳐 들을 수 없다.

 

* 이지운 씨일까? ‘달이 없는 그믐밤에만 당신이 왔지만...당신은 어둠을 타고 내려 왔다...뒷담 청솔가지 꺾어 놓고...약속대로’ 이원규 시인의 빨치산편지를 읽는다.

 

이지운 씨는 ‘난 괜찮아-’, ‘그 겨울의 찻집’ 두 편의 습작시를 읊는다.

그 시를 내 멋대로 읽어 본다.

 

02시

찜질방 네거리

신호등은 모두 파란색

 

나흘간 찜질방에서 답답도 하려니...

첫날은 낯설음으로 버티고

다음날은 그러려니 하고

셋째 날은 뭐 이래도 되는가하고

나흘째 새벽 02시

어둠속을 달리는데 주위가 고요하다.

신기하게도...

 

나만의 길

전생운운하며 언제 적에

이곳을 지났던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전생운운하며 언제 적에

이곳을 지났던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송림동15번지

02시 35분

불 꺼진 다방 2층

내 집 위에 또 집이

내 문 옆에 또 문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스위치를 돌리고

커피 한잔을 올려놓은

빈 방...

...........................

 

 

* 다락방의 또 다른 단골손님도 이제는 조금 낯이 익다.

‘커피 한 잔에’ 對句-次韻 하듯이 소재를 빌려 ‘농익은 부부’의 일상을 모성에 견주어 읊는다. 본인은 대중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대인공포증은 있다. 소통을 위해 우리는 악수와 예절을 배우고 그 중심에 말이 있다. 말이 통한다는 道理가 있고, 그리고 詩가 흐른다는 情이 있다. 이런 것이 天地의 性과 人間의 情인지도 모른다. ‘내게 앞가슴을 열어준 여인’은 그 예능적 성취인 祭儀요 舞踊인지도 모른다.

 

 

* 대광고등학교 때 문예반에서 시 낭독을 즐기신 선생님은 글을 쓰는 시간을 정확하게 메모한다. 언제 어디서 내가 왜 이런 느낌을 얻었는가는 삶의 자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의 賢淑씨는 처제가 되었다가 어느덧 외길을 가는 여성에게 오버랩 된다. 어질고[賢] 맑은[淑] 그의 이상형이 현실에서 걸어 다니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이어서 軍歌의 가사에 매료되어 ‘화랑담배/연기속에/사라진-/전우야-/’라는 가사를 노래로 씩씩하게 불러준다. 시인은 중세에 음유시인이었고 그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영화의 ‘카프렛가문의 축제’장면에 나온다. 우리에게는 歌客[노래손님]이 있었다. 시조든 가사든 44조의 連唱은 박자가 빨라지고 느려지고 멜로디가 비틀려도 우리 서민정서의 바탕에 있다.

 

 

 

 

 

* 시인의 싹 : I여고 학생들이 시를 읽는다. 윤동주의 自畵像을 읊는 소녀는 ‘우물 속에 갇힌 자신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에서 대해서 고민도 하는가 보다. 때 묻지 않은 목소리는 순수한 영혼을 기도하는 山寺의 물처럼 심금을 울린다. 또 다른 소녀는 유시화의 ‘해답’을 낭송하는데 도전적으로 느껴지지만 속내는 ‘자화상’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친구로 손을 잡고 이 낭송회에 왔을 것이다. 이들의 友情이 길이 오래기를 빈다. 이런 우정들이 모여 세상은 迷妄을 걷어내고 한걸음 앞으로 나갈 것이다.

 

I고등학교 2학년 조주안 군은 청년시인이다. 서울산업대 개교100주년 백일장에서 ‘어머니의 몸’으로 장원을 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에 이 자리에 보충을 할 것이다.

 

 

                                

                                             이지운 씨의 '그 겨울의 찻집...'

 

                                                              

                                                                                                       현숙의 노래

 

                                                

                                                                                         창틀엔 장맛비 내리는데.......

 

                                                                                  

                                                                                                                                 김학균 시인의 인천사랑

 

                              

                                                        I여고 여학생의...

                                                                    

                                                                                     시의 배달부-신 선생님

 

 

* 그 싹의 園丁 : 이 어린 싹을 기르는 선생님은 30년대 이탈리아 영화시대가 되돌아온다면 당연히 한 편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직 이창동의 詩를 보지 못했다. Il Postino[우체부]라는 영화가 있었다. 망명시인에게 편지를 전하며 詩를 사랑하게 된- 우리는 알려지지 않게 갯구멍의 게처럼 보름달을 보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LED의 불빛 아래 서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갯벌을 찾아온 문명의 장화를 보면서 플라톤의 동굴에서 기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2000년4월19일에 샀다는 시집에서 이 園丁은 한 편의 시를 朗誦한다. 따라 베끼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훔쳐왔는데 박남준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라는 구절엔 나도 생각이 많았다. .

 

나 오래 침엽의 숲에 있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감각을 곤두세운 숲의 긴장이 비명을 지르며 전해오고는 했지.

욕망이 다한 폐허를 택해 숲의 입구에 무릎 꿇고 엎드렸던 시절을 생각한다.

한때 나의 유년을 비상했던 새는 아직 멀리 묻어둘 수 없어서 가슴 어디께의 빈 무덤으로 잊지 않았는데

 

숲을 헤매는 동안 지상의 슬픈 언어들과 함께 잔인한 비밀은 늘어만 갔지.

우울한 시간이 일상을 차지했으므로 빛으로 나아갔던 옛날을 스스로 가두었으므로 이끼들은, 숨어 살아가는 것이라 여겼다.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포자의 눈물 같은 습막을 두르고 숲의 어둠을 떠다니고 있다

 

* 드문드문 김학균 시인의 인천사랑-다락방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토요일 2시가 되면 오매가 들리고 인이 박여서 발걸음이 다락방으로 향한다고...도시사람은 모두 그렇다면서...또 현숙의 노래를 인용하면서...

 

*그 현숙씨가 마무리를 하면서

 

스무살 꿈속에서 하늘노래 들었지/ 언덕에 누웠는데 / 언덕이 솜구름 되어/ 춤추며 날아갔지.../왈츠를 추면서 하늘나라를 날았지/ 별무리 지어 원을 그리고 내 주위를 돌았지/ - /세월은 가고 또 꿈을 꾸었지/ 별만큼 수많은 책들이 무리지어 나를 에워싸고 도는 / 별조각을 줍고 있는 나를 보았지....

 

그리고 김해자 시인의 ‘축제’를 낭송한다.

 

물길 뚫고 전진하는 어린 정어리떼들을 보았는가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 제각각 한 자리를 잡고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 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가 되면서

한몸 이루어 물결 헤쳐 나아가는 늠름한 정어리떼를 보았는가

난바다 헤치고 태평양 인도양 지나 남아프리카까지

가다가 어떤 놈은 가오리떼 입속으로 삼켜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군함새의 부리에 찢겨지고

가다가 어떤 놈은 거대한 상어와 고래의 먹이가 되지만

죽음이 삼키는 마지막 순간까지 빙글빙글 춤추듯 나아가는

수십만 정어리 떼, 끝내는 살아남은 다음 생을 낳고야 마는

푸른 목숨들의 일렁이는 춤사위를 보았는가

수많은 하나가 모여 하나를 이루었다면

하나가 가고 하나가 태어나면 죽음이란 애당초 없는 것

삶이 저리 찬란한 율동이라면 죽음 또한 축제가 아니겠느냐

영원 또한 저기 있지 않겠느냐

 

 

 

 

 

 

                                                                                           

                                                                                                다과회

                                                                                       

                                                                                                                                                                       다과회

 

                                                                                

                                                                                                                     다과회

 

내 나이보다 오랜 시집에서...

 

                                                    

 

                                       

                                                                                                                              발열 원문...

 

 

                                           

                                                         즉흥시를 읊으신.....

 

 

 

* 내 앞에서 많은 것이 죽어갔다. 이념이 죽고 꿈이 죽고 또 아버지가 죽고 이웃이 죽고 또 어머니가 죽고 희망이 죽어갔다. 메뚜기도 벼논의 참게도 우렁이도 피라미가 죽어갈 때마다 흙에도 바위에도 생명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런 무기물도 죽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것이 죽어가는 곳에 그래도 희망이 살아나고 새 생명이 돋아나고 자라는 것을 다시 보게 된다. 누운 풀 위에 눈이 덮이고 봄이 오고 다시 싹이 돋는 것을...꺼진 촛불위로 태양이 灼熱하고 다시 노을이 지면 촛불보다 멀리 촛불보다 밝게 보름달이 떠오른다는 것을. 오늘은 비가 내리지만 음력 5월 보름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기억에 흐릿해 지자 이창동의 ‘詩’가 태어난다. 쓸데없는 일로 청춘의 대량소모가 재연되는 것도 바라본다. 낙동강의 흐름처럼...죽고 또 살고 갈라지고 이어지는 몸부림들을 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나이보다 오래된 시집에서 鄭芝溶의 ‘發熱’을 나도 읽어 보았다. <20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