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시낭송회

배다리詩낭송50돌잔치- 배다리아줌마 : 2월25일 오후 2시

양효성 2012. 2. 22. 22:46

 

             배다리詩낭송50돌잔치- 배다리아줌마

                                                   임진년2월25일 오후 2시 배다리 아벨서점

 

 

                  한 달 벌어 한 詩人에게 바치는 ‘詩와의 사랑’

 

詩란 現實이어야한다는 말은 시간과 공간과 詩人이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도대체 정체불명의 詩들이 많은 세상이다. 더구나 얼마 전 영화로 기억이 생생한 ‘죽은 詩人의 사회’라는 말은 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한탄하는 말이다. 현실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생선처럼 파닥거리며 살아있다는 의미다.

 

평생 벌어 집 한 채를 샀다. 그 집이 바로 배다리시낭송의 집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도 쉬지 않고 헌 책을 팔아 한 달이 되면 마지막 토요일 오후 2시 대부분 샐러리맨들이 월급봉투를 받는 날 그는 詩人을 초청하고 다과를 마련하고 또 얄팍하지만 그 詩人의 진수가 담긴 시집을 만들어 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른다.

 

시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詩를 읽어주는 독자를 통해 자신을 음미한다. 독자는 詩人을 앞에 두고 자신의 목소리로 시인을 탐색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있고 또 詩人이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50회를 맞이하는 배다리시낭송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인천에서 제일 큰 신문사의 알림란에 제00회 배다리 시낭송회 ... 이렇게 파리똥만한 기사를 읽은 뒤였다. 그리고 그 신문사가 파리만큼 작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도 외면한 신문사도 있었지만... 아마 그 당시에 인천시청에서는 月眉島에서 달나라를 바라보며 은하철도가 날아다니는 꿈에 부풀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그 은하철도는 철거회사를 물색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인데 이 파리똥만한 배다리낭송회는 갈매기의 알을 품고 大洋으로의 飛翔을 꿈꾸고 있다. 날아라! 갈매기여!! 仁川의 역사가 다하는 그날까지-

배다리 지키기는 이 배다리아줌마의 또 하나의 노고의 결과다. 치통 때문에 다시 찾은 배다리에는 ‘배다리 지하차도 연구 중(?)’ 뭐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낡은 집 담벼락에는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게 했다. 임진년 봄이 오는 雨水에는 그 활발하던 동인천 시장과 롯데와 신세계가 있는 예술회관은 모두 전처럼 흥성거리는 기분이 없었는데 아벨에는 따스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연신 서가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산업도로가 이 배다리를 갈고 지나갔다면 50회 시낭송회도 함께 날아갔을 텐데 말이다.

 

발에는 깁스를 하고 : 이런 배다리아줌마가 숨은 목공 솜씨를 뽐내다 발목골절을 당하고 한 달이나 기독병원에 입원했다는 변고를 뒤늦게 알았다. 부기가 좀체 가라앉지 않는다는 말은 그렇고 걱정이다. 다행히 막 퇴원한 것은 아마 50회 낭송회에 꼭 참가하겠다는 집념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아벨서점은 동료들의 노고로 별 탈 없이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늘을 막으려고 망치와 못만 들고 천장에 매달렸다가 떨어졌으니 참! 못 말리는 아줌마다. 배다리아줌마- 하면 생각나는 것이 그의 자가용인데 그 자전거로 못가는 데가 없었다. 이제 그 자전거는 당분간 더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했다고 들었다. 아무튼 50회 詩모임에도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 정도로 詩에 대한 熱情이 식을 그런 아줌마는 아니니까 -

 

‘씨네마파라디세’- 이태리 영화 ‘시네마天國’을 기억하는가? 영사기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영화를 보여주려 광장으로 영사기를 돌렸다가 화상을 입고 만다. 배다리에도 지금은 헐렸지만 그런 극장이 있었다. 아줌마가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흘러간 영화를 상영하는 그 극장도 지켜냈을 것이다. 지금 ‘詩 다락방’은 靈的 셈법이 아닌 算術的 계산으로는 매우 좁다. 이 자리에서 낭송되는 詩가 배다리골목길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중계되는 그런 꿈도 꾸어본다. 또 이 낭송회를 통해 명성을 얻고 등단하는 시인이 줄을 이을 법도 하다. 아마- 100회쯤 되면 그런 일도 생길 것이다.

 

이번 임진년 2월25일 낭송회에는 호인수 시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차라리 문둥이일 것을’, ‘백령도’ 등의 시집을 낸, 또 神父인 좀 특이한 이 시인은 무언가 종교가 종교를 팔고 교육이 폭력의 마당이 되고 경제가 노름이 되고 선글라스페이퍼[色眼鏡言論]의 濁流 속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지칠줄 모르고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온갖 교육토론- 복지논쟁- 설교와 논설과 훈육과 교도소 보다도 한 편의 시가 세상을 淨化하는 石間水같은 존재가 아닌가 한다. 나는 지금 인천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그 자리에 갈 수 없어 이런 글이나 쓰고 있지만 할 수 있다면 ‘번개모임’을 해서라도 이 50회 잔치를 빛내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 글을 써 본다. <*>

 

    

이번 25일에는 50회로 호인수 시인의 시가 낭송돤다.

 

시다락방에는 이미 50회에 등장할 시인의 시 '폭포'가 걸려있다

 

이 시집이 벌써 50권째가 되었다 - 그간 배다리를 다녀간 시인들

 

배다리 입구에는 헌책방 벽화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 전철이 달린다

 

동인천 거리는 왠지 한산해 보이는데...

 

동인천 시장골목도 어둡고-

 

한복집으로 혼수에 환갑잔치에 북적이던 시장이...

 

아직 이른 봄탓인가? 불경기의 여파인가?

 

 

이 용화반점도 50년ㄴ의 역사로- 줄을 서야 점심을 먹곤 하는데-

 

길가의 어떤 건물은 지난 세월 상가의 모습도 보이고...

 

백화점을 안고 있는 이 터미널에 내렸다가 그날밤 다시 먼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쉴틈없는 현실이지만 이 터미널에도 詩가 어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