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촌가는길

친구를 기다리며...머시깽이의 시골유치원

양효성 2012. 6. 5. 18:17

 

 

시골유치원에서 10일간[2] -오동촌 가는 길[19]

친구를 기다리며...머시깽이의 시골학교

 

자리를 잡는다는 것 : 머시깽이는 학교에 다녀와서 매우 피곤했나보다. 어제는 일찍 잠들었다. 할아버지가 이슬을 헤치며 밭의 풀을 한줌 뜯고 나니 머시깽이는 漢字를 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외손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부지깽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처음 친구들을 만나고 上氣되어 어젯밤 늦게까지 거실을 휘젓고 다녔으니까... 그래 오늘은 토요일! 늦잠을 좀 자게 두어야지- 부지깽이는 어제 처음 만난 친구가 귀엽다고 볼을 쓰다듬었다는데 손톱을 깍지 않은 그 낯선 친구 때문에 볼에 훈장을 한 장 붙이고 하교했었다.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은 動植物뿐 아니라 천지자연의 그 어느 하나에도 빈틈이 없는 것이다. 달도, 해도 제 자리가 있고 나무도 풀도 또 너구리도 모두 제 자리가 있는 것이다.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면 그 멧돼지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소란하다. 할아버지가 이 땅에 자리를 잡는데도 어려운 일을 겪었고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구석이 허다하다. 집의 자리를 정하고 또 텃밭과 배수로를 정리하고 그 자리에 알맞게 토양과 햇빛을 보아가며 옥수수, 고구마, 마늘, 양파, 부추, 쪽파, 대파, 고추, 참깨,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등등을 심고 물과 비료를 주고 하늘을 우러러 구름과 비를 살피는 일은 모두 제자리를 잡는 일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과 밭의 두둑과 고랑을 정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머시깽이는 거실의 한 구석 제 자리를 잡을 줄 알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색연필을 끌어다 그림도 그리고 책을 찾아 혼자 읽기도 하고 동생이 깨어나면 장난감 자동차나 자석블럭을 찾아다가 놀아주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집밖으로 나가면 또 사정이 달라진다. 새로운 환경에 제 자리를 착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들에게 職場을 옮기는 어려움처럼 아이들에게 轉學만큼 힘든 시련은 없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이 잠시 다른 학교에 몸을 옮겨 담는 일일 것이다. 다행스럽게 두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환영을 받았다.

‘내일 또 학교에 갈 거야?!’

‘응! 갈꺼야!’

‘재미있었어?’

‘응!’

 

아이들은 다니던 학교에도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가 있다.

 

도시에서 온 친구 : 할아버지는 조이장과 밭둑에 돌담을 쌓고 계단을 만들고 또 잡초를 예초기로 자르고 겨우내 방치했던 땔나무를 정리하시면서 종일 밖에서 일을 하십니다. 오늘은 인천에서 서현이와 서진이가 와서 하룻밤을 자고 간다고 합니다.

‘친구가 오면 싸우지 말고 잘 해줄 거야?’

‘네! 장난감도 나눠 주고...재미있게 놀 거야? 그런데 서현이는 몇 살이야?’

‘서현이는 너하고 같고 또 서진이는 부지깽이와 똑 같고...’

‘와! 재미있겠다.’

 

서울과 인천-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농촌에서 만난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서현이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제자인데 지금은 할아버지의 치아를 돌보는 치과의사고 엄마는 과학선생님이시다. 머시깽이는 콩국수로 점심을 먹고 할머니를 도와 손님방을 치우고 장난감을 정리하고 계단을 쓸었다.

 

서현이는 저녁 6시에 인천을 떠났는데 길이 막혀서 9시가 다 되어 우리집 문을 열었다. 우리는 그림을 그리다가 동화책을 보다가 둥근달을 바라보고 잠이 들었다.

 

일요일 : 오늘은 공휴일이다. 햇살이 동산에 오르고 마당에 나선 친구들은 새소리를 들으며 파란 앞산을 보고 신기해했다.

어린이 자동차도 타고 뜀박질도 하다가 동네 어귀의 돌모랭랭이 할아버지 집까지 산보를 했다. 산비탈의 바위를 깎아 길을 만들어서 모퉁이가 생겼다고 돌모랭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동구나무가 그늘을 만든 그 집에는 그네도 있다. 돌모랭이 할머니는 그네도 태워주시고 평상에서 놀게 해주셨다. 서현이 아버님은 200년이나 된

그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옥수수와 열무 밭에 물을 주었다. 어린 서진이도 물을 주겠다고 떼를 썼다. 할아버지는 가뭄이 너무 오래간다고 걱정이시다. 서현이는 콩국수로 저녁을 먹고 밤9시가 되어서야 인천으로 떠났다. 아쉽지만 시골을 좋아하게 된 서현이와 다시 만나고 싶다.

 

내일은 또 유치원 가는 날이다. 숙제를 하고 잠이 들었다. <*>

 

    

아침에 일어나면 내 자리를 찾아 글을 씁니다. 이 밥상은 할아버지가 제가 태어났을 때 주신 선물이지요! 

 

 

이 열무는 제가 이장님과 함께 뿌렸는데 벌써 많이 자랐어요.

 

 

 

세살짜리 서진이는 시골이 낯선가봐요...

 

아빠를 돌아보다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는 원두막에서 연못을 바라봅니다.

 

자동차를 타고 놀다가-

 

돌모랭이 할아버지집에서 놉니다.

 

200년이난 된 동구나무그늘은 시원해요-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

 

고추-마늘-상추는 모두 밭에서 나왔지요...

할아버지는 고기를 사러 목천의 농협공판장에 가셨구요...

 

우리는 모두 모두 물을 줍니다.

 

옥수수야! 잘 자라거라!

 

이번 여름에 서현이가 또 놀러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