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촌가는길

부추 이야기...[오동촌 가는 길 5]

양효성 2011. 10. 10. 13:53

        

                     부추 이야기...[오동촌 가는 길 5]

 

아침에 일어나면 길에 떨어진 은행을 주워야 한다. 차들이 지나가면서 툭 터지면 으깨져서 길 위에 눌어붙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밤도 몇 알 줍고 나서...

 

배추밭에 물을 대고 있는 김사장 부인과 인사를 나누다 비닐하우스에서 시들어가는 부추를 몇 뿌리 얻었다. 뿌리가 얽혀서 뽑는 것이 녹녹치 않았다. 가지런히 모은 뒤 웃자라고 시든 잎을 가위로 싹둑 잘라서 돌아오는 봄에 그 푸른 맛을 보기로 했다.

 

부추는 鷄糞 비료를 쓰면 毒해서 먹기 어렵다고 한다. 부엌 앞에 심고 매일 아궁이의 재를 긁어 뿌리면 싱싱하게 자랐는데 이제 기름을 때면서 긁어모을 재가 없다. 온갖 마른 나무로 정성껏 밥을 짓고 온돌을 데우던 그런 재와 견줄 수 있겠냐마는 벽난로의 재라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에 따라 ‘정구지’-‘솔’ 등등 이름이 다른데 5월이 지나면 너무 세서 ‘쇠풀’이라고도 하고 覆盆子처럼 힘이 너무 세서 무엇으로 그렇게 하는지는 몰라도 ‘집이 부서진다’는 ‘破屋草’라는 별호도 있다고 한다. 대공이 올라오고 하얀 꽃이 피는 부추를 어머니는 우물가 장독 옆에 심으셨는데 새집을 지으며 포크레인이 모두 엎어버렸다. 유현이가 엉성하게 곡괭이질을 한 황무지에 열발쇠스랑과 삽으로 두둑을 만들었다.

 

엉킨 뿌리를 떼어내 한 뿌리 한 뿌리 정성껏 처형은 골을 파며 부추를 심는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를 厚德仁慈하심을 그리워하면서...

 

漢字에는 알파벳처럼 部首라는 것이 있다. 萬物을 範疇로 나눈 것인데 AD100년에 許愼이 처음 이런 試圖를 했을 때는 540개의 범주였는데 1615년 明나라 말기 梅膺祖가 범주보다는 字形을 중심으로 214개로 줄였지만 범주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아 지금도 중국 일본 대만과 한국의 字典에서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木’이나 ‘艹’가 들어가는 글자는 어김없이 ‘나무’와 ‘풀’과 관계되는 글자가 모여 있는 것처럼...문제는 葷菜[매운 채소]인 부추[韭]로 따로 部首로 만든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추는 동양인들에게 중요한 채소였다.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한자교과서인 急就章에도 이 채소 이름이 있어 중국사람들의 밥상에 부추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음식재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탈이 나면 이슬을 털며 부추를 잘라 된장에 끓여주시던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아스라이 지워져가는 기억이지만...

 

아무튼 지난 春分에 시작한 시골집 짓기가 때늦은 寒露에 부추밭을 일구고 나서 완성된 느낌이다. 겨우 부추잡채 정도의 요리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눈 내리는 날 책을 정리하면서 本草綱目이나 東醫寶鑑을 뒤져 조상들이 이 부추를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오늘은 寒露 - 흰 이슬이 내린다는데...아침6시 오동촌은 안개와 어둠에 묻혀있습니다.

지금 한참 벼베기로 바쁜 철인데도...

 

고구마를 캔 자리에 틈을 내서 이장님 부부가 마늘밭을 갈아 주었지요...

 

울밑에는 밤이 영글어 절로 떨어지고...

 

아이들은 고구마를 먹고 놉니다.

 

이 황폐한 고랑이 막 부추를 옮겨 심은 자리인데...

 

달밤에 아름답던 메밀은 아주 흉작입니다.

 

 

새봄에는 제법 푸르겠지요...

 

배추에 고갱이가 올라오고 있으니 겨울이 멀지 않겠네요..모두에게 안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