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
풀죽은 자리에
하얀 눈이 내려
구들목에 군불지피고
들앉으라는
神의 소리
흰 눈이 내려
흰 눈이 내려
하얀 개는 눈 속에
더 희고
그믐달은
漆黑 冬至에
흰 눈썹
그리다.
둔치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는 강이나 못 따위의 가장자리,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기는, 물가의 평평한 땅이라는 뜻이고 영어로는 ‘the water's edge, the terrace land on the river, the high-water-level land by the river’라고 하는 모양인데 江의 ‘terrace’ 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일본어로는 ‘水辺, 水辺の丘’라고 하는데 어느 말이나 江의 주변이지 중심은 아니다. 그렇다고 맹장처럼 잘라내 버리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여름이면 불어나는 물이 가득 차는 강의 일부다. 이 강가에 버드나무가 늘어지고 모래무지가 살며 웅덩이가 생겨 오히려 강을 더욱 아름답게 치장하는 공간이다. 이 둔치가 있어 강은 더욱 여유롭고 또 홍수의 범람을 막아 이웃에 폐를 끼치지 않는 예의를 갖추게 된다.
장발이 보기 싫다고 모두 깍두기를 만든 시대가 있었다. 단발령이 있기 그 이전에는 긴 머리를 빗고 감아올려 상투를 튼 시대도 있었다. 두 번의 斷髮令으로 잘렸던 머리는 지금 다시 자라고 있다.
江을 가로막은 둑이 샌다고 한다. 얼음이 얼면 둑이 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冬至가 아무리 긴 밤이라지만 동은 트고 태양은 또 다시 점점 높이 올라 대지를 고루 비추고 또 풀을 자라게 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구들목의 잔불을 정리하고 들판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農夫여!
2011년 12월22일 동지
나는 개가 아니어서
겨울이 오면 옷을 껴입는다.
털갈이 하는 개를 본다.
나는 개가 아니어서
밥을 주는 주인에게 복종할 수 없다.
털갈이하는 개를 보면서
마음을 털갈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밥을 주는 주인의 발을 핥는
혓바닥을
하나
더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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