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 고양이[오동촌 가는 길 4]
오동촌에 집을 짓고 있습니다. 거의 다 되었는데 장마가 그칠 줄 모르네요! 들고양이라고 할까요? 山고양이라고 할까요? 집 없는 고양이가 빈집에 새끼를 치는 걸 보았는데 어느새 많이 자라 3代인지 4代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어디서 다쳤는지 발이 하나 없습니다. 그래도 기브스를 하지 않고 세발로 새끼들을 거느리고 끼니를 찾아다닙니다. 밤낮없이... 가여워서 먹다 남은 밥을 주기 시작했더니- 밤새 먹어치우곤 합니다.
비가 오네요. - 너무 오네요! - 그치질 않아요! - 갈 곳이 없어요. - 그래도 사람 사는 집은 무서워요!
그러던 어느 날 - 우리 집 추녀... 내가 쉬는 의자에 새 주인이 자릴 잡았어요! 시멘트에...기와에 건축자재를 쌓아놓은 베란다에...
저녁밥은 大門[자리만 그렇지! 대문도 없는 집인데...]에 놓아두는데 이 녀석들은 사람만 나타나면 도망갑니다. 그러다가 人跡이 뜸해지면 다시 밥그릇을 핥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고양이를 보고 싶어 안달입니다.
‘고양아! 고양아!’
그래도 대답이 없으면
‘나비야! 나비야!’
목소리를 높였다 낮췄다 부르고 또 불러 봅니다...
1989년 함부르그의 전용극장에서 10년째 공연하던 ‘Cats’를 보았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
먹을 것이 없어요!
밖에는 비 내리고요-
엄마는 어디 갔나요-
여기 밖에는 젖은 발을 말릴 곳이 없어요-
잠시 비가 그친 저녁-
아이들은 길가에 저녁밥을 차려놓고 목청껏 '나비야!'를 웨치지만-
봉황산아래 밭은 황량하고...집만 덩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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