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없는 나라 - 북한의 국경선[1]
압록강의 하구에 딴동[丹東]이라는 도시가 있다. 朝鮮은 日本에 13차례인가 통신사를 파견했고 明淸 兩代에 걸쳐 북경에 600여 차례의 燕行使[당시 北京을 燕京이라 했음으로]를 보냈다. 熱河日記는 그 가운데 한 번의 기록이다. 어느 여름날 蒙古馬한를 한 4匹 얻어 馬夫와 함께 그 일기의 날짜에 맞추어 그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결국 기차와 버스와 택시로 지나치고 말았지만 그 사전조사로 하룻밤 묵은 곳이 丹東의 圖門酒店이었다. 이 호텔은 압록강변의 철교에 거의 잇닿아 있었다.
한낮에 강변의 식당에서 冷麪을 먹고 야루쟝피쬬[鴨綠江啤酒]를 한 컵 마셨다. 유람선에는 낯선 중국인들이 무표정한 얼굴을 강바람으로 씻으며 연기가 오르지 않는 신의주의 굴뚝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기가 오르지 않으면 공장이 쉰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강심이 國境線일 텐데 배는 매우 가까이 피안을 따라 한참을 돌았다. 이불을 널고 있는 그쪽의 巡視船[?]이 보였다.
날이 밝자 물안개로 橋脚에 치마를 두른 斷橋[동강난 다리] 위로 동그란 太陽이 솟아올랐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자 단교와 나란히 떠 있는 신교[中朝友誼橋라는 글씨가 선명하다]위에 중국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해는 한층 높이 올라 물안개를 걷어냈다. 아무도 없는 단교를 산책했다. 이 다리는 큰 배가 지나가도록 개폐식으로 건설되었던 듯하다. ... 한참을 걷다가 돌아와 아침 커피를 마시는 창틀에 강변을 산책하는 善男善女들이 어른거린다. 그들은 파라솔을 들고 한 장에 10元하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핥기도 했다. 그 뒤에 해외여행안내판이 요란한데 알고 보니 강 건너 북한으로 3박4일 - 5박6일 등등 여행하는 광고였다. 멀리서도 보이는 그 안내판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北韓을 北쪽으로만 바라보다가 丹東에서 南쪽으로 北韓을 바라보는 감회가 새로웠다.
199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庶民의 한 사람으로 나도 旅券을 발급받고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나라에는 나도 가보았다. 지금은 일본도 미국도 비자없이 갈 수 있고 세계에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아무튼 내 여권으로는 밟을 수 없는 彼岸을 잠시 바라보았다.
아무튼 커피를 마시고 택시를 하루 빌려 燕行使들이 江을 건너던 호산장성 의 옛 나루터를 지나 수풍댐을 보고 펑청[鳳城]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펑청은 熱河日記에서 서울의 北漢山을 닮았다는 봉황산이 있고 당시에는 압록강변이 일종의 비무장지대였으므로 여권심사와 통관절차도 밟는 柵門[책문]이 있었던 곳으로 영어로는 보더[border] 중국어로는 삐엔팡[邊方] 또는 삐엔징[邊境] 아마 그런 입국심사대였던 모양이다. 펑청을 지나 ‘草河口 어드메뇨 胡風은 참도 찰사’ 라는 時調로 널리 알려진 草河口를 지나면 심양에 이르게 된다. 택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쉴 새 없이 지껄이는 운전수를 앞에 태우고 鴨綠江을 거슬러 텅 빈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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