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생가의 ‘永朗詩選영랑시선’ [남도기행1]
1956년에 간행된 ‘永朗詩選’에는 이런 시가 머리에 실려있다.
내가슴 속에 가늘한 내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해 고요히 지는제
먼ㄴ山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수심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이틀 정렬에 뚝뚝 떠러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가슴 놓고 갔을줄이야
얼결에 여흰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우에 철-석 개ㅅ물이 노히듯
얼컥 니-는 흣근한 내음
아! 흣근한 내음 내키다 마-는
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나니
수심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라빛
‘저녁해 고요히 지는제/ 먼ㄴ山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이곳에 와서 이 詩를 읽으면 다르다. 그 보랏빛을 율포의 다비치콘도 5층의 베란다에서 해지고 난 7시쯤에 보았다. 그 보랏빛은 분홍에 가까웠는데 산머리에 걸쳐 있었고 그는 ‘수심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이라고 맺었다. 무심히 지나치는 한 순간을 나는 고요히 생각해 보고 또 그를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이 베틀로 옷감을 짜고 또 물을 들이고 저고리에 걸치는 그 묘한 색깔을 음미했다.
그 보랏빛은 뜰앞의 모란꽃의 색깔에 입혀지고 또 울컥- ‘뻘우에 철-석 개ㅅ물이 노히듯
얼컥 니-는 흣근한 내음‘ - 사랑했던 사람의 體臭를 吐해낸다. 그 사람은 갯가 여인이었을까? 그 여인의 체취가 - 땀냄새가 살갗에 스미고 五臟에 젖어들어 있었을까? 남도의 갯내음은 동해에서 맡는 바닷바람과는 다르다. 해남-장흥-보성-순천 등이 모두 浦口를 들너머 두고 산을 의지해 있다. 유독 강진만이 한국의 나폴리라는 마량항이 있다지만 다산초당을 끼고 좁은 만을 끼고 바닷가에 있다. 그 갯고랑을 타고 오는 갯내음! 故鄕은 母性을 닮았다.
이 시집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오-매 단풍 들것네’ 등등 60首의 시가 실려 있다. 徐廷柱가 跋詞와 李軒求의 跋文이 실려 있다. 有志가 한 권의 시집을 갖고 있어 정성껏 影印했다는 詩集은 권 당 5천원에 판매하는데 나는 한 권을 더 샀다.
월요일인데도 이 집 행랑채를 쌀쌀한 봄바람을 견디며 문화해설사인 위동연 씨[010-2641-9455]가 지키고 있다. 여기서는 아주 싼 값에 手製 茶도 마실 수 있다. 국화, 대추, 생강 그리고 우전 등등 ...
‘사실 南道 茶의 正統은 강진이지요...’
‘모란이 핀 기와집을 사진으로 본 것 같은데...’
‘저 집은 민속문화재로 등재되었지요. 본래는 초가였는데 한 때 사랑채에 기와를 얹은 것을 증언을 바탕으로 원형으로 복원했지요...거의 모든 詩를 저 행랑채에서 지었답니다.’
해는 뉘엇하고 국화차를 몇 번 우려 마시고 나니 寒氣가 가신다.
뜰의 모란은 막 새싹을 틔우고 어린이날이 다가오는 4월의 마지막 金-土-日曜日에는 모란이 피고 영랑축제가 열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단다.
다산초당 - 고려청자도요지 - 마량항의 토요음악회를 비롯해서 남도한정식의 명가 예향[061-433-5777] 등등 강진은 서정적 나그네들의 고향이다. <2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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