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경의 열린음악회 - 인천 학익동 문학옛길
봄비 내리는 늦은 밤. 갯내음을 문학산 뒤에 남겨두고 인천도호부가 있던 옛길 오르막에 노래를 불러주는 소녀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조선시대의 흑백사진이 떠오르겠지만 100년 사이에 이 길은 몰라보게 변했다. 양현경의 열린음악회가 매일 밤 10시에 여기서 열린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라는 노래는 그의 데뷔곡인데 28년 된 노래라고 한다.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 말을 잃어 묵묵히 앉아있네요. 이런 가락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실은 저마다 할 말이 가슴속에 가득 차 있다. 깨어있는 한낮의 우리네 인생이 저마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또 잠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가슴을 열어보는 시간이 저마다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양현경은 그런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그의 가락은 잔잔하면서도 그런 深思의 曲折을 굽이굽이 파고든다. ‘어떤 우울한 날’ 거리에 비 내리던 날 무작정 떠나고픈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은지’도 빗물이 한 방울 거리에 내리는 길을 방황하기도 한다. 창가의 ‘수선화’도 비를 맞고 피어 있다. 그리운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떠났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양현경은 고집스럽다고 했다는데 아마 한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는 그의 意志를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들으면 그 고을의 風俗을 안다고 했다. 양현경은 ‘大衆歌謠가 歷史’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는 역사를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맨발로 밤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청년에게도 또 이제는 손자를 둔 아빠에게도 靑春은 있고 한 사람의 歷史가 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아빠들이 밤늦게 일터에서 돌아오며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들고 아들을 찾아왔고 엄마는 김밥을 말며 아이들의 ‘逍風’을 준비했다.
소월의 진달래꽃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詩’라고 하지 않고 ‘노래’라고 했었다. 노래가 詩였던 것이다. 孔子는 노래를 ‘哀而不傷樂而不淫’이라고 했다. 슬프되 이지러져서는 아니 되고 즐겁되 넘쳐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中庸 또는 調和 - 하모니를 염두에 둔 것일까? 고집스럽다는 외길에는 그런 의미도 들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밤늦은 10시에 양현경은 매일 여기서 노래를 불러준다. 하이네켄을 한 컵! 또는 잭다니엘을 한 잔! 한치를 한 마리 구워놓고 '세월의 소풍'을 나서는 것도 뜻있는 일이 아닌가?! 다정한 벗들과 함께... 歲月이 어디 나를 기다려준 일이 있던가? Seize the Time! - 勿失好機란 이런 말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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