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詩 - 외국인이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 尹海燕 편역 韓國現代名詩選讀 民族出版社
양력으로 토끼의 해가 되었다. 어제부터 집안에 여기 저기 먼지에 덮인 시집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이삿짐을 치우기로 한지 3년 이제 또 이사를 가면서 시집을 한곳에 모으게 된 것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배다리 詩다락방에 나간 지 거의 1년이 된 시점이다.
시낭송회에서 詩人들을 만나보고 그리고 아벨서점의 사가에서 시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많은 시인들이 있었나? 새삼 놀라기도 했다. 그보다 몇 년 전 Y교수의 시에 관한 평론을 읽으면서 또 특강[?]을 들어가며 처음 詩를 이렇게 읽는가 생각한 것도 한몫했지만 아무래도 詩人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실감이 더 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의무적으로 배웠던[?] 詩들을 떠올리곤 했다.
지금 먼지를 털고 있는 시집 가운데 ‘韓國現代名詩選讀’이라는 책이 보인다.
2007년에 나는 심양에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영상과 영하가 다를 뿐 30도가 기본인 연교차 60도의 기온차가 나는 이 먼지 많은 도시는 내게 낯설었다. 10층쯤 되는 빌딩에서 둘러보면 산이 보이지 않는 - 지평선만 바라보이는 이상한 도시였다.
그곳에서 왜 漢나라 때의 국어책인 急就章을 번역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아리송하다. 아무튼 赤手空拳으로 그곳에 머물던 나에게는 읽든 안 읽든 헌책방이든 거리에서건 字典과 歷史와 言語와 文字에 관한 책을 사들이는 것이 일이었다. 新華書店은 전국에 체인이 있는 큰 서점이다.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西塔에는 단층짜리 아주 작은 新華書店이 있고 시내에는 7층짜리 신화서점이 있다. 또 심양에는 조선족들의 언어[이렇게 말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모르지만-]로 책을 만드는 민족출판사도 있다. 그 시집은 이 민족출판사에서 나왔고 나는 서탑의 서점에서 이 책을 샀다.
‘이 책은 한국 대산문화재단...길림대학사회과학처...’등의 연구 기금으로 출판되었다는 헌사가 있는 속표지에 2007.8.21(火)에 샀다는 내 글씨가 있다. 그리고 당시의 궁금증은 이러했다.
- 중국인들은 어떤 한국의 詩를 알고 있을까? 알고자 할까?
- 중국인들은 그 시를 어떤 情緖로 받아들일까? 詩語와 가락과...
- 漢族 학교에 다니는 조선족3세들은 이 詩를 어떻게 읽을까?
이 시집의 왼쪽에는 한국어 오른쪽에는 번역이 실려 있다. 36-37쪽의 누구나 아는 素月의 ‘진달래꽃’은 아래와 같다. 번역된 중국어는 簡體를 칠 줄 몰라 모두 繁體로 옮겨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金達萊花
當你厭倦
離我而去
我將黙黙爲你送行
寧邊藥山
金達萊花
采摘滿懷欲撒離徑
寸寸步履
朶朶花瓣
請你輕輕地踩着離去
當你厭倦
離我而去
至死也不會眼泪縱橫
이로써 黙讀에 대한 답은 얻은 셈인데 朗誦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웃의 중국 사람에게 한번 부탁해 보아야겠다. 요즘은 웬 憲兵인지 MP3인지 뭔지를 이용하면 녹음을 하고 PC에서도 재생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언제 전문가를 불러보아야겠다. 진달래꽃을 金達萊花라고 한다니 그런 꽃이 중국에서는 어떻게 피는지도 궁금하다. 내친 김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영역도 올라있다. ‘지게를 놓고 A자도 모르니’ 알 수는 없지만 위에 원시가 있으니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를 ‘I will gently let you go.’로 옮겼다고 짐작할 밖에...
The azaleas
If you go away
Through with me
I will gently let you go.
I will gather an armful
Of azaleas at Yaksan*, Yongbyon
And scatter then on your path.
Tread with a tread,
Soft and light,
On the flowers you go.
If you go away
through with me
No tears I will show though I perish.
이 시집에 등장하는 시인들은 누구인가? 아마 대부분의 시인들의 시집은 집 어디인가 있을지 모른다. 현대문학사를 펼치지 않더라도 이런 순서로 시집들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시집에는 김억, 주요한, 이상화, 홍사용, 이장희, 김소월, 한용운, 김기진, 김동명, 김동환, 심훈, 정지용, 林和, 박세영, 김영랑, 김기림, 이상, 신석정, 유치환, 이육사, 오장환, 백석, 이용악, 노천명, 서정주, 김광균,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윤동주 들이 순서대로 실려 있다.
참고로 이육사에는 絶頂, 喬木, 曠野, 花가 실려 있는데 1904년에 태어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에 옥사한 그에 대한 해설에는 이런 이력도 보인다. 일부분을 발췌해 본다. ...필명은 李活, 戮史, 陸史. 1924년에 일본유학, 1926년 북경을 거쳐 廣州中山大學에 학적을 두었을 때 이름은 李活이었다. 1927과 28년 사이에 1년7개월 대구감옥에 있을 때 수인번호가 264여서 음이 같은 이육사를 필명으로 했다. .... 1943년 4월 다시 북경으로 건너가 重慶과 延安을 돌며 국내에 무기반입을 준비하고 7월 모친과 장형의 제사에 참석했다가 가을에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되고 1944년1월16일 북겨의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1946년 그 동생이 시집을 출간했다...
2007년 당시 심양의 서탑거리에는 1민족3국가라는 稀罕한 한민족이 섞여 있었다. 한국, 조선, 중국인 조선족... 게다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펴보니 編者는 黑龍江 출신의 尹海燕 교수로 延邊大學朝文系 學碩士를 하고 2001년 仁荷大學校에서 博士學位를 취득했다. 2004-5년에는 高麗大學校 訪問敎授였으며 이 책이 나온 2006년에는 吉林大學朝鮮語系 副敎授로 在職중이다. 우리 핏줄인 - 아마도 집에서는 한국어를 들으며 자랐을 尹교수가 한국에서 학위를 하고 또 교환교수를 지낸 바탕으로 이 시선집을 번역하여 낸 듯하다. 한국어와 핏줄이 다른 漢族의 젊은이는 한국시를 또 어떻게 볼 것인가? 韓流의 노래들은 어떻게 공감되는 것일까?
우연히 본 또 한권의 책은 조성환의 ‘북경과의 대화 - 한국 근대 지식인의 북경 체험[學古房]’에 나오는 詩들이다. 오상순의 ‘방랑의 북경’을 필두로 심훈, 박세영, 임학수, 오장환, 주요섭, 조명암[북경의 달밤-손목인 작곡, 김정구 노래 1940] 등의 詩가 실려 있는데 모두 이러저러한 이유로 북경에 머물며 지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우리의 詩를 저들이 읽거나 우리가 저쪽에 가서 실어온 정서이거나 이색적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이런 기회에 오히려 우리의 정서가 더 대비되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부모자식과 부부간 나아가 남과 얼마만큼 공감하고 이해하는가? 그러다 보면 우리의 해외 접촉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비치는 것 또 그들이 우리에게 비쳤던 것을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술 더 떠 인터넷에는 우리 사투리로 옮긴 진달래꽃도 있다. 지방이 달라지면 정서도 달라지는 것일까? 이는 좀 장난기가 느껴지지만 그런대로 특이한 방언들이 들어 있어서 그냥 옮겨둔다.
경상도 버전
내 꼬라지가 비기 실타고
갈라카모
내사마 더러버서 암 말 안코
보내 주꾸마
영변에 약산
참꽃
항거석 따다 니 가는 길에 뿌려 주꾸마
니 갈라카는 데마다
나둔 그 꼬슬
사부자기 삐대발꼬 가뿌래라
내 꼬라지가 비기 시러
갈라 카몬
내사마 때리 직이 삔다 케도 안 울 끼다
충청도 버전
이제는 지가 역겨운 감유
가신다면유 어서 가세유
임자한테 드릴건 없구유
앞산의 벌건 진달래
뭉테기로 따다가 가시는 길에
깔아 드리지유
가시는 걸음 옮길 때마다
저는 잊으세유 미워하지는 마시구유
가슴 아프다가 말것지유 어쩌것시유
그렇게도 지가 보기가 사납던가유
섭섭혀도 어쩌것이유
지는 괜찮어유 울지 않겄시유
참말로 잘가유
지 가슴 무너지겼지만
어떡허것시유
잘 먹고 잘 살아바유
제주도 버전
나 바레기가 권닥사니 벗어정
가고정 헐 때랑
속 숭허영 오고셍이 보내주구다
영변의 약산 진달레꽃
가득 토당 가고정헌 질에
뿌려주쿠다
가고정헌 절음절음
놓인 그 꼿을
솔때기 볼드명 가시옵서게
나 바레기가 권닥사니 벗어정
가고정 헐 때민
죽었자 아니 눈물 흘리쿠다게
전라도 버전
나 싫다고야
다들 가부더랑께
워메~나가 속상하겨. 주딩 딱 다물고 있을랑께
거시기 약산에 참꽃
허벌라게 따다가 마리시롱
가는 질가상에 뿌려줄라니께
가불라고 흘때마다
꼼치는 그 꽃을 살살 발고
가시랑께요
나가 골빼기 시러서
간다 혼담서
주딩이 꽉 물고 밥 못 쳐묵을
때까지 안 올랑께
강원도 버전
나보기기 기 매해서
들구버질 저는
입두 쩍 않구 고대루 보내드릴 기래요
영변에 약산 빈달배기 참꽃
한 보뎅이 따더 내재는
질라루 훌훌 뿌레 줄기레요
내 걸리는 발자구발자구
내꼰진 참꽃을
지져밟고 정이 살페 가시우야
나 보는 기 재수바리웁서
내 툴저는
뒈짐 뒈졌지 찔찔
짜잖을 기래요
새해에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기를...<*>
수록 시들의 시집 들이 정겹다.
뒷표지에 소개된 '離徑'은 '그립다 말을 할까'...로 시작되는소월의 '가는 길'이다.
이책에는 북경에 체류했던 근대 지식인들의 산문과 詩들을 모은 것으로
당시의 북경을 우리 지식인들이 어떻게 보았는지 실감이 난다.
근대판 열하일기라고 해야할지? 연행록이라고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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