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가 간다' 다시 보인 존 레논 -
조혁신의 <카페 다고타하우스>
비틀즈는 왠지 내게 비틀린 인상으로 남아있다. 長髮-그 머리에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작위를 받고-시끄러운 반주-광적인 팬들-두 섬 나라 남녀의 엉킴- 등등
그런 남자의 노래에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않고 떠밀지도 않고 흔들지도 않아서 우리는 뉴욕을 고향으로 삼기로 했지...’라는 <뉴욕시티>의 한 소절이 조혁신의 소설에 등장하면서 나는 인천에서 2010년 존 레논을 다시 보게 된다.
<카페 다고타하우스>에는 노조설립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첫사랑을 빼앗아간 동창생과 마주친 작중화자가 등장한다. 동창생의 비아냥거림은 話者의 상실이 아닌 이 사회의 喪失이요 화자가 속한 이 시대 언론의 無力을 반사적으로 보여준다. 상실이 가져다주는 무력감과 그것을 조장하는 소도구들이 나른하게 나열된다. 때 없이 전화를 걸고 내일의 기약 없이 몸을 섞고 스타벅스, 발렌타인, 외제차, 메가 시티 뉴욕[이 뉴욕은 존 레논의 뉴욕은 아니다.]...그는 이 자리에서 싸움을 벌리고 ‘...불공평하게도 相對의 얼굴은 멀쩡한데 나는 안경알을 깨먹었고 코피까지...’ 쏟았다.
존 레논은 어느 정신병자(?)에 의해 저격을 당했다. 다고타하우스 여주인의 애인도 총격으로 숨졌다. 한 발의 총성과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앞으로 전혀 그칠 것 같지 않은 이 크고 작고 또 卽死에서 평생의 불구로 이어지고 또 그 障碍를 대물림할지도 모르는 이 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소설집 ‘삼류가 간다’에는 이밖에도 ‘마지막 담배 가게’를 필두로 8편의 글들이 실려 있고 예외 없이 ‘죽음’들이 나타난다. 그 죽음이 헛되지 말기를 바란다.
<카페 다고타하우스>의 주인공은 이 濁流를 거스르지 않고 담담하게 흘러가면서도 생각과 발언은 삼가고 눈만은 초롱초롱 흙탕물에 적시지 않고 있다. 그는 그저 ‘...삼십대의 나이가 얼마간 남아있었고 잠에서 깨어나 내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그날 밤...’이라고 겸손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긴 이야기는 정성껏 조직된 그의 글을 해칠 것 같다. 이 단편소설은 <뒤집기 한판>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소설집 <삼류가 간다>에 실려 있다.
一流란 창조적의지로 개혁을 이루는 사람이다.
亞流란 일류를 흉내 내지만 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다.
三流는 귀를 막고 대세(그것이 개인적 오류판단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이 이 부류의 특징이지만...) 눈을 감고 오직 깃발에 두 손을 드는 사람들이다.
그의 소설제목이 ‘삼류가 간다’지만 그 삼류들이 어서 ‘눈을 뜨라’는 경구가 행간에 묻혀 있다면 혹 조혁신의 글이 ‘거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변명이 되지 않을까?
인간이 글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현장이 소설이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가 쓸 줄을 몰라서 상황의 설정- 심리의 묘사와 전개- 교훈적 제시와 대안 등등 소설미학과 원리에 等閒하다기보다는 독자와 소설을 쓰고 비평하는 사람들까지 한데 묶어서 자기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이 단편집에 들어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는 체구가 당당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두툼한 입술을 갖고 있지만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본인은 서문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에는 내 자신의 비겁한 모습이 가감 없이 투영되어 있다’고 하는데...
조혁신 소설집 삼류가 간다
입술이 고운 그는 말수가 적다...맥주병은 열려 있는데도...
* 조혁신 소설집 <삼류가 간다> 는 2010년12월3일 ‘삶이 보이는 창’에서 출간 되었고 나는 11일 종로2가 지하철 반디앤루니스에서 사서 백병원에서 밤을 밝히며 一讀했다. 나로서는 출간되고 바로 사서 최단시간에 읽은 책이다. 책을 사고 얻은 할인권으로 1500원인가 더 주고 마신 에스프레소 힘을 빌려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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