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책의 표지에는 ‘어른도 아이도 함께 우는 감동의 화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역자후기에는 여야를 가르지 않고 국회를 울리고, 거리를 울리고, 학교를 울리고 결국은 나라 전체를 울린 ‘눈물의 피리’가 이 책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함께 울 수 있을 때 공감대가 형성되고 비로소 사회다운 사회나 국가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1989년에 이런 일이 일본에서 일어났으니 거의 20년 전이다.
어제 아벨서점에서 71쇄를 거듭한 2003년판 이 책을 사서 단숨에 읽었다. 테이블이랑 의자를 새로 바꾸면서 그대로 남겨둔 2번 테이블- ‘어느 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릅니다.’ 비워 놓고 기다리는 그 마음을 나도 새겨야겠다.
표지에 가난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라는 말이 있다. 우리들은 모두 가난보다 더 무서운 양보와 나눔의 缺食(결식)세대인지 모른다.
‘마지막 손님[다케모도 고노스케 竹本幸之祐]’의 게이코는 ‘마음을 잃으면 ...가게는 단순히 돈과 물건의 교환소’가 된다고 한다. 인터넷이 아무리 편리하고 값싸다 하더라도 노인은 단골가게의 ‘人情’을 사고 싶어 한다. 내가 아벨서점에 들리는 것도 헌책을 사는 것도 누군가 손때가 묻은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여주인의 人情을 사고 싶은 까닭이다.
‘상인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부처를 본다[121쪽]’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번역해준 ‘펜을 든 부처’를 본다. 지난번 구마모또에서 초밥을 말아준 부처와 밥집까지 차를 태워준 부처와 ‘松無古今色’이란 글귀를 보며 茶를 함께 마시고 한국에 편지를 보내준 부처를 본다. 공항에서 숙소를 예약해준 부처를 본다. 도처에 그런 ‘活佛’이 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회’가 오늘의 일본이라는 문패가 붙은 ‘꽃밭[花園]’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꽃밭이 그들만의 낙원이 되어야할까? <*>
‘우동 한 그릇’을 산 아벨서점 내부[2010.3.19.] : 내가 아벨서점에 들리는 것도 헌책을 사는 것도
누군가 손때가 묻은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여주인의 人情을 사고 싶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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