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의 소나무
山은 山이요 물은 물이라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山 적시는 물
모두 달리 느끼는 일
神奇하지 않으냐?
나무들이 돌 틈에서 千年을 마주하며
서로 싫어하지 않는 것이 神奇하지 않느냐!
가끔은 구름이 비를 실어다 주고
벼락을 쳐서 가지를 찢어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神奇하지 않느냐!
바람이 흔들어 잠재우고
새들이 날아와 선잠 깨워도
서리가 집을 짓고
눈이 내려도
그저 반가워하고
따나가도 울지 않는
저 나무가 神氣하지 않느냐?
그러고도 千年을 사는
저 나무가 新奇하지 않느냐?
*2010.10.29경포대에서
이 버드나무는 내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1942.11.12에 연인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었다.
주변은 한결 고즈넉했고 흑백이었다.
남자는 점퍼차림이었고 여자는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우고 있었다.
1946년에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남자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1949년 가을에는 이 세상에 없었다. 여자는 아들에게 가죽잠바를 사주지 않았다.
아들은 2010년 가을 다시 이 버드나무를 본다.
분명 그 때의 버드나무는 아닐 것이지만 물은 그 물일 것이고 가을은 다시 올 것이다.
이 나무들이 꼭 여기는 아니지만 베어져 뗏목이 되고 마포나루거나 광진나루거나 새로짓는 경복궁으로 목도되었다.
백성들은 願納錢을 怨納錢이라면서도 성금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임금이 새로 세종로에 다시 등장하고 또 살지도 않는 그 집들은 시멘트를 발라가며 다시 지어지고 있다.
반면에 민초들은 초가들은 슬레이트로 덥피이고 아예 헐어져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民草의 삶은 보존의 가치가 없는가?
그래도 나무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어느덧 나무를 닮아가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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