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북경의 거지[1]

양효성 2009. 11. 18. 19:54

北京의 乞人[1]

 

입도 눈도 코도 귀도 없는 거지를 보았다. 겨울 언 땅에 코를 박고 엎드린 老婆! 보이는 것은 무릎을 감싸고 구부린 등허리뿐이었다. 빛바랜-襤褸의 포대기에 싸인 거지는 두손을 내밀고 행인의 구두 발치에 손을 벌리고 있었다. 웅크린 그 물체에서 살아있는 것은 손가락이 잘린 장갑에서 튀어나온 손가락과 무명 보자기에 가려진 고막뿐이었다. 북경의 우다코우(오도구)-보도블럭(塼)이 떨어져나간 인도는 맨 흙이 드러나 있었다. 純度의 石灰質 땅바닥은 무수한 인파의 발자국으로 다져져 거울처럼 반질거리고 철판처럼 단단했다.

그의 귀는 오직 인도를 울리며 오가는 행인의 발자국과 코앞에 놓인 양은그릇에 떨어지는 동전의 ‘땡그랑’소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냥 스쳐가는 사람-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는 사람-힘없는 노인과 어린애의 발자국소리-비지니스맨과 학생과 외국인과 멋을 부린 소녀의 굽높은 하이힐 소리가 타악기의 조화-오케스트라처럼 그의 聽覺을 자극했다. 이 靜的인 동작 속에서 살아있는 것은 그의 고막뿐이었다.

문득 나는 그 모습에서 천년을 가부좌한 법의의 부처가 법당에서 내려와 衆生앞에서 求道하는 자세를 보았다. 果是 금색도포의 부처는 자신을 울러 갈망하는 민중의 소원을 들어주었는가?

나에게는 이와 같이 한번이라도 간절히 구할 그 무엇이 있었던가? 학생들에게 간절히 나의 소리를 듣기를 기도했는가? 걸인의 기도-신을 향하여 간절히 한 끼의 식량을 구하는 이 신성한 장소에서 나는 천천히 다가가 동전 한 닢을 던질 용기가 없었다. 불꺼진 街路燈에 기대어 나도 얼어붙어 있었다.

 

2004년 겨울에 보았던 그 장면을 2006년 여름의 새벽 북경 현대문학관 앞 청우집에서 기억해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빠진놈(2)  (0) 2010.01.02
북경의 걸인[2]  (0) 2009.11.18
얼빠진 놈  (0) 2009.11.18
금추낙원의 부채  (0) 2009.11.17
자금성입장료는 왜 비싼가?  (0) 20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