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금성입장료는 왜 비싼가?

양효성 2009. 11. 10. 22:09

 

     쯔진청 먼피야오-경복궁 입장료

 

     ‘자금성 입장료가 60위엔이라니?! 경복궁도 1,000원인데??’

     ‘.................................????’

     ‘자금성이 뭐 볼게 있어요? 뎅그라니 건물만 있고!!! 경복궁이 더 아기자기하잖아요???’

 

  그렇다. 60위엔이면 9,000원 쯤 하니까 약 10배 비싸다. 게다가 진보관 10원 그리고 그곳엔 2위엔 짜리 신발을 보호하는 덧신을 사야하니 대략 추가 1,800원 ...나아가 북경인의 평균 월급이 통계국 발표 기준으로 15만원이라면 서울 사람은 150만원 정도로 비교할 때 또 10배라면 100배 당연히 경복궁 입장료는 GNP 對比 10만원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중국인의 입장에 선다면 이 아주머니는 정말 대단한 시민정신을 발휘한 것이고...북경만보에서 입장료문제를 통일했다는 기사를 읽은 것도 같다.

 

  내가 자금성을 사진으로 본 것은 20년쯤 전이었을까? 어느 도서관에서 일본인이 찍은 호화 사진집이 처음이었다.

나는 두 번 놀랐는데 공산국가인 중국에 간다는 것은 꿈도 못 꾸던 시절 적국인 일본인이 그것도 중국의 궁성을 샅샅이 찍어 일본에 팔게 한다는 것과 그 책의 가격이 그 당시 내 월급보다 비쌌다는 점이었다. 체감가격으로 2002년 기준으로 100만원은 넘었으리라...

 

  나는 네 다섯 번 走馬看山 이 곳을 들락거렸다. 자금성의 방이 9천 몇 칸이어서 모든 방에서 하루 씩 잔다면 27년이 걸린다나? 알 수는 없지만 담과 垓字는 튼튼하니 刺客이 땅굴을 팔까봐 塼돌을 아홉겹으로 쌓고 그 위에 터를 잡았다느니...지금도 누구나 다 아는 풍문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좀 폼을 잡아봤자 이번에 전시실에서 청명상하도를 보았는데 와!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든지...明淸 書家集을 한 권 샀다느니 하는 정도이다.

  자금성에는 연못이 없다. 그리고 후원이라야 나무 몇 그루 있을 뿐이다. 아랍인이 건축에 참여해서 사막의 풍정이라 그럴까??? 나는 古地圖도 몇 번 건성으로 보았는데(이것은 아무데서나 팔고 있고 싼 것은 10위엔 정도 아닐까?) 內城-外城하는데 이번에 어디까지가 자금성인지 길이 어떻게 나있는지 좀 알아봐야겠다.

 

  아무튼 九重宮闕이라니 도대체 남북으로 일직선에 놓인 문은 몇 개일까? 天安門-端門-午門(두 문을 합하면 端午라는 의미가 새롭다)太和門-乾淸門-坤寧門-順貞門-神武門...어쩌고 하면 8개...천안문 광장 앞의 正陽門-前門 ....더 남쪽의 영정문...그리고 신무문 뒤로 경산공원의 정문-후문과 鐘樓...九重宮闕이 실감난다. ‘北京의 門’-이런 제목의 논문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여러 종류가 이미 있을 것이다.

  고궁의 後園인 경산공원에 올라가 봐야 비로소 그 서쪽에 북해 중해 남해가 내려다보이는데...사막 사람이 보면 당연히 그것은 바다이겠지...유럽내륙에도 모두 지도에 湖水를 ‘바다’라고 표기하고 있으니...그 북해는 또 하나의 이화원이요 중해와 남해는 쭝난하이(中南海) 이른바 한국의 청와대이다.

 

  돈과 문화의 이야기이니까...紫禁城을 문화로 보고 그 돈을 내고도 연간 입장객 수가 000인 것으로 생각할 때 일단은 많은 사람이 표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노동절에 천안문에 들어선 조카의 이야기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걸을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냥 떠밀려 움직였으니까? 人山人海-立錐의 餘地가 없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公安(警察)이 일정간격을 두고 입장객을 제지해서 겨우 壓死를 면했다고 한다.

 

  돈 이야기만 너무해서 그렇지만, 천안문 문루(이 사열대에서 마오가 천안문을 내려다보았고 그가 앉은 의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행사가 없을 때는 언제든지 모든 인민이 세계의 指導者와 同等하게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마치 천자의 자리인 천단의 원구단에 세계인민 누구나 올라가 소원을 빌게 하듯이...우리의 광화문이나 사직단에도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에 오르려면 또 15위엔 하고 이 사열대의 행사들을 담은 CD가 몇 종류 있는데20위엔씩 -그리고 경산 공원에 가려면 또 10위엔...북해공원 30위엔 ...茶 마시고...冊 사고(몇 백위엔은 흔하고 몇 천위엔도 많다) 어쩌구 하면 돈보다는 시간이 없고, 시간보다는 다리가 아프고 다리보다는 夏至의 해가 너무나 짧다.

 

  돈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가치의 기준이 大小와 美醜에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자금성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그런 식견이 없다는 것은 위의 글에서 여러분이 먼저 알았을 것이다. 다만 인간이 그 가치를 매기는 것이고 대중시장경제 시대에 돈이 그 가치척도의 잣대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복궁 입장료 10만원 시대를 전망한다’라는 나의 명제도 경복궁을 사랑하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지, 그 돈의 가치나 경복궁 입장료 무료인 福祉國家論者의 이념에 反論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이 잘 아실 줄 안다. 민주주의 국가의 척도가 시민의 민주의식 수준에 있다면 당연히 문화국가의 수준은 박물관의 입장료에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중국 사람에게 그런 농담을 할 때가 있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가 어디냐?’

 

  그들은 온갖 명소를 列擧하지만 간혹 만리장성이 끼어 들뿐 의외로 중국의 명소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 이국동경의 심리일까? 나는 이 愚問賢答(?현문우답)에 ‘천안문’을 거론한다.

  이유인즉 세계의 유명인 가운데 이 문을 드나들지 않은 사람은 얼마일까? 그 평범해 보이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실눈의 사나이 크린트 이스트우드와 미국시골 아줌마 메릴 스트립의 밀회 장소 때문에 유명해진 것인지 이 다리가 두 사람을 명배우로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 바쁜 시간에 국빈이 방문한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썰렁하기만한 어느 겨울 만리장성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성박물관을 가득 메운 방문객의 면면이었고, 그것은 사진이 발명된 역사와 함께 20세기역사를 공부하기에 좋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교황이 사용한 숟가락을 경매에 붙인다면 얼마일까? 미국의 야구선수 빌리본즈가 친 홈런 볼은 매우 비쌌다고 한다. 미국 일개 가수 마이클 잭슨이 한국공연에 코를 푼 손수건이 있다면 경매에서 얼마를 불러야 할까? 그리고 내 原稿料는?

올해에는 태풍 루사의 피해액이 4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어려울 때는 그 문화가치를 모두 이웃의 救難救恤에 썼으면 한다.

 

 

尹炳宣 사진                                                      紫禁城 角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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