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잎에 싸먹는 보리밥-영빈식당<광주 지산유원지>
광주 무등산자락 지산유원지에는 여기저기 보리밥집이 있는데 길 이름이 ‘오지호길’이다.
광주를 대표하던 老畵伯은 ‘꽷재’로 이름난 이 골짜기를 매일 아침 산책하곤 했었다.
1970년대 이 동네 유지인 김남천씨가 유원지를 개발하면서 밥집도 생겨났는데 지금은 신록을 뽐내는 산기슭에 여기저기 풀냄새를 맡는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 골짜기에서 잘곳은 10만원이 넘는 무등파크호텔 한 군데 뿐이다.
한 사람은 자연을 보존하자는 쪽이고 한 사람은 개발하자는 쪽이었는데 그나마 한가한 것을 보면 길이름과 제한된 개발이 절반씩 타협한 셈인가?
아무튼 그때 닭집으로 시작한 영빈식당은 보리밥으로 성공한 경우다.
‘햇보리를 해남에서 찧어 와요!’
주인내외는 오직 이 집에 매어있다.
‘일본 사람이나 서울 사람들이 관광버스로 새벽에 몰려들면 정신이 없어요...’
집은 좁아 보이는데 아침 일 찍 단체손님을 받을 때는 80명은 충분히 자리 잡는다고...
‘일본 사람들이 그릇을 모두 비우면 신기하지요’
맵고 짠 음식을 견뎌내는 그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점심때가 제일 붐비는데 모두들 차를 몰고 여기 까지 온다.
밥상에는 열 댓가지 반찬과 나물이 보리밥과 된장국과 함께 올라온다. 멸치젓과 묵이 맛을 돋군다. 이것저것 섞어 비비다보면 열무잎이 한 접시 또 올라오는데 보리밥을 싸서 된장을 찍어 먹으면 신선한 감촉이 더위를 덜어준다. 얼추 갈아 마구 뿌린 무를 열무라 하는데 그 잎을 날로 먹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언제부터 5천원이었지요?’
‘7-8년 되었는데 물가는 - 어휴! 말도 못 해유! 몇 배 오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5천원이다. 주인이 직접 하니까-
무등산 지산 유원지 기슭- 공기가 맑다 - 영빈식당
뱃살에 기름이 끼다보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인체 리듬인가?
쌀보리보다는 오히려 좀 더 거친 보리알갱이를 오돌오돌 씹는 촉감이 나을지 모른다. 그런 보리밥을 먹고 있으면 一簞食一瓢飮 - 道를 닦는 느낌이 든다.
보리밥을 삶아 마루에 걸어놓으면 그 안의 감자를 먹으려고 무동 타다 미끄러져 무릎이 까이던 그런 시절이 그리워지는 여름이 깊어 간다.<*>
파전도 5천원인데 원래 백숙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열무잎이 또 입맛을 개운하게 한다.
비가 안 오면 이 자리가 오히려 명당이다.
'나의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철 제 자리에서 맛보는 여름 전복치와 돌망치-거진 수협 팔광호횟집 (0) | 2010.07.26 |
---|---|
광주 문화거리 굴비 정식 <토방> (0) | 2010.07.11 |
분홍빛 연포탕의 원조-광주 골목집 (0) | 2010.07.03 |
병천순대-‘20년 전통 박순자 아우내 순대’ (0) | 2010.06.20 |
이화순대 - 담백한 맛...뜨거운 것이 좋아? (0) | 2010.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