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연포탕의 원조-광주 골목집
광주 금남로 5가 신한은행 뒷골목에 오직 낙지로만 승부하는 ‘골목집’이 있는데 이름과 달리 넓은 주차장이 있는 큰 집이다. 은은한 분홍색 국물 맛이 일품인 이 집의 연포탕을 직접 개발했다고 김준성 사장은 자신있게 말한다.
‘낙지를 뜨거운 물에 데치면 잿빛으로 변해요! 그것을 연포탕이라고들 했는데, 국물이 맛이 없어! 그래서 낙지를 냉동시킨 다음 ... 그러면...’
이 집의 연포탕은 은은하다. 분홍색 국물에 담긴 낙지 한 마리를 손님 앞에서 잘게 잘라준다. 보통 손님들은 밥을 말아 먹는다. 가끔 젓갈이나 미역무침 나물 등을 한 점씩 집어먹지만 오직 연포탕을 한술씩 떠먹는 것인데 세 숟갈쯤 지나면 그 은은한 맛이 혀끝에 전해진다. 더깨가 앉고 마비된 혀의 세포를 소생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일까?
겨우 맛을 느끼고 국물이 좋다고 하자 밥 사주는 반사장은 흐뭇한 표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건더기는 모두 먹고 국물은 남기는데 국물이 영양인 걸 모르고 말이야..’
골목집에는 KTX를 타고 서울에서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도 들리는데 일본에 지점을 내달라고도 하는데 주인은 손을 젓는다고...하남공단의 일본인회사직원이 회식을 즐긴다니 허튼소리는 아니다. 방에는 수석이 진영되어 있다. 지금은 수집할 수 없는데 돌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낙지의 입맛과 닮았다.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
‘낙지 하면 고추장을 발라 철판에 지글지글...’
이런 생각밖에 없었는데 갯벌의 냄새를 수돗물에 재현한다는 아무래도 신기하다.
백과사전에는 연포탕을 산 낙지를 각종 채소와 함께 넣어서 익혀 먹는 음식이라는데 이 집에서는 오직 낙지와 국물뿐이다. 그런데도 맛이 있다. 이런 맛을 반사장은 ‘개미가 있다’고 한다.’
연포라는 명칭은 낙지를 끓일 때 마치 연꽃처럼 다리가 펼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는데
국어사전에는 軟泡湯으로 되어 있다. 아무튼 원조 연포탕집은 새로 ‘분홍색연포탕’이거나 ‘골목집 연포탕’이라는 별칭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장님 고향은 어디세요?’
‘靈巖!...이 걸 만든 지 한 30년...’
반사장은 영암이 낙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月出山만 생각했는데 갯가가 있었나?
반사당은 일요일은 안 한다고 헤어지는 나에게 두 번 말한다.
1,5000원에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북동 208번지
062-526-3258/ 512-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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