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순대-‘20년 전통 박순자 아우내 순대’
아바이순대가 북녘 대표라면 병천 순대는 남쪽 대표가 아닐까? 이화순대가 40년 전통으로 ‘해늘’이라는 브랜드로 막 세력을 떨치려 한다면 병천순대는 전주비빔밥처럼 보통명사가 되었다. 대게싸움처럼 브랜드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병천에 가보면 순대거리가 흥성거리고 천안명물로 관광안내 팜프렛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장날이면 이제 장보다는 순대 먹으러 장에 갈 지경이 되었다. 이곳에는 원조라는 집도 있는데 박순자순대집이 단골이 된 것도 냄새 때문이다. 이 집 순대도 노린내 없이 깔끔하다. 노린내를 없애는 방법가운데 하나가 소주로 내장을 씻는 것이라는데 나는 알 수 없다.
냄새가 음식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냄새는 코로 음식의 맛을 보는 것이라고나 할까?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 지독한(?) 그리고 그만의 냄새를 갖고 있다. 두리안이라는 과일이나 청국장이나 김치나 안동소주나 香菜[고소]나 모두 지독한 냄새를 갖고 있는데 그 냄새가 없다면 이미 그 맛의 반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어렸을 때 익힌 맛과 냄새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어느 날 P교수가 집으로 오랬더니 이곳에서 순대국을 먹고 온다고 전화를 했다. 어떻게 나도 모르는 집을 알았는지...아무튼 그 다음부터 이 집에 자주 들린다.
순대집은 항상 붐빈다. 마즌편에 주차장이 따로 준비되어있다.
서울 사람들은 천안까지 전철이 연장되자 천안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순대를 먹고 독립기념관에 들렀다가 다시 전철로 돌아간다고 한다. 브랜드가 아닌 본고장순대를 직접 맛보겠다는 것이다.
장날-막걸리에 순대 한 접시를 얹어놓으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 거리에서 기미독립만세가 있었고 해마다 그 만세소리는 재현된다. 유관순기념관도 지척에 있다. 이제 천천히 그리고 맛을 음미하며 주머니돈 걱정도 없이 친구와의 한나절을 즐길 수 있다.
새우젓갈에 쌀밥도 맛이 있다.
병천은 큰 마을이 아니다. 21번 구도로로 읍내를 가로지르면 삼거리에 주유소가 나오고 순대거리의 맨 처음에 ‘20년 전통 박순자 아우내 순대’가 있다. <*>
'나의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무잎에 싸먹는 보리밥-영빈식당<광주 지산유원지> (0) | 2010.07.11 |
---|---|
분홍빛 연포탕의 원조-광주 골목집 (0) | 2010.07.03 |
이화순대 - 담백한 맛...뜨거운 것이 좋아? (0) | 2010.06.20 |
삼도경계 서운산 雲下村 - 노부부의 도토리묵과 손두부 (0) | 2010.06.08 |
송도에서 송도를 바라보는- 마리노 이탈리안 레스토랑 (0) | 201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