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맛집

송도에서 송도를 바라보는- 마리노 이탈리안 레스토랑

양효성 2010. 6. 4. 17:46

 

 * 아쉽게도 마리노는 지금 휴업중입니다.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송도에서 송도를 바라보는

                       - 마리노 이탈리안 레스토랑

 

  인천의 송도는 이만희 감독이 '晩秋'에서 신성일과 문정숙을 노을의 갯벌을 거닐게 함으로써 올드팬들의 인상에 각인된 곳이었다. 당연히 서울에서 열차를 탄 연인들이 이 언덕에서 낙조를 함께 울었는데 그 언덕에 지금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리노가 들어섰다. 다리 건너 홍콩 닮은 신도시가 불야성을 이룬 것을 보면 세월을 실감하게 한다.

 

  레스토랑이란 말은 이탈리아말의 어머니인 라틴시대에는 ‘휴식’이란 의미였다. 해가 저물도록 땅을 파고 포도주 한 잔에 저녁을 먹는 그 시간이야말로 어찌 안식의 시간이 아니었겠는가? 현대인이라고 다를 것이 없어 오히려 일에 쫓기다 보면 때를 놓치고 지하철을 타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돌아오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등대를 바라보듯 ‘탈출’을 꿈꾸게 된다. 쉴 수 있는 곳이 없는가 하고...

 

  외식이 일상이 된 젊은이들에게는 먹는 것도 일이다. 한때는 멋있어 보이던 패스트푸드 가게 앞에 줄을 서거나 소문난 집 홀에서 ‘식객’들에게 부대끼다 보면 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밥을 먹고 싶어진다. 그런 조용한 곳이 별이 여러 개 달린 호텔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400평 쯤 되는 집에서 熟手(숙수) - 요즘은 쉐프라고 한다던가?! 시중을 받아가며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귀로는 흐르는 음악을 듣고...그런 꿈 같은 세상은 없는가?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인데 하루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집이 이곳이다.

 

 

이 집은 싸늘한 철재와 콘크리트- 그리고 상록의 소나무와 대숲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1층의 전시공간

 

정원과 조각 '투영'

 

 

 

 

  우선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정원을 잠시 거닌다. 대나무 울타리를 두른 뜰에서 바다와 물과 배를 모티브로 삼은 김승환의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 ‘透映(투영-)’을 바라보며 잠시 자신을 投映(투영)해 본다. 야외 茶卓(다탁)에 앉아 친구를 기다려도 좋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전시장이다. 그렇다! 이 집은 미술관이 우선이다. 지금은 김회준과 안형모의 ‘구조적 형상’ 2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미술품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보면 스스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어쩐지 카메라가 따라올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층에 올라서서 탁 트인 송도가 바라보이면  바로 여기가 이탈리안 식당 마리노다.

 

 

 

송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이탈리안 식당 '마리노'

연인들에게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이 계단을 걸어 오르다 보면...

 

식당의 벽에도 그림이 살아있다. 이 식당의 대표가 화가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다.

 

 

  우선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벽에도 아기자기한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운이 좋으면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 - 그런 책도 잠시 펼쳐보고 이창동의 밀양이나 홍상수의 빈집에 대한 영상도 잠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메뉴의 숫자들은 생각보다 손님을 그렇게 놀라게 하지는 않는다.

  점심에는 런치를 시키면 되고, 낮에는 살라드나 파스타를 시키고 저녁에는 디너를 주문하면 S호텔 출신 쉐프가 알아서 해 주실테니까...

 

 

 

 

동창생들은 칸막이 안에서 긴 이야기를 나눌수도 있겠고...

 

 

 

  외로울 때면(?) 가끔 이 집에 들렀다. 그냥 그림을 보고 가기도 했다. 내게는 삭막했던 인천의 삶속에서 그래도 옛날을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이러니하게 이 집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면 탁 트인 송도와 아직은 빈약하지만 조각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집은 건축대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그리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복합 예술공간이라는 말은 생략한다.

 

 

 

아직 공중정원은 아니지만...

 

그 마리노 옥상의 나른한 오후...

 

 

 

 

 

노을이 지면

어쩐지

시크리트 가든- 그 선율이 흐를 듯한...

 

글라스에 비치는

연인의 귓불...

 

포도주 한 잔에

조명을 꺼야 할... 

그윽한 눈동자...

 

창틀엔 크리스마스트리 

야경을 걸어놓고

 

이탈리아 흑백 영화 한 장면 같은

'씨네마 파라디세 -'

그런...

                               

         <*>

 

 

marlno[마리노] :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821<인천 송도라마다 호텔 옆>

전화 : 032-834-2234

대표는 그림을 그리는  정 순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