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바다엔 배가 없었다.
모두 부두에 묶여 있었다.
방파제엔 사람이 없었다.
흰 이빨을 드러낸 상어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빨강 燈臺는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하늘엔 새가 없었다.
모두 주문진수협창고 양철지붕에 앉아 있었다.
두려운 눈으로 검정하늘을 바라보며
죽지를 부르르 떨기도 했다.
城隍堂은 닫혀있었고
산에는 눈이 내리고
바다에는 비가 내렸다.
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마음은 겨울이었다.
城隍堂아래 파도식당에서
물곰지리로 속을 풀었다.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속이 아렸다.
2009.11.12.
11일 대관령을 넘어가는데 아스팔트엔 녹다만 눈이 질척거리고 山은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에서 7천년 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들의 터전엔 마른 갈대가 무성했다. 주문진에 들러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태백의 저편은 눈 - 이편은 철늦은 단풍이 구름속의 햇살 속에서 연하게 웃고 있었다. 꼭 丹楓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丹楓도 시절이 있고 사람도 때를 만나야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