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향 미추홀칼럼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양효성 2010. 6. 6. 08:54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인천의 교육을 생각하며

 

  입시라면 가정이 긴장하고 가문이 동원되고 국가가 들썩인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정체성으로 ‘敎育熱’을 자주 드는데 ‘교육열이 지나친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왜곡’된 것이 문제일 뿐이다. 유명 학군이 생기고 사교육비와 집값이 입방아에 오르고 결국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어서 학부모들은 학생을 인질(?)로 잡힌 학교에는 말을 못하고 뒷공론만 그만큼 무성하다. 입시생이 없는 시민들은 당연히 강 건너 불구경이다. 기반시설도 어느 정도 갖추고 실력을 갖춘 선생님도 모셨다면 혹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가 지나치게 굳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자유’를 준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고등학교는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는 곳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규제를 철폐하지 않더라도 교육관계자 학부모 시민 모두 9년 의무교육과 10년 이후 전문교육이라는 생각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공부할 수 없는 16세가 장래 무엇이 되겠는가? 따라서 한 학교만이라도 이름만 자율학습인 방과후 수업을 폐지하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성과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9년간 규범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 기초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태도를 길러 전공을 찾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고등학교가 맡은 역할이다. 축구로 말하면 미드필더인 링커같은 역할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주입과 암기와 문제풀이 일변도로 학생들과 선생과 수업료를 꽁꽁 묶어놓고 있으니 운동장 가운데 먼지만 펄펄 날 뿐 골은 터지지 않는다. 모의고사는 난이도가 높으면 낮아지고 쉬우면 울라간다. 증권의 널뛰기장세를 닮았다.

 

  수준별, 멀티미디어, 조별, 체험학습 등등 온갖 시책이 난무하지만 혹평을 하자면 모두 일회용이거나 땜질이거나 전시용인 경우가 많았다. 근본이 서지 않기 때문에 좋은 학습방법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관례를 치르면 스스로 서야...

 

   학생을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면 하루 6시간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보고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질문에 답하고 머리로 생각하며 필기한 뒤, 방과 후에 복습을 하고 숙제를 하고 예습을 하고 주말에 목욕이발하고 다음 일주일 준비하며 3년을 보내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과정에서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를 개성으로 가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고 또 잘 할 수 있다. 이런 학교를 그리는 선생님들도 결코 적지는 않다. 그런 의지가 가능하도록 교육계의 고위층들(?)이 문틈을 좀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인천의 고등학생들의 일상은 어떤가? 8시에 등교해서 정규수업하고 학교급식으로 두 끼를 먹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1-2학년은 밤 9시, 3학년은 10시에 하교한다. 24시간 가운데 14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등하교에 2시간을 소비한다면 집에 있는 시간은 고작 6시간이니 수면시간도 부족할 판이다. 여기에 학원까지 간다면 하루 종일 그리고 3년간 선생님의 입만 보고 졸업을 하게 된다. 정상적인 학생도 이쯤 되면 ‘생각할 틈’이 생기겠는가?

논리적 비약이지만 인천의 고등교육내용이 똑 같다면 그 학생들은 모두 ‘붕어빵’이 될 수밖에 없다. 개성이 없는 사회가 획일주의라면 과연 이런 청소년기의 3년과 군대2년을 더해 우리 미래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보다 당장 빛나는 성적을 내고 있는가?

 

  고등학생들이 모두 똑같다는 말은 학교가 그렇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존중하시는 개성이 강한 교장선생님들조차 교장회의를 마치고 나면 대선후보 토론회처럼 모두 똑같아지기 때문이다. 10년을 뺀 지난 30년간 ‘똑같아진다는 것’이 환경문제보다 더 무거운 부채를 남길 것이라는 것을 말없는 다수는 모두 알고 있다. ‘똑같이’하고도 결과가 옆동네보다 못하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면 그 죄는 크다.

 

  어떤 의과대학 학장이 이런 훈시를 했었다.

  ‘명의란 살 사람은 꼭 살리는 의사!’ 오진을 경계하는 말이었는데 잘할 수 있는 학생을 가둬두는 것이야말로 학생과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다. 인천의 뿌연 하늘에 오늘도 만리의 먼 길을 마다 않고 기러기가 날고 있다. 인재를 불러야할 판국에 있는 인재마저 날려 보내야하는가? <*>

 

* 이 글은 인천경향 미추홀칼럼에 게재된 초고로 舊稿인데 시간이 흘러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歷史란 물론 하루아침에 진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걸음을 잘못 떼면 먼 길을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보다 유한한 생명체에게 이런 인위적 인프라가 잘못되면 개인에게는 永遠이 걸려있다는데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할 문제가 교육이다. 保身에만 餘念이 없는 官僚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기기엔 너무 위험한 측면이 많다. 賢明한 元老가 나서거나 아니면 父母가 補完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深思熟考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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