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향 미추홀칼럼

광장의 재발견-인천문화광장

양효성 2010. 5. 23. 09:56

2010.1.1[金]인천경향미추홀칼럼

 

 

              광장의 재발견-인천문화광장

 

                                                                                                              梁曉星

 

  ‘문화가 경제를 창출하면 선진국가요, 경제가 문화의 젖줄이면 후진국’이라는 말이 있다. 도시란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모두 다른 삶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시민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동질성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 만나고 붐비는 곳이 광장이다. 도시관광을 할 때도 대부분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시장을 둘러보고 박물관이나 공원과 유적지를 찾는다.

 

  인천에는 그런 광장이 있는가? 동인천이나 부평역이나 이제 사람이 모이기에는 비좁고 시청 앞도 어색하다. 문화예술회관 앞은 어떨까? 교통도 시외버스터미널에 지하철에 또 주차장까지 그만하면 됐다. 그러면 이 문화광장에서 시민은 무엇을 할까?

 

     시민이 문화를 만드는 곳

 

  만남과 산책, 벼룩시장과 놀이마당, 기념사진을 찍고 미술전시회와 음악회를 즐기며 소망을 빈다. 친구와 약속장소를 문화광장으로 정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장에 내린 뒤 시집 한 권을 펴들고 산책하다 길 건너 먹자골목에서 정담을 나눈다. 어느 나라에 가든 주말의 벼룩시장도 재미있다. 시청인터넷에서 벼룩시장 허가를 내준다. 주말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 광장을 바둑판으로 나누어 1평짜리 깔판에 집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을 내다 판다. 온 가족이 좌판을 지키고 팔리면 그 돈으로 다른 물건을 사도 좋고 또 바꿔도 좋다. 골동품, 악기, 음반, 책, 꽃병을 사고팔면서 웃음을 나누고 새로운 친구도 만든다. 만남이 오히려 더 큰 나눔과 자선이 된다.

 

 

이 계단에 사람이 모이면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 재현될 것인데..

 

음악당은 최근 수리를 마치고 음악회를 열고 있다. 

 

광장을 거니는 사람은 드물다.

 

미술회관 로비는 어둡다. 여기 유명화가의 상설전시당을 만들면 어떤가?

너무 아깝고 어두운-그리고 텅 빈!

 

화환이 지키는 전시장에는 인적이 드물다.

 

그래도 벤치에는 겨울빛을 쬐면서...

 

태양은 서해로 기운다

 

 

  광장에서는 탈춤도 시낭송회도 열린다. ‘겨울나그네’의 마지막 곡인 손풍금을 돌리는 사람도 바로 이 광장에 있었다. 좌판을 거두고 전람회장을 돌고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공연을 보고 일찍 귀가하면 어떤가? 시민들은 주중에 모두 바쁘다. 전시장의 문도 오전11시에 열고 오후 8시에 닫으면 어떨까? 그러면 이 주변은 인사동이나 파리처럼 문화의 거리가 될 수 있다.

 

    광장은 오프라인의 공기가 통하는 곳

 

  도시는 장(場)에 간다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시장에 모이는 온갖 재화를 지키기 위해서 길목에 성(城)을 쌓았는데 중국어의 씨티[City]가 청스[城市]인 것도 이런 연유다. 이 장사하는 너른 마당에는 당연히 모임의 장소인 공회당과 신전과 여관과 술집도 따라 서게 되었는데 이것이 그리스의 아고라[廣場]다. 고려는 불교와 농사와 관련된 축제가 성행하던 시대였고 당연히 여기저기 마당[廣場]이 마련되었었다. 조선전기에 이런 마당은 많이 축소되었지만 후기에 봉산의 탈춤과 판소리로 그 마당은 다시 넓어졌다. 그래서 ‘마당놀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신단수 아래 단군이 강림하셨을 때도 그 나무 앞에 너른 마당이 있었을 것이다.

 

  뉴렌버그의 뢰머광장, 런던의 트라팔가, 마드리드의 솔광장, 원싱턴 광장 이루 셀 수가 없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은 가보면 자유공원 청관의 돌계단 비슷하다. 문화회관의 계단도 사람들이 즐겨 앉으면 미추홀광장이 될 수 있다. 뮌헨의 시청 광장에는 정오의 시계탑 구경으로 붐비고 거리의 악사들은 흥겹다. 지닝(濟寧)시는 공자의 고향 옆 동네의 작은 마을인데 밤이면 남녀노소들이 산책을 하고 아이들이 물통을 들고 큰 붓으로 타일바닥에 漢字(한자)를 쓰고 있고 어른들은 흐뭇하게 그 고사리손을 지켜본다. 이런 것이 삶이다.

 

 

  텅 빈 광장은 유령의 도시를 상징한다. 중앙공원에는 저녁마다 축구 농구에 체조와 걷기로 이미 시민의 발걸음이 잦다. 이 사람들이 광장으로 한 걸음 더 걸으면 자연히 광장은 이루어진다. 온라인시대가 되면서 인터넷과 TV에 시선을 고정하다보면 플라톤의 동굴처럼 인간은 모두 서로 벽을 치고 단순해지게 된다. ‘인형의 집’이 아니라 ‘아파트의 아비타’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시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모여 있기 때문에 재개발도 있지만 재발견도 있다. 나가자! 광장으로...그리고 가족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고 신선한 공기를 느끼자! 그러면 좀 웃을 수 있지 않을까?

 

  부산하던 한해도 성탄절과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저물어간다. 예수는 노예들에게 안식일을 주고 이스라엘 민족의 독립과 인류에 평등의 사랑의 평등을 목숨으로 보여준 분이었다. 그 성탄절에 교파와 종파를 초월하여 손전등을 들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 이 광장에서 야경을 즐기는 꿈도 꾸어 본다. 겨울잠을 자는 장미터널에 소망의 쪽지를 매달면 어떨까? 겨울동안 빌던 소망의 쪽지는 대보름날 어느 한적한 해변에서 함께 불살라도 좋지 않은가? 석가탄일에는 또 연등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시민이 만드는 사회-그것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