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모음

100만평의 공원 - 큰 아파트 좋아하세요?

양효성 2010. 3. 19. 22:20

  

     100만평의 공원 - 큰 아파트 좋아하세요?

 

 

먹고 걸치고 자면 기본적인 생존이 해결된다. 인간만이 짊어지고 다니는 문화라는 이름의 고상한 고뇌를 잠시 접어둔다면 결국 잘 입고 잘 먹고 좋은 집에 사는 것 또한 인간의 원시적 본능이다.

도시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별따기만큼 어려운데 세계에서 집마련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곳이 북경이라는 것은 ‘인구’를 대입해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지금 북경의 경제도 이 주택문제로 들썩거리는데 제일 넓은 땅에 제일 넓은 집을 소유한 미국이 먼저 이 일로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것도 아이러니다. 아마 미국경제에는 더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변수를 대입해야할까?

이런 의미에서 일본인들이 좁은 땅 좁은 집에서 아기자기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다.

 

 

 

                          한때 북송의 왕궁이었던 용정공원은 호수를 좌우에 끼고 황하를 등에 업고 밤하늘에 오색무지개를 걸어놓았다.

 

북경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한 방에 2층 침대로 8명이 합숙하며 4년을 지낸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거실도 있고 화장실도 딸린 트윈베드에서 두 명이 합숙한다. 교수가 되어 자녀를 두면 방이 둘이 딸린 숙소를 얻는데 20평 남짓이고 노교수가 되면 다시 15평 정도의 집으로 회귀하는 것을 5-6년 전에 보았는데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어려운 시절에는 우리의 온돌 비슷한 캉에서 6-7명이 함께 자기도 했다는데 그 일례로 원자바오 총리 일가 5명이 살았던 3평짜리 ‘달팽이집’(蝸居)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북경의 골목인 후퉁[胡同-몽고어로 우물]이 유명한지도 모른다. 후퉁을 그리고 흑백사진으로 찍은 책과 엽서는 불티나게 팔린다. 이유인즉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 내 서가에도 여러 종류의 사진집이 있는데 이 사진은 역시 흑백이 어울린다.

이렇게 복작대는 북경살림의 숨통을 트는 곳이 공원이고 또 공원 면적으로는 세계 제일이라는데 88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렸을 때 공중촬영으로 마음껏 공원을 통과하는 모습을 자랑했었다. 天壇을 중심으로 동서의 일단, 월단 북쪽의 地壇공원과 이화원, 원명원, 紫竹園은 물론이지만 천안문 좌우의 선농단과 중산공원은 특히 아늑한데 대부분 왕조의 산물이다.

 

 

 

 

                             龍亭公園 광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카이펑시민들-우리에게 포청천으로 알려진 開封府가 바로 이 도시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카이펑의 용정공원으로 宋나라의 왕궁이었던 곳이다. 금나라에 밀려 항주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북송[960-1126]이 이곳에 자리 잡았을 때 고려[918-1192]와 빈번하게 왕래했으니 개성과 이곳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캄보디아의 서울 앙코르왓트도 비슷한 시대였다. 문제는 이곳이 좁은 집에 사는 카이펑시민들의 마당이라는 점! 함께 사용하는 정원이니 당연히 公園이라고 이름지어야하지 않겠나! 다른 동네 사람들은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카이펑 시민들은 값싸게 이곳을 드나들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이 마당에 나와 멀리는 황하 -가까이는 호수의 바람을 쐬는 사람들은 전기세도 아끼고 소화도 시키고 이웃과 이야기도 나눈다.

이제 곧 여름이 올것이다. 디지털 TV를 보면서 넓은 거실의 소파에서 차를 마시는 한국의 중산층들도 요즘은 넓은 아파트를 꺼린다고 한다. 드라마는 극장에서, 책은 도서관에서 읽고 100만가구가 1평씩 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한다면 100만평의 공원에서 여름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