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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발견[2]...기다알프스의 상상[2]

양효성 2010. 3. 16. 22:12

여행의 발견[2]...기다알프스의 상상[2]

 

혼자 여행할 때는 그냥 떠난다. 둘이 갈 때면 상대의 눈치를 본다. 셋이 되면 三人行必有我師라 傾聽(경청)을 한다. 넷이 되면 스케줄을 짜야 하고 열이 되면 그 계획은 그물처럼 촘촘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래도 샐 틈이 생기면 비상조치를 취해야하는데 그것이 ‘뚜껑’이다.

뚜껑1은 우산이다. 혼자 갈 때는 그냥 추녀를 찾아 비를 구경한다. 쉽게 그치지 않으면 커피숍을 찾아서 이런저런 공상을 하면 좋다. 다음에 좋은 뚜껑2가 박물관이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의자도 편안하다. 머리를 말리고 진열장을 들여다보면 그 땅의 문화가 보이고 이내 빗소리는 귀청에서 사라진다. 미술관은 더욱 좋다. 빛이 사라져버린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꽃구름이 화면 가득 피어난다. 그 꽃 밭에서 산책하는 즐거움이란...

 

 

 

 

                                             아소산에는 한가롭게 말들이 산등성이를 거닐고 겨울바람은 차다.

 

 

이번 8월의 여행은 너무 덥다. 더구나 태평양에 떠있어 막힐 것 없는 바람은 구름을 한껏 실어와 퍼부을 수 있는 만큼 쏟아 붓는다. 그 빗줄기조차 굵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가 들면 남국이 아니랄까봐 머리를 태우고 습도는 땀으로 또 한 번 옷을 쥐어짜게 만든다. 이럴 때 고마운 것이 검푸른 남색으로 자란 나무들의 그늘이다. 그 그늘보다 요긴한 것이 바로 이 뚜껑2다. 여름에는 에어컨-겨울에는 난방-저녁 5시 미술관 문을 열고 나오면 더위는 한풀 사위었고 눈부신 야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매력적인 것은 이런 박물관과 미술관이 마을마다 잘 되어 있는 것인데 이것은 스위스와 매우 닮았다. 대륙의 끝 - 그 섬에 쓸려온 낙엽이 쌓이듯 이 문물들은 고이 잘 보존되어 있다. 어떤 학자가 한국의 역사를 정밀 조사했더니 2년마다 內憂外患(내우외환)이 있었다고 한다. 어찌 나라와 민심이 안정될 수 있었겠는가? 땀을 많이 흘린다는 L을 위해서 한낮에는 공원이나 이런 뚜껑2에서 지내볼까 한다. 태양에 습도를 보탠 일본식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은 1. 흘릴 만큼 땀을 흘린다. 2. 저녁에 온천물에 푹 담그고, 3. 성능 좋은 세탁기를 돌린 뒤 탈수기를 잘 이용한다. 그러면 좀 시원해진다. 그리고 잘 먹고 이를 매일 반복한다...뭐 이런 것이 아닐까?

 

이번 여행의 어려운 점은 양력으로 설을 쇠는 일본 추석의 휴일과 겹친다는 것- 우리에게 감격의 8월15일은 일본에게는 국치일에 해당하는 항복의 날이자 또 아이러니하게 추석이다. 이때 무더위는 극에 달한다. 중국사람들은 8을 재수를 부르는 숫자로 좋아하는데 8월8일 줄발해서 일주일을 여행할 생각이다. 우선 비행기표는 구했고, 공항에서 金澤(가나자와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 시간표도 알아두었다. 현지의 자료를 안내데스크에서 받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생각이다. 스위스처럼 그런 시스템은 매우 잘 되어 있으니까...첫날과 돌아오는 날의 잠자리는 여행박사에게 부탁해두었는데...인터넷에서 대충 지도도 찾아보았고, 호텔도 더듬어 두었다.

 

 

 

기다알프스의 다떼야마는 3천미터인데 화산재가 식어버린

이 아소산 분화구는 1500m쯤 된다.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일본은 등 푸른 고등어를 닮았는데 설악산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피안이 바로 이곳이다. 해변을 낀 마을들은 잘 정돈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습기는 황사를 잠재워 그만큼 바다는 더 푸르다. 화산에서 가파른 골짜기를 타고 내리는 물은 마을 가운데를 흐르며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 놓는다. 봉건 시대의 내란은 있었지만 섬나라는 자신들의 문화를 또 그만큼 잘 보존하고 있다. 이만큼 하고 파일과 가이드북을 덮어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나이가 들면 여행보다도 상상이 즐겁다. 어린애가 그럴까?

오늘은 주원이 생각을 하고 '탈무드'를 사고 또 시내 생각이 나서 '이야기 독일사'도 한 권 샀다. 우리 대학생께서 일기를 좀 부지런히 써야할 텐데..그리고 장가가는 준권이 도련님 주례사를 쓰고...‘흙집나라’학교에 가서 공부도 좀 하고...무엇보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박물관 도록을 챙겨 흐트러진 머리와 어질러진 책방을 좀 정리해야겠다. 청명절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