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향미추홀칼럼 2010.3.1(월)
선생님의 자리
교육의 문제는 義務敎育의 정의와 교육실태 - 敎職의 정치적 중립 - 관리의 경직성과 자질문제 - 학문의 자유 보장 - 한국문화의 정체성 - 연구교수와 강의 교수 - 성과급과 연구비 - 교원평가와 직업으로서의 학문 - 대학 강의의 개방 - 학생-교수 - 학부모의 자세 - 교직의 사회적 신분 보장 등등 셀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이 글은 제한된 지면에 3회에 걸쳐 1. 어머님전 上書 2. 선생님의 자리. 3. 교육개혁의 선행과제에 대하여 얼거리만 제시해본 것이다. 이 글은 초고로 게재된 내용과 약간 차이가 있으며 원문은 인터넥 경향신문 참조 <梁曉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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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오직 제자로 승부합니다.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고 싶은 꿈이 비단 맹자(孟子)만이겠습니까? 건국 60년간 선생님만큼 입시제도로 곡절을 많이 겪은 직장인들도 드물 것입니다. 이것이 혹 선생님들이 원칙을 수호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지 못한 탓은 아닐까요? 오늘은 부정적인 면만 열거하며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스스로 교육할 수 없는 학부형이 자녀를 학교에 맡깁니다. 학교는 이런 자녀들을 맡아 사회의 규범을 훈육하며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시킵니다. 학교는 주문생산공장이 아닙니다. ‘이 아이를 00대학에 입학시켜 달라!’ 이런 주문은 학원에서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학원 대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학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선생님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까? 그리고 그런 목적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왜곡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스승은 규범의 보루
학교는 개인의 장소가 아니라 공공의 장소입니다. 학교에는 정해진 룰이 있습니다. 한 학기 17주에 진도대로 수업하며 시험을 치릅니다. 과목 성적이 나쁘면 의무교육기간에는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을 강화하고 그 시간에 정규수업을 하고 3학년이 되면 문제풀이를 하면서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보다 더 하지는 않았습니까?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우물을 흐리고 독재자 한 사람이 온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다 함께 룰을 지키자고 하면 당연히 나도 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다짐은 해보셨습니까?
시험은 학생들이 공부를 통해 마땅히 알아야할 내용을 묻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마땅히 유급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내신성적을 위해 쉬운 문제를 내서 성적을 부풀린 일은 없습니까? 그 성적이 OECD국가들과 교환되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해보셨습니까? 그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으며 사회에 나갔을 때 그 경험이 어떤 작용을 할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연어는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후배 선생님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학예회는 학술과 예술의 발표회입니다. 수학여행은 가장 비싼 현장체험교육입니다. 이 모두가 혹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고 탈선을 조장하는 일은 없었습니까? 스승은 이 사회에 규범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堡壘)입니다.
인성(人性)이 학력(學力)
혹 학생들을 한 인격체로서 ‘학생(學生)들’로 부르지 않고 ‘애들’이라고 부른 일은 없습니까?
아이의 장래에 붉은 줄을 그을 수 없다면서 ‘가출한 학생’을 ‘자립심이 강하다’고 인성평가에 모두 ‘가’를 주신일은 없습니까? 사실 학생들의 성적표는 인사기록부와 같이 모두 인비(人秘)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 학생이 진학하여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연대보증(連帶保證)을 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도 상급학교도 사회도 그 학생의 결점을 보완하고 선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에 선생님이 그 험한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인성이 바른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습니까?
선생님들은 모두 선생님들이 교장이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일이 있습니다.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선생님이 교장이라는 열정이 있었습니까? 이 학교에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는 자부심에 충만한 일이 있었습니까? 교장 선생으로부터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90도 존경의 경례를 받아본 일이 있습니까?
선생님들은 미꾸라지가 아닙니다. 반 다익의 무명교사예찬 일절로 무례를 사죄하고자 합니다. ...오직 배움의 기쁨으로 서로 웃고 至高의 정신을 함께 나누리. 스승이 밝힌 수없는 촛불, 뒷날 그 그림자를 비추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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