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23(화) 인천경향 미추홀칼럼
엄마는 가정교사 - 어머님 전 상서(上書).
양효성(梁曉星)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상들은 아이를 기를 때 낳은데, 본 데, 배운 데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정과 사회와 학교를 일컫는 말인데 아이는 엄마를 닮는다는 말이 있어요. 학교는 학교대로 할 일이 있고 집에서는 엄마대로 따로 할 일이 있어요.
책 읽는 엄마 일기 쓰는 엄마
사람은 말을 하는 동물이고 그 말을 기록한 것이 책이지요. 학교교육은 언어에서 시작하고 언어에서 끝납니다. 엄마가 안 읽더라도 부엌, 거실, 침대에 한 권의 책을 놓아두면 아이들은 그 분위기에서 공부가 됩니다. 책은 컴퓨터보다 생각하는 공간이 넓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으냐고 묻곤 하지요. 세상에 교과서만큼 좋은 책이 없어요. 나이 들어서도 다시 생각나고 일생의 지침이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험문제는 교과서에서 출제됩니다. 교과서를 읽다보면 궁금한 것이 생기고 궁금증을 풀기 위해 좀 더 자세하게 적혀 있는 책으로 참고문헌이나 전문서적을 읽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활자가 꼿꼿이 살아 일어나도록’ 정독(精讀)하세요. 오늘 아이의 책장을 정리하세요. 사전을 맨 앞에 두고 언어-수리-탐구-예능으로 정리 해주세요. 눈감고도 책을 뽑을 수 있도록 습관이 되면 저절로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될 거예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쓰기입니다. 노트가 없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예습도 복습도 그리고 자주적 창의적 능력은 모두 쓰기에서 결정됩니다.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데 일기만큼 좋은 게 없어요. 엄마도 함께 쓰세요. 한 학년을 생각지 마시고 12년을 생각하세요. 일기를 다시 읽어봄으로써 다른 사람의 글도 이해하게 됩니다. 쓰지 않는 학생은 생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악-미술-체육
고전음악을 함께 들으세요. 정서적으로 안정된 학생이 공부를 잘 합니다. 고전음악에는 대중음악과 갈고 닦인 민속의 가락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격정과 순화가 그 안에 있습니다. 신비로운 영혼의 소리와 침묵과 환호의 함성이 그 안에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시끄럽고 요란한 TV를 강요당하는 시청자들일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5분이면 끝나고 그것도 지루해서 ‘야! 一節만해라!’하며 야유를 한다고 합니다. 교향곡은 30분이 넘지요? 대학에서는 100분 수업도 많아요. 아이를 가졌을 때 태교(胎敎)음악도 곧잘 듣던 엄마가 유치원에만 가면 배꼽을 드러내고 같이 흔들어댑니다. 이 아이가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노래방에 가서 또 흔들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귀에는 늘 시끄러운 귀마개(?)를 하고 다니면 그 아이의 고막이 어떻게 되겠어요?! 고3이 되어서 모의고사를 보면 100분 시험이 지루해서 엎드려 자는 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학생을 만드세요. 입맛도 예민해지듯이 귀도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에는 기하를 비롯해서 역사 사회 과학에 수많은 도표와 그림이 나옵니다. 평소에 그림을 그려본 학생은 이 모두를 남보다 과학적으로 뜯어보게 됩니다. 또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도형화할 수 있습니다. 괜히 예능과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체육은 극기와 협동심을 기릅니다. 체력은 국력이 아니라 체력이 학력이라는 것을 10년이 지나면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음악 미술 체육이 왜 중요하냐고 하는 기성세대가 많습니다. 그것은 조미료만 넣으면 음식이 맛있다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존경하게 가르치세요.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학생은 급기야 자신을 부정하게 만듭니다. 공교육이 무너지니까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그 말은 장사가 안 되니까 사채를 쓰자는 말과 같습니다. 절약해서 정기적금을 들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시키거나 기대하지 마세요. 경쟁하지 말고 스스로 고독한 마라톤을 하면서 10년을 생각하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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