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향 미추홀칼럼

예술회관 상설전시장

양효성 2010. 2. 20. 10:14

 

<인천경향 미추홀칼럼 2010.2.>

 

예술회관 상설전시장

 

梁曉星

 

인천을 대표할만한 그림이 상설 전시되었으면 좋겠다. 장소가 없다면 우선 종합문화예술회관의 로비를 이용하면 어떨까?

 

오슬로의 국립극장 현액에는 그리그, 입센, 뭉크 세 사람의 이름이 새겨있다. ‘솔베이지의 노래’로 귀에 익은 작곡가, ‘인형의 집’을 쓴 극작가와 ‘절규’로 알려진 화가는 우리에게 모두 낯익은 이름인데 이들 모두 노르웨이사람이라는 것이 새로웠고 바이킹의 나라를 다시 보게 했다. 풍차로 상징되는 암스텔담에는 고호의 미술관이 있다. 꼭 150층의 초고층 건물만이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주나 안동에 비하면 인천은 뉴욕에 가까운 신도시다. 문화 유적이 드물고 각기 사는 방식이 다르고 방문객이 많으며 역사가 짧은 도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도시는 문화를 만들어 가거나 사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예술은 시민의 경제다

 

인천도 예술이 시민의 재산이요 그것이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매일 캣츠가 공연되고, 고호가 인천 사람이라면 왜 장사가 안 되겠는가? 국보가 몇 점만 있어도 형편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우선 종합문화예술회관의 미술관 로비에 상설전시장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어떨까? 일주일 동안 전시하고 사라지는 그림은 예술의 영원성에 반하여 무슨 일회용품 같은 느낌이다. 한 장의 그림이라도 한 곳에 오래 걸려 있으면 그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좀 볼만한 그림을 20장 정도 미술관 로비에 상설 전시하면 인천을 방문하는 사람도 시민도 그 그림을 보러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드나드는 그 자체가 경제가 된다는 것은 굳이 MICE사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지금 예술회관 1층은 지하실 같기도 하고 동굴 같기도 하고 어두침침하다. 생각하기 나름으로 아늑하고 은밀할 수도 있다. 그 입구에 유리로 만든 입간판을 세우고 형광등이라도 켜두면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리문을 열면 정말 어두컴컴하다. 넓은 로비의 벽면에 조명등을 달고(이미 달려 있는데 전구만 바꾸고 각도만 조정하면 된다.) 10장의 그림만 화가의 약력과 함께 걸어 두어도 인천 예술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그림

 

지금 전시실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한곳을 상설전시장으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전시장이 가득이나 부족하다는 원성이 자자하다면 로비 상설전시관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미술관을 새로 짓는 논의가 활발한데 우선 보여주고 더 좋은 것으로 확대 이전하면 좋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문화공간이 송도를 비롯하여 구청단위로 추진되고 속속 개관되지만 상설전시하는 작품이 없으면 시민에게 각인되는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작품구입이 문제 된다면 소장품을 임대하거나 장기분할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화회관이 소장한 작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4곳 가운데 한 곳이라도 전시장이 비는 시간에는 소장전을 열어 미술관을 비워두어서는 안 된다. 또 공모전의 경우 작품사이의 여백을 주어 관람객에게 전시의 참맛을 보여 주어야한다. 마치 빨래를 널어놓듯 진열한 작품들은 보기에 민망하다.

 

1월말 1주일간 구마모또에 다녀왔는데 인구 60만의 도시에 현립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1976년이니 30년이 넘었다. 이어 1992년에는 규모가 더 큰 분관이 구마모또성의 반대편에 세워졌다. 그 곁에는 전통공예관도 있다. 본관은 전시공간이 약 800평, 수장고가 300평, 교육장소가 150평, 사무실과 괸리실이 1,100평에 로비가 240평이니 모두 3천평 정도의 아담한 규모다. 3층이지만 지하와 중층을 두어 실제로는 5층의 효과를 낸다. 부르델, 로뎅의 조각이 전시된 홀의 유리문을 열면 공원과 구마모또 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후인이나 인구 15만인 벳부의 깨끗한 미술관을 보며 부러웠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시민에게는 필요하다. 상설 전시된다면 그 몇 장의 그림은 시민의 눈을 즐겁게 하고 길이 사랑받을 것이 틀림없다. 예산이나 시설이나 체면보다 급한 것은 한 장의 그림을 오래 동안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작가의 어떤 그림을 보고 왔다고 자랑하는 글이 블러그에 올라왔으면 한다. <*>

 

 

구마모또미술관 입구 

 

 

 

유후인미술관 영상실에서 본 미술관  마당

 

 

 

 

 

벳부시립미술관 로비-창문으로 태평양이 바라 보이고 해변에는 모래찜질

그리고 가까이 부두에서는 오사카에서 오는 페리가 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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