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아소로! - 사흘째 아침
아소의 분화구 외연...오직 풀만 자라는 저 능선 위를 차는 달린다. 이 사진의 제목은 '숨은 그림 찾기'로
한 대의 자동차를 능선에서 찾으면 된다.
유리창을 열어보니 이슬이 맺혀있다 비처럼 쏟아진다. 공기는 맑다.
아침을 먹는데 단체손님으로 붐빈다. 다시 올라가 30분쯤 자료를 들추다 내려가 보니 좀 한가해졌다. 알고 보니 한국의 역사선생님들이 明治維新의 유적탐방에 나선 것! 사쓰마에서 죠수까지...즉 가고시마[鹿兒島]에서 하기[萩]까지 하루에 가신다니 정말 젊음은 대단하다. 마침 일요일에는 NHK에서 坂本龍馬를 방영한다니...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산책길에 나서니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등교를 서둔다. 날씨는 우리의 초봄 - 입김이 솜사탕처럼 번진다. 도심을 흐르는 강물은 시라가와[白川]. 백제가 망할 때 일본 원정군은 부여의 白江에서 나당연합군에 전멸을 한 아픔이 있는데 이상하게 이름이 같다. 이 강은 아소에서 구로가와[黑川-감물]와 합류해 이곳까지 흘러와 다시 아사쿠사[天草]를 지나 아리아께[有明海]로 흘러들면 그대로 중국에 닿을 것이다.
구주횡단버스는 아소산을 중심에 두고 이곳 구마모또에서 벳부까지 7시간 걸리는 산악을 관통하는 버스다. 재미있는 것은 아소산에서 90분을 쉬며 점심도 주고 화산구경할 시간도 주는 것! 아침8시 30분부터 네 차례 떠나는데 벳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0시10분 교통센타에서 그 버스를 타기로 어제 아침 산책길에 예약해 두었었다. 1인당 3500엔이면 엄청난 돈이다. 미쯔이가든호텔에서 고쓰센터[교통센타]까지는 배낭매고 걸어서 10분이다.
버스는 정시에 떠난다. 縣廳과 水前社 공원에서 손님을 태우고 공항을 거쳐 11시 赤水驛을 지나면 마치 화분속에 갇힌 것처럼 분화구에 들어서게 되고 아소의 오르막을 느낄 수 있다. 에둘러 병풍처럼 막은 둥그런 산은 모두 마른풀로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산맥. 그 까마득한 능선을 따라 차가 달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버스에 동승한 대구아가씨는 자매간인데 규슈레일패스를 끊어와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연봉들 -안개속에 흐릿한데 청산별곡이 떠오른다.
민둥산 阿蘇 : ‘阿蘇’는 우리말로 ‘아침山’이다. 아소역에 도착한 것은 11시39분! 버스는 일로 노란 겨울산을 기어오른다. 잠시 전나무숲을 지날 뿐 - 비탈은 온통 초원으로 들판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느낌인데 태초에 아마 그랬을 것이다. 금강산이야 말할 것이 없지만 족보가 같은 한라산조차 한국의 산들은 다기다양하다. 한국인의 성격은 이런 산세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멀리서 보면 후지산[富士山] 같은 이런 특이한 단순함이 한국인의 정서에는 어떤 자극을 주는지? 몇 마리의 말이 등성이의 바람에 갈기를 날리고 있고, 오직 눈에 띠는 寄生火山 - 고메쓰까[米塚]는 쌀을 쌓아올린 볏가리를 닮았는데 우리식으로 露積峯이라고나 할까? 여름철 이 산이 풀로 덮여 바람에 그 녹색의 잔물결을 나부낄 때 아름다울 것이다.
지난번 이곳을 지날 때 사두었던 ‘阿蘇에게 感謝를!’이라는 사진첩을 몇 번이고 보았다. 사시사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라는 자연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 산에 준비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작가[內野望]가 그 조화를 기다리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지 알 수 있다. 제주도 김영갑 사진관에서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되지만 조물주는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무정함도 아울러 느끼게도 한다.
고메쓰까를 지나 화산박물관에 서지 않고 버스는 바로 케이블카앞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미리 준비된 점심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식어버린 불덩이 위를 지난다.
이 분화구에서 근접사진을 찍으면 미국 그랜드캐년의 풍경과 너무 흡사하다. 하늘은 맑고 솟구치는 연기는 폭발을 암시하듯 간헐적으로 숨을 끊었다 이었다 한다. 연기는 하늘로 솟구치면서 흩어진다. 왼쪽은 태평양 오른쪽은 동지나해! 이 한줌의 연기가 마치 지구의 중심이라는 웅장함을 실감케 한다.
1975년에는 아소에 지진이 있었고, 1979년에는 이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지금의 천황이 황태자였던 시절 1962년에 여기서 케이블카를 탔고, 1985년에는 히로이또 천황이 식목행사를 주도하며 이곳에 나무를 심었다. 라쇼몽[羅生門]의 구로자와아키라[黑澤明] 감독도 이곳을 찾았다.
아소산에는 눈이 내려 있었다. 연기가 솟는 불구덩이는 1,000도가 넘는다는데...
이 천년의 분화구가 입을 벌린 노인이라면 그 눈이 꼭 白髮같았다.
噴火口에서
太初에 太陽이었다는
죽음의 神
까마귀도 날지 않는
이곳은
쇳덩이를 태우는 연옥!
쇳물은 녹아
翡翠의 녹색으로
파르르 가슴을 끓고
푸르륵-푸르륵
한숨을 쉰다.
저 煙氣를 마시면
煩惱를 끊고
煉獄에 永生할 수 있다는
呪文을 외우듯-
米塚-우리나라 노적가리를 닮은듯-
여름이면 초록의 들풀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그 향기를 태평양으로 실어보낼 것이다.
阿蘇山에서
白髮을 이고
千度의 끓는 가슴을
靑空에 내뿜는 탄원
아침산[阿蘇山]에서....
앞에는 祖母山
뒤에는 해돋이 산[英彦山]
멀리
쪽빛 바다에
애비의 산
流氓 駕洛國의
神祀 보이고녀...
줄에 매달린 새장에 갇혀있음을 이곳만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지옥의 불에서 벗어난 안도감의 그림자일까? 케이블카에는 모두 한국인- 후꾸오까에서 랜트카를 빌린 가족, 여행사, 자유여행하는 젊은이들...이제 규슈가 제주도가 되어가는 걸까?
유후인에서 한국인 민박에 들었다는 아가씨가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이 번화가 하루 일찍 유후인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다음은 카토만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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