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또 제1일
집사람 환갑이 코앞에 닥쳤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잠깐 여행을 떠나려한다. 살아오고 남은 돈에서 뭉턱 비행기표와 20만원엔을 잘라냈다. 2만엔×7일과 잡비 - 그것이 내 계산방식인데 미루다보니 비행기에 자리가 없다. 월요일까지 대기하다가 목요일까지 연장해서 겨우 표를 구했다. 세금에 유류할증에 공항세에 정말 복잡한 비행기표다. 후꾸오카에서 버스를 탈까도 했는데 시간에 돈에 그것도 만만치 않다. 1월22일 상윤이가 민속학과에 합격했다. 이제 마음 놓고 구마모또에 갈 수 있게 되었는데 토요일에는 외손녀가 아파 칭얼대느라 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늦게 짐을 꾸렸다. 짐이라야 워킹화는 신고 오리털점퍼는 입고 배낭 두 개에 ‘진짜루 일본어’와 ‘규슈여행’, ‘바쇼오의 하이꾸집’ 필기구와 카메라에 속옷이 전부인데 정작 집사람은 소소히 이것저것 챙기느라 부산하다.
비행기가 정비관계로 30분 늦는다고 전화를 해준다. 참 친절하다 했는데 공항에 나가 보니 또 30분이 늦는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롯데면세점 직원들이 설문을 하고 있다. 유리창의 햇빛은 점점 활주로로 가라앉는다. 해가 저물고 타국 땅에 내리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다. 더욱 마중 나올 사람도 호텔도 예약하지 않은 경우에는...안내책자를 펴드는 나를 보고 옆자리의 포항 스틸러스 매니저는 눈이 똥그랗다.
‘아니?! 호텔도 예약하지 않고...’
나는 무심히 묻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약 -3-40분!’
그들은 스이젠지 공원옆에 숙소를 잡고 전지훈련을 하는데 표를 못 구해 두 팀으로 나누어 간단다. 브라질 코치는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축구를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음식도 입에 맞고 선수들도 자랑스러워한다.
비행기는 정말 빨리 도착한다. 입국스탬프를 찍고 나니 컨베어벨트는 멈춰있고 짐은 벌써 바닥에 놓여있다. 구마모또의 여행은 교통센터[버스종합터미널]에서 시작되고 거기 호텔도 있는데 마침 공항에 관광안내 카운터가 있고 밤 6시48분 한국어를 하는 J를 만났다.
J는 훤칠한 키에 미소를 머금고 지도를 펴보였다. 그리고 국내선 카운터로 자리를 옮겨 이틀간 구마모또 미쯔이 가든호텔, 이틀간 아소의 우찌노마치 카토만온천여관을 예약해 주고 버스를 태워주었다. 이 일이 컴맹인 배낭여행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가까이서 본 가또 기요마사의 동상 - 울산을 침략하고 그 사람들을 데려다 이 성을 쌓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울산정이라는 마을이 구마모또에 있는데 이들 말로는 울산에서 아이를 데려다
여기서 양자로 기르고 그 후손이 번성하여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호텔지도를 들고 이미 어둠이 짙어진 고쓰[交通]센터에 내릴 때 버스요금은 630엔이었다. 집사람은 객지에서 대학을 다니며 위를 상했다. 여행할 때마다 脾胃(비위)로 고생한다. 아시아나의 기내식이 전만 못했다. 국물을 마셔야 위를 다스릴 수 있다. 銀座[긴자]거리를 오르명내리명 미소시루를 찾다가 김밥집에 들렀는데 주인은 왕년의 가수 加納かつあき씨로 夕顔(석안)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기어이 그 테이프를 선물로 준다. 호텔에서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 정을 생각했다. 부인은 호텔까지 우리를 바래주었다.
11,500엔- 호텔은 아늑했다.
제2일 오전
아침 뷔페는 미소시루에 죽에 야채 그리고 우유와 커피 모두 맛이 있었다. 자유여행의 좋은 점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쉴 수 있는 것...
10시- 집을 나서 전착길을 지나 가또 기요마사의 동상 앞에서 그를 바라본다. 동상 옆에 구마모또 성으로 들어가는 해자의 옛 다리를 본다. 그 다리는 끊어지고 새로운 다리를 지나면 오르막 - 공원지도를 한참 보다가 공원으로 걷는다. 여기서 바라보는 성은 오히려 그 안 7층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상큼하다.
구마모또현립미술관 입구
공원에는 벤치가 있고 물을 마실 수 있고 개인 겨울 하늘의 푸르름을 즐길 수 있다.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있고 하나투어 버스도 보인다. 우리는 공원을 가로 질러 미술관으로 걷는다. 이 미술관은 아름답다. 입구와 로비에는 조각들이 있고 체험학습에 나선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그 아이들을 한참 본다.
<다음-구마모또 2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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