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재발견

[5]엄마의 아침상

양효성 2010. 1. 15. 20:25

 

[5]엄마의 아침상

 

어떤 서양할아버지가 가족을 ‘저녁식사에 모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食口지요! 학교급식으로 요즘 우리 아이들이 점심은 학교에서, 고등학생은 저녁까지 먹다보면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일 시간이 없지요. 핵가족이 되고 다시 밥상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팝콘 가족’이라는 말이 생겨나야할는지? 게다가 모유를 먹지 않는 아이는 養育되는 것이 아니라 飼育한다고 해야 할지요?

 

아침밥상에서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 세 마디는 가족의 우애와 규율과 예의와 하루의 결의가 담겨있는 말입니다. 이 말이 습관이 된 학생은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합니다.

 

‘중국인수첩’이라는 책이 있는데 밥 먹을 때 8가지 禁忌가 있더군요. 우리와 음식문화가 다르지만 참고할만합니다.

1. 과식

2. 빨리 먹지 말 것.

3. 집중, 즉 책을 보거나 큰 소리로 떠들지 말 것.

4. 물에 말아먹지 말 것.

5. 국에 말아먹지 말 것.

6. 편식

7. 밥 먹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말 것.

8. 아침을 거르지 말 것. 오래 되면 어지럼증과 마음이 혼란하고 기억력 감퇴를 유발한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밴 학생은 대학을 졸업할 때 맨 먼저 교문을 열게 됩니다.

 

할아버지인 내가 음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뭣하지만 인류는 채식의 농경민족과 육식의 유목민족과 생선을 먹는 해양민족으로 나뉘어 발전해왔습니다. 전자가 靜的이라면 후자는 動的이지요. 나는 이 두 유전자를 복합한 한국인이 그래서 총명한 두뇌를 가졌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急就章(급취장)’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자교과서를 번역하다보니 五穀六畜이라는 단어가 눈에 띠었는데 쌀·보리·콩·조·기장과 소·말·돼지·양·닭·개를 모르는 학생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전통음식이란 수천년 시행착오와 임상실험을 거친 안전식품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또 채소와 음식 및 질병과 약초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병을 다스리는 약은 모두 풀이었습니다. 나아가 풀이 곧 영양이고, 동양 사람들의 밥상이 바로 약이었습니다. 本草綱目에는 쌀을 비롯한 오곡이 인삼, 쑥, 감초, 당귀, 부자 등등과 더불어 藥으로 소개되어있습니다. 동의보감에도 가지가 부인병에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漢字(한자)에는 214자의 부수가 있는데 부추[韭(구)]가 그 부수의 하나이니 이 채소가 얼마나 중요했겠습니까? 도 오곡의 하나인 콩이 얼마나 귀한 것입니까? 된장과 간장, 고추장, 두부, 콩나물 모두 알고 보면 콩입니다. 일본의 황실에서 이 콩을 즐겨했고 그래서 교또[京都]의 두부요리가 유명합니다. 중국식당에서 4가지 요리를 시키면 그 하나는 두부요리입니다. 자세히 차림판을 보면 수 십 종류의 두부 요리가 있습니다.

 

재래종이 모두 사라졌다고 걱정입니다. 제 철에 나는 채소 그리고 제 땅에 나는 채소를 먹는 아이로 키우세요. 사람의 젖을 빤 아이는 짐승의 젖을 빨지 않아요. 가공식품을 조심하세요. 음식을 만드는 순간이 행복하다는 어머니는 적어도 사랑할 줄 아는 여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효도를 만듭니다. 지금 특히 여자아이들이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 하고 김치를 담그지 않으면 우리 장래는 어떻게 되겠어요? 아니지요! 그 가정의 장래가 어찌 되겠어요?!

 

내일은 ‘과외와 선행학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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