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할아버지 [2]
입학식이 끝나고 첫 주일이 어수선하게 지나갔다. 이제 정말 대학생이 된 것이다. 앞으로 1학년 동안 공부할 계획에 대해서...
[L] 기본적으로 강의의 내용을 자세하고 알아보기 쉽게 표, 그림 등을 첨가하여 메모장에 메모한다. 혹여 강의 장소가 너무 넓어서 칠판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Mp3의 녹음기능을 이용해 녹음을 하여 오후시간에 독서실에서 강의를 다시 한 번 듣고 정리하면서 하루에 들은 강의 내용을 모두 복습을 한다.
[Y] 대학수업이라는 것은 시간표가 나오면서 시작되고, 시간표를 짜는 데에서 승패가 좌우된다. 몇 과목 몇 학점의 개념을 먼저 세워야 한다.
과목의 분류와 종합 : 9과목(민속학의 이해, 영어회화, 영어, 글 읽기와 쓰기, 민속사 이해. 사회학의 이해. 자기개발과 대학생, 고전과 이야기, 현대인과 동양고전)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이 과목을 세 개의 支流로 나누어 기초 교양과 필수 전공으로 묶어서 궁극에 이 세 강이 바다로 합류하도록 해야 한다. 기초란 결국 언어문제다. 그 언어는 국어와 영어로 나눌 수 있는데 국어에 한자를 모르는 것이 약점이라는 것은 이미 말했다. 만약 이것을 모르고 지나갔다면 대학 4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첫째, 기초가 되는 것이 언어인데 영어와 글 읽기와 쓰기가 기초에 해당되는 것이고, 전공에는 민속학, 사회학의 이해가 전공이 되겠다. 교양은 고전과 이야기. 자기개발과 대학생활이 도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9과목을 개설한 목적과 분류가 중요하다. 그래서 대강 3가지 분류로 머릿속에 정리하여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꽂이도 사전, 언어, 교양, 전공 이렇게 정돈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에 교양이었던 것에서 주제를 찾아 나만의 전공을 만들지도 모르니 어느 과목 할 것 없이 소홀히 하지 말고 집중하기 바란다.
1시간의 수강 :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가 하나의 강의를 완전하게 소화하는 것이다. 강의를 인천에서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는 것으로 비유할 때 만약 장애인을 데리고 간다면 자동차에서 부터 산행과정 전체가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엄홍길교수를 따라 간다면 우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훨씬 더 천천히 또박또박 잘 가르치신다고 한다. 그러나 얼치기 산악인을 만난다면 자신생각만 하며 뛰어올라갈 것이 뻔하다. 이런 과정을 생각할 때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자사전과 백과사전이다. 즉 뒤처질 때 재빨리 그 빈 곳을 이런 도구들로 메워야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그런 책을 ‘工具書’라고 한다. 교수는 하나의 강의를 위해서 1년을 한 과목만 가지고 생각했고, 수십 년 동안 준비해왔다. 너는 맨손으로 그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습과 예습을 하고 모르면 누군가에게 물어서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건 두 가지이다.
친구와 지도교수 : 하나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道伴이라 불렀다. 이 친구를 만나면 대학생활은 절반을 성공했다 볼 수 있다. 만약에 게임방의 고수를 만난다면...그리고 또 예쁜 여학생의 뒷그림자가 눈에 비친다면...
다음으로 지도 교수를 잘 만나는 것인데, 말하자면 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치는 직접 뛰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coach는 의자라는 뜻이다) 게임을 보는데 그러면 게임이 훨씬 더 잘 보이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공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무엇인가 코치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즉 게임이 진행되고 있어야 포메이션이든 작전이든 운영에 대해 훈수를 해줄 수 있다. 매번 할 필요는 없지만 결정적일 때 그런 코치의 지시가 도움이 된다. 코치의 말대로 하면 패배할 팀이란 없지마는...
[L] 토익교재의 경우엔 CD가 들어있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음성파일을 다운받아서 스스로 복습을 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한자공부는 구내서점에서 파는 많은 교재 중 5급 한자부터 찾아서 차근차근 공부를 하며 5월 시험에 응시해본다. 한자의 경우에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4학년이 될 때 1급을 따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차근차근히 공부해간다.
[Y] 열심히 하도록 해라! 어떤 책이 가장 좋은가? 교과서 이상 가장 좋은 책은 없다. 문제는 교과서도 제대로 끝까지 안 읽는다는 것. 어차피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는 학생은 없다. 무조건 끝까지 먼저 읽어라. 그다음에 수업을 듣는 것이다. 소설책 보듯이 끝까지 본다. 그것이 안되면 목차라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반드시 참고문헌과 각주를 참조하는 것이다. 이것에 꼭 유의해야 한다. 몇 가지 덧붙여 두마!
* 밥먹는 일 :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 공부하고, 또 살아 있어야 공부 할 수 있다. 죽은 놈은 공부 할 수 없다. 그 말은 밥을 잘 먹어라. 밥을 잘 먹는다는 건 미식을 하거나 영양식이나 다이어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때에 먹는 것. 즉 밥을 거르지 말라. 밥 먹는 것을 잘하면 공부를 반은 한 것이다. (이때 사모님이 청소를 잘해도 공부는 반을 한 거라 하셨다.) 그래서 옛날 대학이라면 당연히 절이었다. 지난 1천5백년간 한국에서 최고의 대학은 절이었다. 절에 들어가서 3년간 밥을 지으면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입학시험이란 딱 한 과목. 불 때고 밥하는 것. 잊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밥은 네가 지금까지 보아온 ‘소림사의 주방장’을 비롯해서 ‘음식남녀’나 ‘파스타’와 같이 밥 짓는 이야기를 많이 보아서 부모님 걱정 없이 밥을 지을 것이라 안다.
* 시험을 잘 보는 방법. 두말할 필요 없이 출석을 잘하는 것. 맨 앞자리에 앉는 것. 오늘 수업할 것을 머릿속에 그리며 등교하는 것.(책도 안가지고 다니는 인간들이 많으니까) 그날 공부한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 세이브 해두는 것. 그러면 레포트로 연결된다. 아마 이 학교는 거의 레포트로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교에는 출석, 레포트, 필기로 세분 되어있다. 일등보다는 충실함을 생각하라.
* 나를 만나려면 도서관으로 오라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1등으로 졸업한 어떤 얄미운 인간들은 4년 동안 도서관에서 살아놓고 마치 당구장에 가서 논 것처럼 과거를 추억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1번 늦잠 자는 침대, 2번 커피숍, 3번 게임방 등등...뭐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제일 좋은 장소 1번은 내 생각에 도서관에 자리를 하나 확보하는 것이다. ‘그 시간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다.’ 이것이 말하자면 이상윤 주연의 안동대학이라는 영화의 제목일 것이다. 자리라는 것은 매일 가면 정이 붙는다. 그 책상 그 의자가 나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대화를 한다. 이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어떤 영화에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먹고 자고 편지도 도서관에서 받는데 나는 아주 반해버렸다. 나를 만나려면 그 시간 그 자리로 오너라. 이것이 약속의 방법이다.
또 한곳은 내 생각에 농구장 정도. 그리고 적당한곳의 벤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정도면 대학을 가장 잘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추억의 마당이 된다. 자 이상윤 파이팅!
+내가 pmp를 빌려 줄 테니 3개월간 컨텐츠를 잘 만들어놓고 문서에다가 설명서를 하나 만들어 와서 가을에는 내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라. 잃어버리진 말고.
+할아버지는 돈을 꿔줄 수는 있다. 그러나 줄 수는 없다. 정말 급하고 사고 싶은 책이 있거나 술 마시고 빛을 졌으면 말 못할 위험에 처하거들랑 지체없이 전화를 해라. 공짜는 없다. 이자도 없지만 상환방법과 기한은 명시하고 네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일기를 안 보내는가. 어제 보낼 줄 알고 기다렸다. 입학식 날부터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 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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