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14> 박목월의 衣裳과 轉身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靑鹿集(1946)의 이 구절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용히 젖어드는 초지붕 아래서/ 왼종일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거나, ‘芳草峰 한나절 고운 암노루’ 등등은 전통적 정서의 젖어있는 갓 서른 詩人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素月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하는...그래서인지... 樹州 卞榮魯에서 나무‘木’을 素月에서 ‘달(月)’을 따서 號를 삼았다는 木月 朴泳鍾...
이 구절을 읊조린 지 어언 半世紀... 詩人의 눈도 歲月따라 바뀌는 것인가? 1916년생의 木月이 쉬흔을 넘기면서 어떤 옷(『경상도 가랑잎(1968)』의 「衣裳」)을 입게 되었을까?! 젊은 시절 趙芝薰의 「古風衣裳」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衣裳
누더기를 걸치고, 말끔하게 세탁한 누더기 같은 호움스펀 스프링 코우트를 이 한겨울에 걸치고 우리 앞을 걸어가는 半白의 신사는 前職 시골학교 교장이었을까. 고무신짝을 끄는 그의 걸음걸이가 근엄했다.
아무리 그가 失意의 그림자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아내에게 소중한 남편일까. 철 아닌 옷이나마 깨끗하게 빨아 다리고, 정성껏 기워 입혀 남편을 내보낸 것이다. 손으로 단정하게 감치고 박은 누더기의 기운 자리마다 아내 되는 분의 얼굴이 내게로 肉迫했다. 忍耐에 길들인 서러운 美德이여. 누더기 자락에 한국 아내들의 얼굴이 펄럭거렸다.
- 여보, 선생.
불러서 따뜻한 인사말이라도 나누지 않고 지나쳐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는 그의 上半身에는 얼굴이 없었다.
<1968년 『경상도의 가랑잎』에서>.
돌이켜 보면 이 땅위에 많은 생각들이 가랑잎처럼 굴러오고 쌓이고 또 지층을 이루고 토양을 기름지게 했다...신화-무속- 儒彿仙- 경교 기독교 천주교 - 범신론(汎神論) - 동학- 낭만주의- 고전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민족주의-물아일체(物我一體)- 자연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스토아학파- 다다이즘 등등 ... 우리의 몸은 하나인데 생각은 많고 또 수시로...아니 순간(瞬間 - 눈깜작일 순(瞬))...눈을 깜박일 때마다 바뀌는 것인지도 모른다.
轉身
나는
나무가 된다.
반쯤, 아랫도리의 꽃이 무너진
그
적막한 무게를
나는 안다.
나는
물방울이 된다.
추녀 밑에서 떨어지는,
그 生命의 흐르는
리듬을
나는 안다.
나는
접시가 된다.
그것이 받드는
허전한
空簡의 충만을 나는
안다.
나는
바람이 된다.
밤 들판을 달리는.
고독이 부르짖는
갈증의 몸부림을
나는
안다.
나는
씨앗이 된다.
과실 안에 박힌.
신앙에 싹튼
미래의 약속과 그 安堵를
나는
안다.
나는
돌이 된다.
河床에 뒹구는
신의 섭리
역사를
나는
안다.
나는
펜이 된다.
지금 내가 쓰는
헌신과 봉사의 즐거움을
나는 안다.
나는 무엇이나 된다.
지금
이 순간은.
시간은
팽창하고
언어는 눈을 뜨는
일점으로
삶의 의미는 집중하는
감정의 부푼 균형
나는
모든 것 안에서
살아난다.
晴曇(1964)에서-
詩人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河床에 뒹구는/신의 섭리/역사를/나는/안다’.그리고 ‘나는/모든 것 안에서/살아난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詩集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손주에게 시집을 사줘야겠다.
朴木月 본명은 朴泳鍾
1916. 1. 16,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1978. 3. 24, 서울에서 殞命.
청록집(1946)
山桃花(1955)
蘭,기타(1958)
晴曇(1964)
경상도의 가랑잎(1968)
어머니(1968)
砂礫質(1970)
無順(1976)
크고 부드러운 손(1979)
그리고 이 모든 시집을 묶은 『박목월시전집(1984. 瑞文堂)』이 있다.
동시집으로 〈동시집〉(1946)·〈산새알 물새알〉(1962)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1956)·〈여인의 서(書)〉(1959)·〈밤에 쓴 인생론〉(1966) 등이 있다. 1955년 아세아 자유문학상, 1969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72년 국민훈장모란장, 1975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등을 받았다.
박목월 시인 생가가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에 있고 국도 길섶에 표지판이 있다. <*>
박목월 시 전집
1950년 중반... 약 60년 전...
초등학생의 일기에 손글씨로 나그네를 傳寫...
어린시절의 詩의 殘像은 오래 오래 유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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