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샴푸...짜증나는 실버... 파랑 샴푸- 노랑 린스- 빨강 바디샴푸 삼종셋트

양효성 2017. 4. 8. 09:50

샴푸...짜증나는 실버

파랑 샴푸- 노랑 린스- 빨강 바디샴푸 삼종셋트

 

1. 아직까지 안경을 끼고 머리를 감는 사람을 본 일은 없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老眼(노안)이 찾아오고... 북경의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틀고 한참 흐르는 물로 손가락 빗질을 하다가 샴푸?’로 비벼대는데 !?’ - 미끈거리는 게 ... 순간, 역한 기운이 치밀어 오른다.

(발가벗은 채로- 탈의실로 나와) 웨이 푸우우엔[! 服務員!!]...애꾸눈으로 소리를 지르고 샴푸?’를 흔들어댄다. 복무원은 다가와 멀뚱하게 바라보다 샴푸!’를 찾아준다. 미끌거리는 머리털을 연실 흔들어대며 애꾸눈으로 연신 굽실거린다. 쎼쎼...謝謝

목욕을 마치고 안경을 찾아 다시 탕으로 들어가 자세히 훑어 본다. 容器(용기-샴푸 통)야 쌍둥이고 글씨도 쌍둥인데 색깔이 달랐던가?! 기억이 흐릿하지만 頭髮인지 洗髮인지 洗身인지 시력검사표처럼 洗髮 - 아마 그랬을 것이다.

 

2. 디자인design -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국립 디자인연구센타(?)...디자인 대한민국...디자인이 미래다...이런 말들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마찬가지다. shampoo - 이렇게 써 있는데 용기에 불투명 색깔을 입혔으니 그 안에 물비누가 들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열심히 누르고 또 누르고 펌프질을 하다보면 푸-- 샴푸... 욕이 절로 나온다.

 

할 수 없이 오일 매직펜으로 샴푸크게 써 놓았는데 이번엔 동짓달 팟죽같은 색깔의 샴푸가 신상으로 들어왔다. 이것 또한 린스와 셋트로... 정말 짜증이 난다. 장식장을 열어보니 똑 같은 샴푸가 한 셋트 더 들어있다. 무스도 안 발랐는데 머리털이 꼿꼿이 일어선다.

도대체 ×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되어야지!!- 이런걸 뭐 하러 돈 주고 사오나!! !!!’

한 셋트는 연말에 노인회관에서...글구 마트에서 謝恩品(사은품)으로...’

아이구!! 내가 집을 나가야지...’

샴푸를 버릴 수도 없다. 오히려 물에다 풀고 풀어서 희석시키는 것이 그나마 오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중처럼 삭발을 하면 어떨까?

 

3. 만주의 군대가 중원을 휩쓸었을 때 팔기군이 있었고 만주팔기라고도 했다. (), (), (), ()...군인들은 색깔로 제 부대를 찾아 모였다. 아무튼 색깔있는 군대라고 해야 할까? 역사를 새로 쓴 일이 있었다. 디자인연구소 말고도 표준연구원이니 KS...그로발 스탠다드니 온갖 위원회가 나도는데 실용연구원이나 노인배려디자인...복지디자인 그런 위원회는 없는지? 샴푸는 파랑- 린스는 노랑- 바디 샴푸는 빨강 그런 색깔을 삼색셋트로 그로발 스탠다드로 하면 얼마나 스마트할까? ... 휘파람을 불면서 머리를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깃발이 휘날리는 그런 자유와 평등을 만끽하면서...

 

4. 신윤복의 목욕하는 여인이라는 풍속화가 있다. 보나르도 르노아르도 여인의 목욕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보나르는 집안에서 목욕하는 애인을 햇살아래 빛나게 하고 있다. 金髮(금발)의 대리석 비너스가 동양인의 비너스였다면 黑髮(흑발)의 검은 눈동자는 독일인의 로망이었다. 몸을 씻는 것은 美學(미학)이자 종교적으로는 洗禮(세례)의 의식이다. 마음의 때는 남겨두고 공부를 게을리 해서 때가 낀 머리를 죄 없는 물로 씻어내려는 이 죄는 어떡하고 샴푸타령하는 나는 머리를 감을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

 

이분들은 어떤 샴푸를 쓸까? <게묄데 베를린>

이 시대에 엄마와 아들은 어떻게 머리를 감았을까? <게묄데 걀라리에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