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섯 살 할아버지 VS 다섯 살 손자

양효성 2014. 12. 22. 11:25

                  다섯 살 할아버지 VS 다섯 살 손자

 

다섯 살 어린이집 院生 부지깽이는 가끔 할아버지의 시골에 와서 지낸다. 엄마도 원생을 방금 마쳤는데 학력이 서로 어떻게 되나? 그 엄마가 세미나를 변산에서 한다고 꼬맹이를 배달(? 아이가 무슨 택배인가?)해주었으면 한다나? 할아버지 방도 준비했다고...사위도 함께 간다는데 전공이 다르면 무슨 融合人文學이 새로 생겼는지? 우리는 아이를 군산휴게소에서 접선하고 강경젓갈이나 구경하고 돌아오려고 천안에서 차를 몰고 세종시를 거쳐 금강의 강변도로로 달리기로 한다. 세종시를 지나며...

부지깽이는 좋겠다! 커서 국무총리가 되면 저 건물에서 일하고...관저는 할아버지 집보다 엄청 크고...’

나는 버스 운전수할거야!’

카시트에 버티고 앉은 아이의 꿈은 크다.

?!’

자유롭게 살 수 있잖아?!’

-그렇지!! 자유가 총리보다는 크지!

전에는 경찰차 운전한다고 했잖아?’

- 생각이 바뀌었어!’

그 전에는 포크레인 기사한다고 했고?!’

‘........’

 

금년 여름 이야기다. 이번에도 부지깽이가 다녀갔다. 일곱 살 누나에게 치여 기를 못 펴는 이 어린 王子

나는 그림도 못 그리고 피아노도 못 치고...’

아니야! 부지깽이가 얼마나 잘 그리는데...부지깽이는 달리기도 잘 하고 마늘도 잘 까고...’

할아버지는 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思春期가 빨리 오는 것일까? 아니면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면 버릇이 없어지고 世態에 뒤지고 혹 왕따나 自閉症 그런 부작용은 없을까?! 더럭 겁이 난다.

부지깽이 친구들은 몇 명?’

! 이안이...수경이...인애...진우...동이...---’

모두 열셋이네...’

누구와 제일 친해?’

! 수경이...인애...진우...동이... ’

 

부지깽이가 요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그 그림의 호방한 스케일과 필치가 마음에 든다. 이 동네 문화원에서 만든 김시민장군과 이동녕선생, 유관순 누나 어사 박문수 등등 만화전기를 구해다 주었더니...진주의 김시민 장군 유적과 고성의 공룡발자국을 보고 싶다고 한다. 기회가 되어 할머니가 데리고 다녀왔다. 부지깽이는 한없이 들떠 돌아온 날은 잠도 자지 않았다.

...글쎄! 할아버지는 다섯 살 때 육이오를 겪고 있었다. 그때는 종이도 연필도 변변치 않았다. 피난살이에 증조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제주도도 아닌데 남자구경을 못 하던 때였으니까... 할아버지는 그때로 돌아가 부지깽이에게...

내가 다섯 살 때는 말이야....’

그런 말을 하려 하지는 않는다. 만약 할아버지의 다섯 살 때 이 落書空冊이 남아 있다면 다락에서 다시 펼쳐 볼 수 있을지?!...그때쯤은 종이가 삭아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부지깽이의 그림과 나란히 펴놓고 내리는 눈 속에 서울의 어린이집에서 院生本分充實[선생님은 그렇다고 하시지만?]할 부지깽이를 그려본다.

 

 

이 왕자님은 'ㄹ'과 'ㄷ'을 매우 독창적으로 쓰는데 선이 굵다.

 

반구대의 이 탁본을 언젠가 선물해야겠는데...

 

이런 위대한 분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왕자님은 교우관계도 원만하고...할아버지는 참 부럽다.

 

할아버지도 모르는 '괌'이라는 섬에서 보내온 엽서로 그 애비어미는 가끔 이런 곳에서 세미나(?)를 하는 모양이다. 

 

625때 할아버지의 공책-60년은 분명히 넘었다.

 

전차가 그려진 것으로 보아 그때는 이 종로의 전차가 최신형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

 

피난처에는 병아리가 있었을까?

 

눈이 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