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집 2 : 문은희의 누드 - 生命의 始初
올 겨울은 봄이 좀 이른 것 같다.
충부호반 화가의 집을 품고 있는 산자락은 티 없는 불루였다.
녹아가는 그늘의 殘雪(잔설)속에서 얼음이 된 풀조차 파란 빛을 잃지 않고, 마른 가지에 말라붙은 산수유는 혀끝에서 녹아가며 단물이 스며들었다.
누드-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알몸에는 옷이라는 껍질에서 느낄 수 없는 체온이 있다.
즉 알몸에는 흐르는 더운 피가 상징하는 생명이 있다.
작가는 서양화가인 남관 화실에서 피나는 단련을 받았다고 하는데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도 원체화파 보다는 오히려 문인화적 느낌을 풍긴다. 匠人(장인)의 과정을 거치고도 오히려 소박한 筆勢(필세)는 오히려 그의 문인적 氣質(기질)탓이 아닌가 한다.
오직 흑백으로 여인의 몸을 선으로 갈라낸 것뿐인데 오히려 색채를 입은 누드보다 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 조금 더 차분히 들여다보면 ‘흑백의 여인’이 더 많은 ‘색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화선지는 먹물을 빨아들이고 번지면서 입체감을 만들고 또 먹의 흔적을 검게 남긴다. 붓은 阿膠(아교)가 녹아있긴 하지만 그 먹물로 화가의 혼을 담은 완력이 꿈틀대는 대로 종이에 그 생각을 옮겨 놓는다.
먹-종이-붓과 화가와 그림 앞의 낯 선 관람객...
儒巾(유건)과 道服(도복)에 남바위로 얼굴을 가린 선비와 쓰개치마로 감싼 여인네의 풍속화에 익숙한 이 땅의 선남선녀에게 사람의 알몸을 드러낸 것은 오히려 서양 그리스인들이었다. 대리석으로 상징되는 매끈한 피부와 비너스로 대변되는 八等身(팔등신)의 황금분할...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헬레니즘의 대척점에 선 헤브라이즘의 여인들은 잎사귀로 중요부분을 가리고 등장했다. 그리고 풍부한 상상을 자극하는 상징의미로서 ‘누드’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마네-르노아르-모딜리아니-보나르-키르히너-에곤 실레 등등 명화가의 이름이 줄을 잇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피카소와 마티스에 이르러 말년에는 동양의 毛筆(모필)로 먹[墨]물을 찍어 여체의 라인을 더듬기에 이르렀다. 켄트지에 묻어나는 먹물과 화선지에 스며드는 먹물의 차이를 감각하기에는 아직 그렇지만...
누드란 무엇인가?
우리는 알몸으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말자 배내옷을 입고 똥오줌을 가린 뒤로는
‘羞恥(수치)의 옷’을 덮고 그 위에
‘假飾(가식)의 옷’으로 허영을 과시하고
- 나를 버리고
- 남으로 살았지만
결국 생명을 孕胎(잉태)하기 위해서라면 다시
- 알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내[알몸]가 아닌’, ‘남[옷]’으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오히려 ‘나’를 거부하고 ‘남’이 되기 위해 몸부림쳐왔는지도 모른다.
누드란 무엇인가?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누드를 감상하는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잎사귀를 떼어 나고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생명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
문은희[할머니를 이렇게 불러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의 누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만가지의 이유 가운데...
수천 년 동안 서양이 개발한 누드를 수천 년간 동양이 발전시켜온 먹과 종이로 새로운 무대 위에 올린 첫 번째 화가?
白描骨筆(백묘골필)로 裸身(나신)에 체온을 불어넣은 화가?
이런 이야기는 내 영역이 아니가 싶다.
그 보다는 나무아트가 주관했던 32미터에 이르는 그의 누드를 전시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노화가가 100세가 되기 전에...
아무튼 米壽(미수)를 눈앞에 둔 老(노)화가는 한마디로 端雅(단아)한 느낌이었다. 몇 줄 그의 이력은 ...
1931년 경기 김포에서 출생 서울을 거쳐 지금 충주에서 생활중
1938년 남관 미술연구소에서 鍛鍊
1959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동양화학과에서 여성으로는 최초졸업생]
전시회
1975 신세계미술관(서울)
1988 東京都美術館(東京)
1989 스트라이프하우스 미술관(東京)
1991 조선일보사 미술관
1992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파리)
2000 공평아트센타 초대전
2002 청주예술의 전당(KBS청주 초대전)
그림속의 화가
네폭 병풍속의 여인들...
화가의 작업을 기억하는 사람들...
소원은 그의 아호인데...그의 소원[所願]은 통일- 그림의 중앙에 안고있는 두 알몸이 있는데...
프랑스와 일본의 잡지들은...
그의 화실에는 벌써 봄볕이...
아드님이 곁에서...
청주 SBS에서...
널리 인재를 구하다...방구준언...석불의 휘호
맨 오른쪽에 천상병 시인...
연민 이가원은 그의 누드에 제발을 즐겼다는데...
연민의 휘호...佛
따님의 피아치는 모습
소원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는 이상기박사
소원의 학창시절...그는 도자기와 닥지공예에도 일가견...
화암화실...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꽃 바위.라는 이름이 덧 붙었다.
솔은 푸르고 산수유는 가지만 남았지만 봄은 저 하늘 뒤에 아주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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