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책「사진이 나를 찍었다」에 낙서하기...
바닷물은
멀리 마실 나가고
고무신짝 닮은 배
갯벌 위에 퍼져 쉬고
동네 개들
주인따라 낮잠 자는데
묶인 굴비
부릅뜬 눈으로
텅 빈 포구 지킨다
「법성포」
사진집을 본다는 것은 즐겁다- 좋다- 편하다 ... 온갖 이유가 있겠다.
방안에 누워서 몇 날 며칠을 기다리며 담아온 풍경을 눈 한번 깜박여 즐길 수 있으니 편하고 즐거움을 넘어 놀라울 밖에...
그러나 무엇보다 관람객에게 무한한 상상을 하게 한다는 것이 말없는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그렇다. 사진은 말이 없다. 관람객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드려다 보기도 하고 빗겨 서서 보기도하고 눈을 지그시 감아보기도 한다.
‘작가는 어떤 느낌으로- 어떤 생각으로 셔터를 눌렀을까?’ 사진 속에 사라진 소리와 계절과 시간을 이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낙엽을 쓸어가는 바람소리...
사진과 함께 음악을 곁들여 보기도 하고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옛 친구가 보내준 「사진이 나를 찍었다」는 내 머리맡에 있다. 가끔 본다. 한참 보기도 하고 흘낏 보기도 한다. 친구는 사진과 나란히 글을 쓰다가 운문을 머리에 올려놓았다. 글을 읽고 보니 사진이 다시 보였다. 그러다가 그의 글에 나도 모르게 落書(낙서)를 하고 말았다. 落書(낙서)?! 아니 그 글을 내 呼吸(호흡)에 맞춰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 落書(낙서)이야기를 또 다른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A의 이런 답장이 카톡에 떴다.
A “낙서와 메모는 다르잖나요?”
B “落書는 詩人 - 메모는 留保 ... 암튼 不敬한 짓이네...”
A “敬(경)과 遜(손)의 차이는?”
B “둘 다 맞구먼...이 경우에는...”
A “遜(손)은 諒解(양해) 敬(경)은 적극 辭讓(사양)... 중간지대[庸]가 없음이...”
B “...문제는 내게 흐뭇한 시간이라는 거...대화할 친구가 있다는 것...혼자 있어도 함께 있다는...
A “ㅎㅎㅎ”
B “ㅎㅎㅎ”
사진에 흠집을 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못내 여백에 긁적거리고 글자를 뭉갠 것이 마음에 걸린다. 기왕에 긁적거린 落書란?!
갯고랑에 서낭기
노을 그림자
드문 드문
흰 머리 갈매기-
할망의 갯벌에
발자국이 그립다...
<關心이라고 하더라도 落書는 純粹를 해치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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