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광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1]原畵(원화)를 향한 渴症(갈증)
한 화가의 일생을 한 장소에서 본다는 것은 겨울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손수광은 1943년에 태어났으니 ‘해방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인데 21세기의 초엽인 2003년에 타계했으니 겨우 반세기의 光明(광명)을 누린 셈이다. 간단히 서양화 100년-근대화 100년을 축구로 비유하자면 작가는 후반전을 산 셈이다. 즉 우리는 후반전을 감상하는 것인데 작가의 유년기를 제외한다면 이 전시장 76점의 작품에서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약 30년간의 시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작가는 1979년에서 1982년까지 파리에 그리고 귀국이후 서울 우이동과 해인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작가의 공간과 시간은 2016년이라는 시간과 천안이라는 공간에서 復活(부활) 再現(재현)된 것이다.
천안의 아라리오갤러리는 ‘구상화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고자 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사실주의-추상파-앙포르멜-데포르메-인상파-표현주의...畵譜模倣主義(화보모방주의)니 實景山水(실경산수), 觀念山水(관념산수)니 個性(개성), 畵風(화풍) 등등 많은 시각이 하나의 화면 위를 어지럽게 스쳐간다.
한 장의 그림...그 그림은 작가의 사인[署名(서명)] 그리고 創作(창작)年度(연도)와 함께 고정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감상객에 조차 계절따라 전시공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관객의 느낌과 무관하게 작가만은 그 시간 그 공간을 실감하리라는 막연한 상상을 관객들은 놓치려 하지 않는다.
한 장의 그림... 그 그림의 액자 밖으로 우리는 그 당시를 확장해 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엽적인 몇 가지 이야기...
天安(천안)에 사는 내가 이 시점에 왜 이 전시회에 연연하는가? 한마디로 ‘原畵(원화)를 향한 渴症(갈증)’이다. 한 틀의 액자에 담긴 단 한 장의 그림...色感(색감)과 붓질...그 眞實(진실)과의 對面(대면)때문이 아닐까? 인터넷-화집 등등 그림을 접할 기회는 많지만 그림의 크기와 원화가 주는 색감의 호소력엔 比較(비교), 形言(형언)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아무튼 관람객인 나는 그 原色(원색)을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다시 못 올 그런 기회를...
서양의 장미에 동양의 병풍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란[牧丹]...그 모란은 현대시에서 김영랑으로, 서양화에서 오지호, 이마동, 김인승 등에 의해 언어와 기름물감으로 새로 피어났었다. 세잔느의 사과에 한국의 石榴(석류)도 그런 대비의 하나다. 도상봉, 손응성 등등 살을 찢고 수정 알을 태양아래 드러내었다.
어떤 서양미술사가는 건축-회화-조각을 미술의 주요한 분야로 다루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건축을 미술에서 떼어내어 보는 경우가 국전 등에서도 볼 수 있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당연히 陶瓷器(도자기)도 그 한 분야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손수광은 고대의 토기의 질감을 한 분야로 그림에 초대한 것 같다. 그의 도자기는 시대를 넘어 화면에서 遊泳(유영)하다가 裸婦(나부)의 가슴위로 날아다니기도 한다.
表情(표정) - 손수광의 인물은 창가에서도 또는 아틀리에에서도 일단은 端正(단정)하고 靜的(정적)이다. 나부의 표정은 따로 나누어 다음 기회에 몇 마디 할까 한다.
소개의 글에서 몇 구절...
* ...서양화 전통위에 작가 특유의 감수성을 강조하는 표현적 형상...
* ...작가가 사용하는 색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담아내는 유용한 수단
* ...대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생각의 재현...
그리고 이런 생각도 덧붙여 본다. 대상을 인식하는데 있어 추상보다는 오히려 구상이 난해하다는...
** 천안고속버스터미널이 김창일의 천안 아라리오갤러리라고 보면 된다. 전시회는 2017년1월8일까지 계속된다.
인물화에는 모두들 눈이 큰 여인이 등장한다.
모두들 골돌히 주시하고 있는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그림 앞에선 나도 그렸던 작가도 그런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 자신이 저런 상태인지도?!
이 여인 앞에는 대접안에 석류가 담겨있다.
그림 속에 그림은 바다 위에 떠 있다.
시간은 공간에 무심하고
공간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석류가...
석류가 점점 공중부양하기 시작한다.
시간과 더불어 침몰한 해저 유물선처럼...아니면 구름위로 떠오르는 우주여행선의 무중력상태처럼...
연도미상의 이 두상은 극세밀화인데 눈자위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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