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촌가는길

응답하라 119 - 突風 消防隊 119 천안

양효성 2013. 11. 27. 00:35

 

                응답하라 119 - 突風 消防隊 119 천안

 

지붕을 가리는 枯木이 바람에 운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또 손자만 기다리며 오직 농사에 매달리다 보니 뒤란의 밤나무가 어느덧 고목이 된 것을 까마득 잊고 산 팔순의 老夫婦!

봄이면 밤꽃의 향내 여름엔 지붕에 그늘 그리고 가을엔 알밤이 열리던 그 싱그럽던 나무가 햇빛을 따라 지붕을 덮고 기대며 쓰러지려 한다. 초가에서 슬레이트로 그리고 양철로 바뀐 지붕도 밤나무를 이겨내기엔 歲月이 버겁다.

 

올가을은 풍년이라지만 봄부터 이미 마른 밤나무는 밤마다 걱정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할아버지는 지난 여름 볼라벤을 이겨낸 밤나무의 곁가지를 엔진톱으로 잘라냈지만 하늘로 솟구친 줄기는 어쩔 도리가 없다. 마을에 젊은 분이라야 모두 환갑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 줄기만은 어쩔 수가 없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중장비가 아니면 힘들지유- ’으니 6

길이 좁아 사다리차라도 들이댈래야 차를 돌릴 데가 있어야지?!’

안전행정부의 재난방제처에 전화를 하기도 그렇고?!’

 

농로를 넓힌 마을길은 耕耘機나 택배차량이나 겨우 일방통행도 빠듯하니....

마을 구석구석 사정을 알고 있는 면사무소도 겨우 청소차량에 자율소방대로는 묘안이 없는데...총무-복지-산업계의 직원들이 鳩首會議를 한 모양이다. 이웃인 내게 전화를 해왔다. 돌풍이 마을을 휩쓸고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119에 전화를 하세요! 민원을 할 것 없이 음성으로 접수가 되니까요...’

‘041-119...벨소리...그리고...현장위치...위험상황...전화번호는 이 번호지요? ...등등

스마트폰에 출동시각을 알리는 문자가 바로 떴다.

눈발이 잦아들었다.

 

빨강색 119 소방차는 생각보다 빨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네 명이 팀을 이뤄 엔진톱 2대와 알프스등산장비를 방불케 하는 자일과 고리를 메고 할아버지의 집에 이르렀다.

 

...............................

작업은 신중하게 지붕의 안전도 대원의 안전도 함께 생각하며 진행되었다.

팁장은 지형을 살피고 밤나무의 위치를 돌아보고 자일을 밑동과 줄기에 고정하고 걸고 톱으로 V자를 만들어 잘라내고 자일을 조이고 당기면서... 드디어 나무는 지붕의 그늘을 걷어내며 산쪽으로 쓰러졌다. 팀장은 쓰러진 줄기를 토막내기 시작했다. 하나---...생각보다 높이 자란 나무였다.

이거! 때실꺼죠?!’

지붕에 기댄 굴뚝만 보고도 아궁이를 아는 것 같았다.

장비를 정리하고 히끗 다시 눈발이 날리는데 대원들은 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섰다. 119대원들이 천안에서 출동한 것과 그들이 1조이고 팀장의 姓氏였다는 것을 떠올린 것은 소방차가 마을모퉁이를 벗어난 뒤였다. 그들이 떠나고 나도 漢字敎本을 챙겨 부랴부랴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동센터로 차를 몰았다.

 

安保란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말이다. 安保라는 말이 가장 실감나는 곳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때다. 民生이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일을 마치고 내일 걱정 없이 꿈자리 사납지 않게 두 다리 뻗고 편안히 잠드는 때일 것이다. 이럴 때 국가는 최고의 존엄을 갖출 수 있다. 지붕의 밤나무 그림자가 사라진 것은 면사무소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나선 진정어린 걱정과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은 119대원들의 신속함이었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도 生命威脅을 느꼈을 때의 기다림이기 때문에...<*>

 

 

 

 

지붕을 덮은 밤나무를 마을사람들이 자르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119대원들은 작업할 자리를 마련하고...

 

나무의 상태를 살피는 팀장은 두 곳에 자일을 감았다.

 

각자의 위치를 지시하고...

 

잠시 눈발이 그친 사이 톱질이 시작되었다. 

 

 

비슷하게 삼각형으로 쓰러질 방향을 잡아가며 톱질은 반복되고...

 

이제 나무를 끌어당겨 정반대로 쓰러뜨릴 차례...

 

 

드디어 밤나무는 지붕의 그림자를 걷어내며 길게 누웠다.

 

 

고마워요! 119- 태풍보다 더한 돌풍이 지난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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