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촌가는길

집짓는 딱따구리

양효성 2013. 1. 19. 12:24

 

                            집짓는 딱따구리

 

 1.

 

따닥-닥 딱딱 따다다닥 딱딱

딱따구리가 집을 지어요.

헛개나무 마른 둥치에

집을 지어요.

 

따닥-닥 딱딱 따다다닥 딱딱

부리로 쪼아서 집을 지어요.

 

손도 없는 딱따구리

발톱으로 버티고

날개 접어 그러안고

매미처럼 달라붙어

가을 내내

집을 지어요.

 

따닥-닥 딱딱 따다다닥 딱딱

나무속에 들어가면

딱따구리 집은

겨울 내내

따뜻할거야!

 

 

               2.

 

딱따구리집은

우체통을 닮았다.

 

봄이 오면

편지처럼...

 

새끼 딱따구리가

머리를

내밀지도 몰라!

 

  딱따구리가 헛개나무를 쪼는 것을 보았다. 개울가에 아름드리 호두나무 세 그루가 말라죽어 있었다. 벌써 몇 년 째...그 말라죽은 호두나무에 딱따구리가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늦가을이었고 나는 그것을 브라보는 것이 좋았다.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마을사람들이 전기톱으로 그 나무를 자르고 도끼질을 해서 경운기에 실어 날라 땔감을 만들었다. 더 이상 딱따구리를 볼 수 없었는데 우리집 옆의 헛개나무에서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쉽게 지어질 것 같지 않는데도 여기저기 돌아가며 만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부디 겨울이 가기 전에 그 집이 다 지어졌으면 싶은데 ...

 

  집짓는 이야기는 훌륭한 동화요 동시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날짐승 들짐승에게서 집짓는 지혜를 얻는다. 어른들이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딱따구리를 가까이 보았다

 

고개를 내밀고 정조준하여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낸다.

 

어린 소나무 뒤의 덤불은 집자리로 안 좋지만...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나는 눈을 치우다가-

 

밤에는 옥수수알을 까고...

 

아침이면 딱따구리처럼 피아노를 치다가

 

다시 서울가는 기차를 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