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콩나물- 콩나물국 [오동촌가는길 9]
{詩}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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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훌륭한 詩라면 李箱의 ‘개미’나 ‘烏瞰圖’와 견줄 만할까? 좀 더 세련 되게 하려면 이 詩를 원판에 여러 색깔로 동그랗게 배열하면 좋을 것이다. 제목은 한 가운데에 좀 크게 놓고 액자는 시루항아리로 해서 말이다.
시골살이의 첫 이야기가 콩나물이 된 것은 이 첫겨울에 겨우 짬이 나서일까? 아니면 정신이 좀 들어서 일까?
콩나물 기르기 : 병천장날 난전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한테 5천원 어치 콩을 한 줌 샀다. 유관순 누나와 순대로 유명한 병천장은 1일과 6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콩나물 콩 있어요? 햇콩으로요...’
‘응- 햇콩이유-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짚을 깔고 물을 주고 보자기 씌워놓으면 맛있어...’
‘햇콩 정말 맞나유?’
‘그럼....’
실패 : 어머니가 콩나물을 기르시던 생각이 난다. 웃목에 검장보자기를 씌운 시루에 정성껏
물을 부으시며 노란 콩이 깍지모자를 빼뚜름이 쓰고 가녀린 외발다리를 딛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시면서 해맑게 웃으시던 어머니- 어머니에게 그 콩나물시루는 모래시계였다. 물을 붓고 또 붓고 밤을 밝히며 주말마다 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그런 모래시계였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 콩나물을 맛있게 먹어 본 기억은 별로 없다. 기나긴 겨울 시루에 물을 붓던 어너니의 기억뿐...
'그 시루는 여즉 있남?!’
‘음-’
집사람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손주들에게 콩나물을 길러 먹일 꿈에 부풀어 딴청이다.
1차전 실패 : 어머니가 사시던 집을 헐고 이사를 하고 첫겨울이다.
아내는 보일러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콩나물 기계[?]를 들고 나온다. 이 기계가 이삿짐에 묻어 온 것인데 아파트에 살면서 이 기계의 맛을 본 기억은 또 없다. 아마- 출퇴근으로 밤낮이 없고 주말이면 시골로 차를 몰아야하는 틈에 콩나물은 절로 옥수수처럼 자라다가 말라죽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기계에는 매뉴얼까지 있었다. 1층 물통에 물을 붓고 이층에 검정 원판에 콩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원판을 덮고 물기둥을 세우고 물뿌리개를 꽂으면 풍차처럼 물뿌리개가 돌면서 물을 주는데 電氣에 대해서는 이 방면에 博識한 아내 曰 -
‘6왓트 밖에 안 되니까- 밧데리나 꼬마전구 하나 정도?! 전기세는 거의 안 들어요-’
우리는 머시깽이와 부지깽이가 거실에서 빙빙 돌아가는 이 스프링클러를 보면서 물레방아를 보는 것처럼 좋아할 꿈에 부풀었었다. 그리고 한 이틀 뒤 -드디어 아이들이 오는 날- 한 참 그 물레방아를 즐거워하다가 물을 갈아주는데 물이 깨끗지 않고 싹은 쥐가 뜯다 남은 머리처럼 싹이 트다 말다 한다. 그래도 콩박사[이 아이는 작년 떨다 남은 메주콩을 비닐하우스에서 모두 모아 한 컵 가득하게 모은 뒤에 이런 학위를 받았었다]인 머시깽이는 그 얼마 안 되는 콩나물을 한 올 한 올 가즈런하게 정리해 놓았다.
원산지표시 : 이웃집에 들렀다가 콩나물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할머니한테 약해서 말이야-’
‘FT인지 TAdls지- 좀 어려워야지유- 어디서 묻어온 거짓말인지들-’
‘손주한테 사탕이라도 사다줄라믄...’
작년에는 새끼줄[이 줄만 보아도 국산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래서 영광굴비는 무슨 색깔의 비닐 끈을 쓴다나?]도 바꾸지 않은 중국산 마늘을 국산이라고 시치미 떼는 장사치를 본 일이 있었다.
그러다가 서리태를 한 줌 얻어왔다. 이번에는 불리지도 않고 씻어서 콩나물기계에 얹었다. 자고 일어나니 싹트는 비릿한 냄새가 난다. 아이들 젖비린내가 이랬을까? 그 무거운 원판을 밀고 올라오기 한 사흘...이제 뚜껑까지 밀고 올라왔다. 다 자란 것이다. 역시 원산지가 중요한데 이것은 오동마을 서리태라고나 할까-
콩나물국 : 겨울이다. 거실은 벽난로 덕에 23度 - 이층계셰단은 19度- 유리창이 있는 2층 베란다는 5度 데크는 -7度가 오전 8시의 온도였다. 낮에는 베란다가 12度 밖은 7度쯤 된다. 밖에는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덜 녹았고... 이제는 콩나물을 두부와 북어를 넣고 물에 끓여 마실 차례다. 그러다 보니 어제- 술을 안 마셨네!- 요즘엔 술을 안 마신다.
두부는 동양인의 귀족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중국에서 네 개의 요리를 시킨다면 반드시 하나는 두부요리다. 그 종류도 또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두부 위에 ‘Happy Birthday![快樂生日]’ 이런 멋진 글자를 써 넣기도 한다. 말린 것에서 순두부까지 셀 수가 없다. 일본도 모던한 東京보다 묵직한 千年古都 京都에 두부요리가 더 유명하다고 한다.
겨울에도 시선한 야채가 있냐고?!
콩나물 국- 콩나물 무침- 콩나물 밥...이제는 이 겨울이 좀 포근하겠다. <*>
이제 콩나물을 수확할 시간- 머시깽이는 이제 콩나물박사를 하나 더 취득하게 되었다.
텔레비젼 옆에 콩나물통이 있는데...1층은 물통이고 2층은 발아실이다.
2층에 구멍이 뚫린 뚜껑을 덮고 스위치를 켜면 물이 자동으로 뿜어지며 한 3-4일이먄 콩나물을 먹을 수...
뚜껑을 열면 검은 채반을 밀고 올라오는 콩이 보인다. 초록색 물뿌리개가 돌면서 물을 뿌려주었다.
물통과 발아실을 분리한 모습 - 오동촌 서리태가 콩나물로 변신했다.
이제는 콩나물을 그릇에 옮겨야지...
잠시 작품은 접어두고-
머시깽이의 최근작- '꽃 친구들' ...작가의 한글 창작이 재미있다. 그의 청각이미지를 기호화할 때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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